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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가 선보였던 엽기 춤의 원조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나이트클럽을 뒤집어놓았던 춤 실력으로 방송계도 ‘접수’할 겁니다”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2.07 18:01:00

가수 싸이의 친구로 각종 방송에서 엽기적인 춤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는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이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그는 방송 데뷔 전부터 서울 강남 일대의 나이트클럽에서 유명한 춤꾼. 싸이의 엽기 춤이나 오노 세리모니 모두 이진성의 작품이다.
그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의 실체.
가수 싸이가 선보였던 엽기 춤의 원조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새’ ‘챔피언’ 등 싸이의 주요 히트곡들은 그가 직접 안무를 짰다고 한다.


지난해말 MBC 오락 프로그램 에서 엽기 발랄한 춤을 선보이며 방송가 최고 ‘명물’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27). 이지적인 얼굴, 단정한 정장 차림이지만 그는 음악만 나오면 호루라기를 불며 ‘뒤집어지게’ 웃기는 춤을 보여준다.
가수 싸이의 친구인 그는 사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서울 강남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유명한 춤꾼. 엽기 춤의 대명사 싸이도 그에게서 춤을 직접 ‘사사’ 했을 정도다. 특히 ‘새’ ‘챔피언’ 등에서 싸이가 선보인 춤이나 오노 세리모니 등이 모두 그의 작품. 현재 그는 MBC SBS KBS 등 4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서서히 방송계를 ‘접수’해가고 있다.
엽기 발랄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직접 만난 그의 첫인상은 차갑고 다소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도 잠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그의 다양한 표정과 몸놀림에서 익히 방송을 통해 보아왔던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졌다. 30여분 동안 사진 촬영을 한 그는 “한바탕 몸을 풀었더니 기분이 한층 ‘업’이 됐다”며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며칠 전 축구를 하러 동네 운동장에 갔는데 10여명의 소녀들이 모여있었어요. ‘오늘 뭐가 있나?’ 궁금했는데 그 애들이 저한테 뛰어오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저를 보러 온 거였어요. 그래서 사인을 해줬어요. 그런데 지금도 어색한 건 사인해달라고 할 때예요. 카드 결제할 때 빼놓고 사인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에는 ‘사인 없는데 도장이나 지장이라고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은 적도 있었어요.”
이진성의 방송데뷔는 2001년 5월 KBS ‘보고 싶다 친구야’ 코너의 싸이 편을 통해서였다. 당시 싸이가 불러낸 친구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바로 그였던 것. 알고 봤더니 그날은 바로 이진성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모여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재상이(싸이의 본명)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형, 제발 여기로 와줘. 할말이 있어’라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지 않았죠. 순간 술이 확 깼고 ‘어디야, 알았어. 형이 곧 갈게’라고 말한 후 바로 나왔어요. 전 재상이가 패싸움을 하는데, 엄청 밀리고 있는 상황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전화해 ‘재상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어디어디로 와라’고 말한 후 재상이가 말한 곳으로 갔죠. 그리고 10분 정도 지났나? 제가 전화했던 ‘한 덩치’ 하는 친구들 스무 명 정도가 모두 ‘싸울’ 준비를 하고 왔더라고요(웃음).”
‘청담동 호루라기’라는 별명은 개그맨 강호동의 작품이다. 지난해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한국팀이 승리하자 그는 청담동 사거리에서 정차해 있는 버스 위에 가장 먼저 올라가 대머리 가발을 쓴 채 호루라기를 불면서 뛰어다녔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강호동이 이 모습을 보고 ‘청담동 호루라기’란 별명을 지어준 것. 하지만 이진성은 서울 반포 토박이다. 그의 주무대인 ‘무도회장’이 있던 곳이 바로 청담동 근방.
“저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출 때도 항상 호루라기를 불어요. 아무리 시끄러운 스피커 앞에서도 호루라기 소리는 들리거든요. 그리고 절대 혼자 춤을 안 춰요. 20여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춤을 추죠. 그러다 보니 통솔 및 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호루라기가 필요해요(웃음).”
그는 멋있게 추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재미있는 ‘진짜’ 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싸이의 엽기 춤, 월드컵을 뜨겁게 달궜던 오노 세리머니, 에서 선보인 후 큰 인기를 끈 택배, 가스배달, 폭주족 등 다양한 스타일의 오토바이춤 등도 그런 노력의 산물. 항상 새로운 춤을 연구하는 자세로 ‘무도회장’을 찾는다는 그는 “최근 나이트클럽에 간 지 너무 오래돼 흐름을 잊어버릴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안간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으니 “사흘”이라고 대답한다.

