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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 부부가 사는 법

‘보통사람’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가는 탤런트 백준기·김문임 부부

“같이 살수록 더 깊은 사랑을 느끼는 우리 부부가 ‘별종’은 아니겠죠?”

■ 글·김순희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3.03.04 10:18:00

어쩌면 저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살까.
종종 TV나 잡지에 비친 연예인의 집은 한결같이 ‘톡톡’ 튀어 보통주부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인기 탤런트이지만 우리네 이웃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백준기·김문임 부부가 진솔하게
털어놓은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
[살림법] “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 외에 가구는 들여놓지 않고 넓게 살아요”
‘보통사람’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가는 탤런트 백준기·김문임 부부

탤런트 백준기(51)의 집 베란다에는 철 이른 철쭉꽃이 피어 있다. 나무가 추위에 얼어죽지 않도록 베란다로 통하는 거실과 안방 문을 조금씩 열어놓은 주인의 배려에 나무들이 계절을 잊은 듯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옹기종기 모여 앉은 50여개의 화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물을 주고 상태를 살펴요. 꽃이 핀 화분은 거실에서 잘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아내와 아들이 함께 꽃을 바라볼 수 있게 해놓죠. 꽃을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화분이 많아서 복잡해 보이는 베란다를 제외한 백준기의 집안 분위기는 한마디로 ‘심플’하다. 꼭 필요한 살림살이 외에 장식용 가구는 보이지 않는다. 거실에도 소파와 탁자, TV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 흔한 거실장 하나 없이 텅 비어있다.
TV와 잡지에 종종 소개되는 연예인의 집은 보통 사람들의 집과는 확연히 다른 구석이 있어 주부들의 심사를 건드려 놓기 일쑤다. 똑같은 사람이 사는 집인데 연예인의 집은 화려하고 아기자기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가구들이 즐비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준기의 집은 ‘보통’ 주부들의 기를 한껏 살려줄 만큼 평범하다.
“있을 것만 있으면 되잖아요. 남편도 가구들로 집안을 꽉 채워 복잡한 것보다 그냥 넓은 게 좋다고 해요. 안방엔 장롱도 들여놓지 않았어요. 옷이 많은 남편 때문에 방 하나를 옷방으로 만들었더니 굳이 장롱이 필요치 않더라고요. 실용적인 면을 떠나서 안방을 멋지게 꾸미기 위해서라도 장롱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비싼 가구나 살림살이에 욕심이 없다는 백준기의 아내 김문임씨(45)의 살림솜씨는 주방에 숨어있다. “아내의 음식솜씨는 동료 연예인들이 입증한 상태”라면서 웃는 백준기는 “결혼 초기엔 아내만 믿고 집안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일쑤였다”고 털어놓는다.
“지금도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특별히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집에서 아내가 해준 음식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요. 아들도 엄마가 해준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 바람에 아내를 주방에 있게 하는 시간이 많은 게 좀 미안하죠.”
김씨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때로 귀찮기도 하다”고 고백한다.
[재테크] “개미처럼 일해 알뜰살뜰 모으며 사는 게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백준기가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 중산마을의 아파트(49평)는 결혼 이후 처음 마련한 집이다. 결혼 15년 만에 집 장만을 한 후 8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주민등록초본을 떼보면 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던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보증금 2백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한 이후 스물두번인가? 그렇게 많이 이사를 다녔어요.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이지만 생각처럼 큰돈을 벌고 사는 게 아니거든요. 보통 직장인이 결혼해서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린다는 10년보다 훨씬 늦게 내 집 마련을 한 거죠. 어렵고 힘들게 마련한 집이라서 그런지 아내나 저나 이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요. 재테크요? 따로 재테크를 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저 보통 소시민처럼 내 집 마련이 꿈이었으니까요.”

