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앞으로 100세를 거뜬히 산다고 할 때 지금의 4050 세대는 딱 절반을 살았다. 산 만큼 더 살려면 반드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 다만 기존에 해왔던 재테크 방식으로는 자산을 급격히 늘리거나 유지·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은 고령화 시대이자 저성장 시대이기 때문.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저성장이 굳어지고, 저성장으로 인해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진다. ‘마흔에 다시 시작하는 돈 공부’ 공동 저자인 백영 블랙골드 대표와 조형근 유커넥트 대표는 4050에게 “지금 자신에게 맞는 현실적인 금융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행 PB 출신의 백영 대표는 현재 해커스금융 전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며, 조형근 대표는 서울시 청년 재무관리 지원 분야 유공자로 서울시장 표창을 받은 바 있다.
40대 이후 자산 관리 첫 단계는 지출 통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백영(이하 백) | 일단 한국 사회 특성상 부모님을 모시면서 자녀도 부양하는 이중적인 부담을 안고 있던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 와중에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우쳐 대출을 많이 받은 데다 자녀 교육비 부담은 크고, 결국 본인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해진 거죠. 특히 인구 구조가 많이 바뀌고 있어요.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다 보니 저성장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돈 벌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거든요.
조형근(이하 조) | 그렇게 모아놓은 돈 대비 경험치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하다 보니 재테크에 실패한 분들이 많아요. 최근에는 퇴직연금제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만, 이 퇴직연금 상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물론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서 금융 공부까지 하는 건 사치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는 어렵고 몸은 아픈 상태로 오래 살게 되는 불행한 현실이 펼쳐질 수 있어요.
그럼 노후 자금으로 얼마 정도 준비해야 충분한가요.
백 | 보통 은퇴 후 예상되는 생활비로 300만~350만 원 정도를 꼽습니다. 1년에 약 4000만 원씩 30년 정도 쓴다고 치면, 운용 수익률이 생기더라도 10억~12억 원 정도가 필요해요.
조 | 총자산이 그렇고요. 국민연금 제외하고 내가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금융 자산을 따져보면 대략 5억~6억 원 정도를 확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백 | 그런데 우리가 10억 원, 5억 원 하면 그 숫자 자체에 눌려요. 저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자산이 많든 적든 인간의 욕망에 따라 돈은 항상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제한된 자산과 현금 흐름 속에서 어떤 지출을 가장 먼저 할 것인지 가족이 잘 협의해서 집행한다면, 삶의 질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은퇴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월수입 대비 고정 지출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조 | 현재 40대와 50대는 자녀 교육비를 많이 쓰고, 내 집 마련을 했다면 아직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일 거예요. 그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단순 생활비 개념에서는 소득 대비 절반 정도까지로 조절하는 게 좋긴 하나, 쉽진 않죠. 그래서 저는 저축을 먼저 생각해보고 그걸 제외한 나머지를 가지고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 조금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총 은퇴 자금에서 2억 원 정도가 남았다고 가정할게요. 나의 근속 기간을 고려했을 때 매월 100만 원 정도 저축해야 한다면 그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각 지출 항목에 배분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사교육비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가능하다면 소득 기준 교육비로 10~15% 정도 쓰길 추천합니다. 많이 적은 금액일 텐데, 최소한의 가이드를 줘야 그 정도 선까지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백 |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과감한 결정을 할 필요는 있어요. 저도 아이들을 키웠지만 학원 더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본인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가 나중에 더 많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요.
교육비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면 어떤 것부터 손보면 좋을까요.
조 | 고정 지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아마 대출 상환일 텐데요. 현재보다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또 보험료도 부부 각각 20만~50만 원까지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4인 가족이라면 보험료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거든요. 요즘은 할인을 적용해주는 상품도 많아요. 그런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할지, 아니면 내가 가입해놓은 보험이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아프면 목돈이 들어가잖아요.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게 좋은가요.
조 | 엄밀하게 말하면 보장성보험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에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제적인 부담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전체 소득 기준으로 10%가 넘지 않는 선에서 보험료를 책정하는 게 좋습니다.
