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du_official 블랙핑크는 ‘데드라인’ 서울 공연에서 중국 출신 디자이너 디 두(Di Du)가 커스터마이징한 코르셋 룩을 입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블랙핑크다. 현재 진행 중인 ‘DEADLINE’ 월드 투어에서는 공연마다 럭셔리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오가며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 공연지였던 서울에서 블랙핑크가 선택한 의상 중 하나는 서울 기반 디자이너 그레이스 엘우드(Grace Elwood)의 작품이었다. 가죽과 레이스, 텍스처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룩은 퍼포먼스와 완벽히 일체화되며 무대를 하이패션의 최전선으로 만들었다. 이어진 오프닝은 중국 출신 디자이너 디 두(Di Du)가 커스터마이징한 코르셋 룩으로 시작됐다. 고전적 란제리와 미래적 갑옷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루엣은 ‘강렬한 여성성’이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이 밖에도 규리킴, 쥬세페디모라비토, 나타샤진코 등 다양한 브랜드의 커스텀 의상과 단 한 벌만 제작한 스페셜 룩이 어우러지며 무대는 곧 또 하나의 패션쇼가 됐다.

@graceelwood_official 서울 기반 디자이너 그레이스 엘우드(Grace Elwood)의 룩을 입은 블랙핑크 제니.
예술적인 완성도 더해주는 뮤직비디오 패션
뮤직비디오에서도 블랙핑크의 패션은 결정적이다. 올해 공개된 신곡 ‘뛰어(JUMP)’에서 제니와 지수가 입은 고딕풍 코르셋은 호주·대만계 디자이너 사무엘 루이스의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폴리모다(패션 및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 졸업 컬렉션’으로 주목받은 그는 마돈나·레이디 가가와도 작업했으며, 블랙핑크 무대를 통해 글로벌 팬덤에 다시 각인됐다. 리사의 퍼프 재킷과 제니의 레더 퍼 재킷은 디자이너 벤트카히나 제품으로, 알제리 전통 문양과 SF적 감각을 결합한 ‘아마직(아마의 실로 짠 얇은 직물) 퓨처리즘’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패딩의 장인’으로 불리는 딩윤 장(DingYun Zhang)의 푸퍼 재킷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출신인 그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패딩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슈퍼 루키로 급부상했다. 제니·로제·리사가 그의 푸퍼 재킷을 입고 무대에 강렬한 존재감을 더했으며, 지수 역시 준태킴의 실험적인 패딩 재킷을 선택해 한층 대담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블랙핑크 ‘뛰어(JUMP)’ 뮤직비디오.

@bentkahina 벤트카히나의 퍼프 재킷을 입은 블랙핑크 리사.
최근 K-팝 아이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단골 브랜드는 미나정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출신 정미나 디자이너가 2020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트와이스, 에스파, 아이브, 아이들, 레드벨벳 등 수많은 아이돌과 협업했다.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무대에 선 트와이스, ‘롤라팔루자 파리’ 페스티벌의 아이브, MMA(멜론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아이들의 무대 등 화제의 순간마다 미나정의 이름이 함께했다. 수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된 의상, 동양 미학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 감성이 브랜드의 힘으로 꼽힌다.
액세서리를 예술로 확장한 카우기도 주목할 만하다. 카우기는 런던에서 패션을 전공한 민주와 서울에서 회화·건축을 공부한 규빈이 결성한 팀으로, 태연의 ‘INVU’ 뮤직비디오 속 헤드피스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지드래곤의 왕관, 아이유의 크리스털 헤드폰 등 독창적인 오브제를 선보이며 무대를 예술적 공간으로 확장했다. 깃털, 금속, 가죽 등 익숙한 소재를 낯설게 조합해 건축물 같은 구조미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은 K-팝 무대가 지닌 신선함과 실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ow.gi 독창적인 헤드피스로 주목받은 카우기.
실시간 바이럴 광고가 되는 K-팝 패션
아이돌들의 패션은 곧장 팬들의 SNS 피드에 공유되고, 그 짧은 순간이 디자이너에게는 수년간의 홍보 효과를 대신한다. 특히 K-팝 팬덤은 ‘무엇을 입었는가?’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공유하는 데 능숙해, 아이돌이 입은 의상은 즉각 글로벌 검색어로 이어진다. 럭셔리 하우스조차 쉽게 만들어내기 어려운 실시간 바이럴 광고를 아이돌이 제공하는 셈이다.이 파급력은 단순한 화제성에 머물지 않는다. 작은 브랜드가 단숨에 국제적 인지도를 얻게 되고, 차기 컬렉션이나 협업 제안으로 이어지며,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확장한다. 다시 말해 K-팝 무대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패션 시장으로 직결되는 통로인 셈이다.
결국 K-팝과 패션은 서로의 무대를 넓혀간다. 디자이너는 아이돌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아이돌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무대를 완성한다. 음악과 패션이 만나는 그 순간, 새로운 흐름이 태어나고 글로벌 무대는 한층 더 다채로워진다.

@minachung_official 아이브의 ‘롤라팔루자 파리’ 페스티벌 의상을 디자인한 미나정.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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