‘보통사람’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가는 탤런트 백준기·김문임 부부

백준기씨 부모, 올해 대학생이 되는 아들 승현군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내 집을 마련한 이후 수중에 약간의 여유자금이 생기자 백준기는 3년전 증권에 손을 댔다. 잘만 하면 ‘목돈’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목돈은커녕 원금까지 날려버렸다. 주식투자를 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이었다.
“주식투자요? 그거 정말 할 짓이 못됩디다. 내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쳐다보고,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밤잠 안 자고 주식과 관련된 사이트를 찾아다니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어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아내에게 밥도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가져오라고 했다니까요. 주식투자라는 게 마약과 같다는 생각이 들대요. 주식투자를 하다 보니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닙디다.”
그는 투자원금을 잃자 미련 없이 주식에서 손을 뗐다. 그저 개미처럼 일해서 알뜰살뜰 모으고 사는 게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백준기 부부는 15개월 전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수입원이라고는 제 출연료가 전부였어요. 이전에도 웨딩홀이나 레스토랑 등을 함께 하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거든요. 사업을 잘할 자신도 없었고 연기 외에는 다른 데 신경 쓰면서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후배가 (인천시) 계산동에서 찜질방을 하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식당을 운영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요. 다른 식당보다 투자비가 적어 위험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의 음식솜씨를 보면 식당을 운영해도 괜찮겠다 싶었죠.”
김씨는 식당을 열기 전 10여곳의 찜질방을 사전답사하고, 각 식당의 음식 맛과 메뉴를 살펴보고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했다.
“20년이 넘도록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만 하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음식솜씨 때문에 내 일을 갖게 되었어요. 아마 집안에서 음식 만드는 일에 숙련되지 않았더라면 남편이 식당을 하자고 할 때 많이 망설였을 텐데 흔쾌히 ‘할 수 있다’고 대답했어요. 늘 요리하고 사는 게 일상이었던 터라 식당을 한다는 데 대한 두려움도 적었고요.”
백준기 부부는 “우리 식구가 집에서 먹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하자고 약속했다. 재료 값이 많이 들어도 아끼지 않기로 작정했고, 같이 일하는 종업원에게 좀더 많은 보수를 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사기를 북돋워줬다. 공들인 결과는 매출이 증명해줬다.
“예상했던 것보다 장사가 잘됐어요. 찜질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식당이라 경쟁할 상대가 없어서 느긋하게 장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음식의 맛과 질, 그리고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던 게 성공의 열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날마다 식당에 나가서 애쓰는 아내가 고생이 많았지요.”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기 전까지 휴대전화도 없이 살았다. 집에서 살림만 하고 살았던 터라 딱히 휴대전화가 필요치 않았던 것.
“식당을 하면서 휴대전화도 생겼고 제 차도 장만했어요. 장을 볼 때 차가 없으면 힘들거든요. 식당을 하면서 문화인(?)의 혜택도 누렸고, 집안에서 왕처럼 대접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남편도 제가 살림에서 한발짝 물러서니 가끔씩 집에 보리차가 떨어지면 물도 끓여놓고 아들을 위해서 밥도 차려주더라고요(웃음).”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한 승현(19)은 어려서부터 ‘조용히’ 키웠다. 조기교육 바람과 영재교육에 대한 열풍이 불어닥쳐도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뛰어난 아이로 키우기보다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게 이들 부부의 자녀 교육관이었다.
“공부,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닦달하는 부모들이 많잖아요. 아이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요. 글쎄요…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무슨 일을 하건 학벌보다 능력과 재능이 중시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아내가 승현이에게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줘서 그런지 아이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데 그게 참 좋은 교육 같아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은 양의 책을 읽은 승현군은 어느 누구와의 대화도 겁내지 않을 만큼 박학다식하다. 갓 돌 지난 아들에게 하루에 서너권씩 그림책을 읽어주었는데 김씨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종일 같이 있다 보면 심심해서 그저 이책 저책 읽어줬더니 그게 습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고 보니 아이에게 좋은 토양이 되었고요.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이 학과공부를 통해 얻는 일반적인 지식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많잖아요. 젊은 주부들에게 ‘아이를 위해서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게 비싼 유치원을 보내고 과외공부를 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려서부터 “나는 커서 사업을 할 거야”라고 되뇌이던 승현군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의 책상과 수첩엔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빽빽이 적혀 있다.
“사업가가 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우리는 대통령이나 장군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꿈을 꾸는 거 같아요. 요즘엔 자녀가 한둘이다 보니 부모들이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건 좀 문제라고 봐요. 아이들을 마마보이나 마마걸로 만드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 크다고 봐요. 자녀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 부부는 승현군에게 “부모가 너를 뒷바라지를 해 주는 것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라고 못을 박았다. 이후에 사업을 하든 결혼을 하든 제 손으로 세상을 해쳐나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마디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저도 사업을 하던 부모님이 망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면 분명히 부모님의 재력을 믿고 열심히 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사람의 심리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도록 만들고, 부모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내도 저와 교육관이 비슷해서 승현이의 교육문제를 가지고 다퉈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부부생활]“생활습관에 따라 침대 따로 쓰지만 애정전선엔 이상 없어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탤런트로 얼굴이 알려진 백준기는 경포대에 놀러갔다가 같은 민박집에 묵은 김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이던 김씨와 결혼에 골인했다.
“젊었을 때는 남편하고 숱하게 싸우면서 살았어요.” “그땐 정말 많이도 싸웠다, 그지.” 이들 부부는 격의 없이 싸우며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부부싸움을 할 일이 없다. 결혼생활 23년째에 접어들고 보니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상대방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보는 ‘천리안’을 갖게 되니 싸울 일이 없더라는 것.