가수 싸이가 선보였던 엽기 춤의 원조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그는 사람들에게 단정한 모습 보여주고 싶어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안 입었다고 한다. 춤 출 때 정장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한창 다닐 때는 1주일에 열번도 넘게 갔는데요, 뭘(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나이트클럽을 다녀서 저희 어머니는 고등학생들이 다 나이트클럽에 가는 줄 아셨어요. 저는 순수하게 춤추러 나이트클럽에 가는 거예요. 부킹도 거의 안하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죠. 무엇보다도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요즘은 방송에 보여줄 새로운 춤을 미리 선보이고 춤에 대한 반응을 살피러 가기도 하죠.”
그저 춤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춤꾼으로만 보이지만 사실 그의 이력은 참 독특하다.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지낸 실력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고 현재 서울시 빙상연맹 최연소 이사다. 또 3년 전 서울 압구정동에 ‘13degree’라는 퓨전 일식바를 오픈, 직접 경영하고 있다.
“중 1때 제 키 번호가 2번일 정도로 작고 몸이 약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스케이트를 시키셨는데, 이게 인연이 돼 10년 동안 선수 생활까지 하게 됐죠. 고 3때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운동선수 시절에도 이진성은 대기실의 ‘명물’이었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시합 전 몸을 풀며 워밍업을 할 때 그는 워밍업 대신 격렬한 춤을 췄다. 워밍업이나 춤추기 모두 근육을 풀어주고 몸을 유연하게 하는 원리는 같으니 더 재미있고 즐거운 춤을 택했다는 것.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시합 기록도 더 잘 나왔다고 한다. 춤을 추면서 긴장을 풀어 편안하게 시합에 임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선수들과의 기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고.
시합 앞두고 춤으로 몸 풀었던 ‘명물’
또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주변 여학교에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잘생긴 얼굴에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 거기에 뛰어난 춤 실력과 재치까지 4박자가 고루 맞았던 것.
“시합 때문에 외국에 다녀오면 사물함에 편지가 쌓여있고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는 여자들도 참 많았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여자를 많이 울렸을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진 않아요. 뭐, 제가 울렸나요? 지들이 울었지(웃음). 지금도 여자친구는 참 많아요. 심각한 여자는 음… 몇몇 있어요.”
좋아하는 술은 폭탄주. 양주와 맥주를 정확히 반씩 섞어 마신다고 한다. 주량은 컨디션만 좋으면 양주 2병까지도 거뜬하다고. 즐겨 입는 의상은 깔끔한 명품 스타일의 정장.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인격이 차지하는 건 단지 7%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리고 음성이 13% 나머지 80%는 외모라고 하죠. 전 항상 깔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안 입어요. 대학 때 친구들은 트레이닝복 입고 강의실에 들어갔지만 전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고요. 제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커요. 부모님은 어디 가서든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꼭 지키라고 강조하셨거든요.”

개인사업가인 이진성의 아버지는 아직도 그가 연예활동을 하는 걸 반대하신다고 한다. 운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빙상코치를 하다가 대학교수가 되길 바라신다고. 하지만 평소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아버지는 모든 결정권을 전부 그에게 맡긴다고 한다.
“아버지는 저랑 대화를 나누고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세요. 전업주부인 엄마는 정이 참 많고요. 엄마는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음료수를 건네시고 점심 때는 식사도 대접할 정도죠. 제가 연예활동을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려는 노력만큼은 높게 쳐주세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지금처럼만 노력하라고 말씀하시고요.”
그는 앞으로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방송과 달리 영화에서는 마음대로 욕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며 개성 강한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앞으로 그의 주체 못할 끼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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