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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와 ‘천재’라는 극단적인 평가 받고 있는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내게 성(性)은 삶 그 자체, 성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 마찬가지다”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1.14 14:59:00

아라키 노부요시는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외설과 예술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켜온 일본의 사진작가.
그의 도발적인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오는 2월23일까지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설 서울, 스토리 도쿄>가 바로 그것. 아라키는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회를 위해 지난해 11월 내한했다. 직접 만난 아라키의 솔직한 모습은 그의 사진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변태’와 ‘천재’라는 극단적인 평가 받고 있는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음식물을 클로즈업해 찍은 <서울 식정> 연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아라키(위)


아라키 노부요시(63).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일본 최고의 사진작가이자 외설과 예술의 중간 선상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작가’. 특히 여성의 성기를 드러내거나 여체를 로프로 묶는 장면을 연출하는 사진으로 전시회 때마다 외설 시비가 불거졌고 심할 경우 전시 기획을 맡은 큐레이터가 체포당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런 그의 파격적인 작품 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이 한국에서 처음 열려 화제다.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오는 2월23일까지 아라키 개인전 를 선보이고 있는 것. 이번 개인전에서는 서울과 도쿄 두 도시의 풍경 외에 꽃과 음식, 여성의 누드 등을 전시한다. 여체를 로프로 묶어 표현한 ‘긴바쿠(결박)’ 연작은 18세 미만에게 관람을 제한한다.
지난해 11월에 아라키가 자신의 한국 개인전을 위해 내한,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작은 키에 동그랗게 나온 배, 대머리 양쪽에 남아있는 어설픈 은빛 바람머리…. 직접 만난 그는 동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재치 넘치는 언변과 타고난 쇼맨십, 온갖 논란 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당당함은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은 아라키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첫 전시회를 여는 소감이 어떠한가?
“한국은 나의 또 다른 고향이다. 같은 아시아라서 그런지 일본과 많이 닮았다. 한국은 일곱번 방문했고 부산, 목포, 서울 등 전국을 차례로 돌며 작품을 많이 찍었다. 특히 10년 전쯤 서울의 허름한 도시 뒷골목 진흙더미에서 엉덩이를 내놓고 밝게 웃으며 뛰어 노는 한 소녀를 만났는데, 그 소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강한 생명력을 내뿜는 그 소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이는 전시실 입구쪽에 전시돼 있다), 지금 이 소녀가 어떻게 컸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 소녀를 만나고 싶어 한국에 다시 왔다(웃음). 이번 첫 전시회는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체적으로 구성이 잘됐다. 특히 서울과 도쿄의 사진들이 한국의 ‘비빔밥’처럼 잘 섞여져 너무 기쁘다.”
“자극을 가하면 여체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성에 탐닉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이 빠진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나? 성은 내게 삶 그 자체이고, 성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성에 대해서 계속 탐구할 것이다.”
-주로 여성의 누드를 찍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여체는 매우 아름답다. 아름다운 피사체를 찍고 싶은 것은 모든 사진작가의 소망이다. 그런데 나는 ‘누드’라는 말에서 눈물(淚)이 떠오른다. 눈물 같은 체액은 끈적거리는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은 작품 전체를 더욱 에로틱하게 만든다. 여체뿐 아니라 꽃, 음식에서도 그 끈적거리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꽃과 순두부찌개 위 달걀 노른자, 지글거리는 고기, 빨간 김치 등의 음식물을 낯선 각도에서 클로즈업해 찍은 연작이나 연작은 묘한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왜 아름다운 몸을 로프 등으로 묶어 사진을 찍는가?
“음… 아무것도 가해지지 않은 여체는 밋밋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자극을 가함으로써 여체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키스할 때를 생각해봐라. 자극을 가하면 가할수록 더욱 강렬하고 아름다워지지 않는가.”
-사진 속 여성들이 옷을 벗고 있거나 심지어 묶여있기도 한데 표정은 매우 자연스럽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가?
“내가 귀여우니까(웃음). 내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니까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연애하는 기분으로 임한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은 모델과 나는 연인관계다. 연인과 함께 있는데 왜 표정이 부자연스럽겠는가.”
-당신의 사진이 여성학대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까도 말했듯 사진을 찍는 그 순간 나와 모델은 연애를 하고 있다. 연애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듯이 나의 욕정이 다양하게 표현된 것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만의 욕정이 아니라는 것, 상대방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델인 여성도 원하는데 그것이 왜 여성학대인가. 여성학대라면 모델들의 표정이 이처럼 자연스러울 수 있겠는가.”

사진작가인 그에게 아내 요코의 존재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자신이 ‘진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아내 요코라고 강조한다. 가장 자신의 감정이 충만하게 나타나는 것도 바로 아내의 사진. 71년 아내와의 신혼여행을 담은 연작 에서는 삶의 충만함, 넘치는 성(性) 에너지가 느껴지는 반면 90년 아내의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연작에서는 생과 사가 교차되면서 나타나는 삶의 허무함,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득한 심경 등이 흑백 풍경을 통해 나타난다. 이들의 삶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영화 이 바로 그것이다.
‘변태’와 ‘천재’라는 극단적인 평가 받고 있는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그의 작품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짙은 허무감이 배어져 나온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아내의 사진이 많이 전시됐다. 아내 요코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아내의 사진을 찍기 전에는 주로 보도용 사진을 찍었는데, 아내의 사진을 찍으면서 사랑을 가진 존재를 찍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찍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고 이런 사진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음식과 꽃에 몰입하게 된 것도 아내 때문이다. 아내를 간병할 때 아내가 먹는 음식을 찍으면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고, 아내가 죽기 직전 선물했던 꽃봉오리가 아내가 죽은 직후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일련의 ‘생의 전달’을 느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음식과 꽃 등에서도 생과 사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백50여개의 작품집을 낼 정도로 작품을 많이 찍었다. 다작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나는 변비보다는 설사를 하는 타입이다. 찍고 싶은 피사체가 있다면 무조건 여러 각도에서 많이 찍어낸다. 오랜 시간 고민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내는 차분한 성격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내가 바로 사진이다(웃음).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들을 담는 ‘생과 사의 비빔밥’이 바로 사진이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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