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죽 재킷은 태생부터 보호에 가까운 옷이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미 공군 비행사들이 방한복으로 착용했던 플라이트 재킷이 그 시작이다. 가죽은 고도의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막아주는 실질적인 보호막이었고 동시에 강인함과 영웅성의 상징이었다. 가죽 재킷은 전쟁이 끝난 뒤 거리로 흘러들어 다양한 문화를 덧입으며 대중 사이에 전파됐다. 1950년대 무수한 바이커와 로커, 제임스 딘이나 말론 브란도 같은 영화 속 아이콘들이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하며 반항과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젊은 세대의 저항 정신과 함께 성장해온 이 옷은 하위문화부터 오트쿠튀르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시대적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적인 아이템이 됐다. 혼란스러운 사회와 정치적 기류 속에서 가죽 재킷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리적 갑옷으로 자리매김
2026 S/S 시즌 컬렉션을 살펴보면 이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봄여름 시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런웨이에 가죽 재킷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 이는 트렌드를 넘어 견고하고 묵직한 외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집단적 심리가 패션에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특히 다수의 패션 하우스는 남성적인 라이더 재킷과 여성적인 스커트 조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날 선 긴장감을 보여줬다. 예컨대 1970~80년대 프랑스 밤 거리를 배경으로 시작된 생로랑 컬렉션은 전통적인 푸시 보 블라우스에 각 잡힌 어깨선의 가죽 재킷과 타이트한 스커트 셋업을 매치해 관능적이면서도 위태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베르사체 역시 깃을 바짝 세운 멋들어진 가죽 재킷과 스커트 차림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며 강인한 여성상을 드러냈고, 알렉산더맥퀸은 짙은 와인빛 크롭트 라이더 재킷과 로라이즈 스커트의 대담한 조합으로 남성성과 퇴폐미가 공존하는 색다른 신을 만들어냈다.보다 클래식한 접근도 눈에 띄었다. 가죽 재킷을 테일러드 팬츠나 슬랙스와 함께 스타일링해 마치 현대식 파워 슈트를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셀린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컬렉션 곳곳에 1980년대 패션 거장 클로드 몬타나의 파워 드레싱을 연상시키는 가죽 아우터웨어를 배치해 가죽 재킷 특유의 묵직함을 테일러링 안에 녹여냈다. 그 결과 도시적이면서도 시크한 파리지앵 분위기를 완성했다. 보테가베네타는 장인정신이 깃든 가죽 재킷과 여유로운 실루엣의 가죽 팬츠를 매치해 절제된 럭셔리의 기준을 제시했고, 발렌시아가와 알투자라는 테일러드 팬츠 룩에 블랙 가죽 재킷을 얹어 가죽 고유의 거침과 세련됨의 양면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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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베르사체 알라이아 알렉산더맥퀸 알투자라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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