‘보통사람’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가는 탤런트 백준기·김문임 부부

“5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싸웠던 기억이 나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부간의 ‘기’ 싸움이었던 같아요. 남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결혼생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남편하고 무던히도 싸웠어요. 그래도 싸우지 않은 채 끙끙 앓으며 사는 것보다 기분 나쁜 일들은 가슴속에 묻어두지 않고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장롱이 없는 이 집의 안방엔 두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침대를 따로 쓰기에는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라 좀 의아했지만 이들 부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배시시 웃었다.
“결혼하고 딱 열흘 동안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봤어요. 그 이후론 줄곧 따로 잤어요. 불편해서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요. 한 사람이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다른 한 사람이 잠을 깨고, 자다가 물이라도 먹고 싶어서 일어날라치면 아내도 잠을 설치게 되고…. 아내도 저처럼 예민해서 혼자 자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면서 침대를 따로 쓰는 것에 동의했어요(웃음).”
백준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하. 그렇다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애정전선엔 이상이 없으니까요. 그저 예민한 남편과 저, 두 사람의 몸에 밴 습관일 뿐이니까요”라며 김씨가 얼른 보충 설명을 덧붙인다.
백준기는 요즘 들어 오히려 젊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을 맛보고 산다. 아내 김씨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살갗을 만져도 ‘네 살인지, 내 살’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전기가 통하던 때는 오래 전의 일이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곰삭은 따스한 사랑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내 마누라 같은 여자가 없는 것 같고요(웃음). 시부모님과 시댁 식구들에게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느껴지는 애정이 사람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백준기 부부는 ‘세 집’ 살림을 한다. 자신의 가정과 양가 어른들의 생활비와 병원비까지 고스란히 이들 부부의 몫이다. 집안 형제가 자매뿐인 김씨의 언니가 미혼이고, 부모를 챙길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이가 백준기 부부뿐이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살아요. 매달 친정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1년 전부터 암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정엄마의 병원비까지 남편이 책임지고 있어요.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돈 10만원 쓰는 것도 아까워하면서 어른들께는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백준기는 “딸자식은 자식 아니고, 사위는 자식 아닌가?”라고 말끝을 흐리며 아내의 칭찬에 멋쩍어했지만 김씨의 얼굴에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세상에 부부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는 것 같아요.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하니 연기하는 맛도 나고요. 이제는 좀더 좋은 연기로 시청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살고 싶어요.”
김씨는 “당신은 연기에만 전념해요. 내가 집안일은 책임지고 알아서 할 테니…”라고 말하며 남편의 ‘꿈’을 다독였다. 그런 아내의 말에 백준기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들 부부가 은근하게 주고받는 미소 속에 소담스런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했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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