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 2004, 캔버스에 아크릴, 91×73cm
충남 금산에 84년을 함께 살아온 금실 좋은 1백세 노부부가 있어 화제다.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시대에 그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노부부는 아주 귀한 산삼처럼 빛을 발한다.
긴 생애 동안 이들이라고 어찌 흐린 날이 없었으랴. 맑을 때나 흐릴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늙어간 이들이야말로 ‘관계의 장인’ ‘인연의 예술가’라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내의 달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그와 내가 다름을 참고 견디며, 그 다름이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가 될 때까지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일까? 사랑이란 늘 얼룩을 닦아내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시구가 떠오른다. 그 얼룩이 훈장이 될 때까지의 시간, 날콩이 곰삭은 된장이 될 때까지의 시간들을 상상해본다.
아니다 싶으면 한시라도 빨리 헤어지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두 번의 이혼경험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세상이 멀지 않은 듯하다. 결혼상담소 광고를 보면 ‘초 재혼’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처음 하는 재혼이라는 이 신조어가 이미 낯설지 않다. 갖가지 색깔로 염색을 하고 다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말이 의미를 가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꽃들이 만발한 길을 걸으며 살아 있는 행복을 만끽하는 6월, 1백세 노부부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려온 살아 있는 전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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