백 | 기존에 가입되어 있는 보장 내용이 앞으로 내게 필요한 것인지 체크부터 해보세요. 부분적으로 불필요한 보장은 줄이고 필요한 보장을 채워 넣는 보험 리모델링은 필요합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노후를 관리해야 할 4050에게는 자산을 모으고, 불리고, 지킬 때 분산투자가 정답이다. 포트폴리오로 투자하고 1년 정도의 기간마다 리밸런싱(최초 편입 비중으로 되돌리기)하도록 한다. 특히 노후 준비를 위한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연금 활용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은 물론 인컴 포트폴리오(배당주, 채권, 리츠 등)로 ‘영구연금’을 받도록 준비하면 현금 흐름 확보에 도움이 된다.

백 | 포트폴리오 구성 요소에서 현금성 자산의 대표 주자가 채권, 투자 자산의 대표가 주식, 실물 자산의 대표가 부동산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는 집이 부동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부동산을 제외하고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에서는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6:4로 둡니다. 이를 늘 정확하게 지키기는 쉽지 않아요. 주식과 채권을 반반 정도로 운용하면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큰 자산을 조금씩 줄이는 게 이론적으론 좋습니다. 자산 배분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상품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조 | 예를 들어 은퇴까지 약 20년 정도 남았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회복시킬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하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죠.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주식, 하이일드채권, 코인 비중을 70% 정도까지 가져갈 수 있고요. 한 5년 후부터는 자산을 빼서 연금으로 쓰거나, 금융 자산을 정리해 임대 소득용 상가 매입 계획을 갖고 있지만 실천하기까지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30~40% 정도 이하로 통제하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적립식이 장기투자 방법으로 유명한데, 실제로 적립식 장기투자가 효율적인가요.
조 | 재무 상담을 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에요. ‘자산은 계속 위아래로 출렁이는데 무지성으로 계속 모아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따른 궁금증이라고 생각해요. 애석하게도 답변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왜냐면 개별 종목을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현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업종이나 기업은 바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주식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집니다. 지수형 ETF(상장지수펀드)를 적립식으로 모아간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지수형 ETF도 모으다 보면 주식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되잖아요. 어느 정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일부를 덜어 금이나 채권, 현금성 자산 쪽으로 배분하는 게 안전합니다.
백 | 적립식이라는 건 시간을 나누는 거예요. 일정 금액으로 매월 매수를 하면 비싸질 때는 적게 사지고, 싸졌을 때는 많이 사지면서 가격이 평준화되거든요. 단, 변동성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매월 같은 금액으로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고, 어떤 종목을 매월 같은 개수로 사는 식은 더 많은 돈을 집어넣는 셈입니다. 또 적립식도 어느 정도 투자금이 뭉치면 가격의 평준화 효과가 미미해져요. 무지성으로 계속 모으는 건 옳지 않고, 적립식으로 하더라도 처음에 목표 수익률을 정한 후 그 수익이 나면 실현시키는 게 중요해요.
“4050은 투자 실패 시 이를 극복할 시간이
30대처럼 많지 않아요”
포트폴리오 운용이 너무 어려운 사람에게 추천하는, 보다 간단한 투자법이 있다면요.백 | 성장률, 금리가 떨어질 때 실질적인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변동성이 있는 주식 같은 자산을 선택하는 편이 아무래도 유리해요. 그럼에도 주식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면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부터 도전해보세요. KT&G나 제일기획, 이모션 등은 성장성이 뛰어나진 않은 편이나 영업이익률이 꾸준해요. 그래서 배당수익률도 5~6%로 꾸준하게 나오는데, 이 정도면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2배 정도 높은 거예요. 또 배당주들은 찬 바람이 부는 9~10월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주가가 오릅니다. 이때 매도했다가 내년 봄에 또 사는 식으로 접근해도 좋습니다.
조 | 배당주를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3~8% 정도로 배당이 많이 나오는 ETF들도 있습니다. 만약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받은 배당금으로 저가일 때 매수해놓으면서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개인연금 상품은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 어디에서 가입하는 게 유리한가요.
조 | 개인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연금은 연금저축(보험, 펀드), IRP(개인형퇴직연금), 비과세 연금 정도가 있어요. 일단 연금저축보험은 40대라면 추천하지 않는 편이에요. 구조상 내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수수료를 뗀 다음 불리는데, 이자율이 수수료보다 더 낮은 경우도 많아 연금저축펀드로 운용하는 편이 낫고요.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한 IRP의 경우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디폴트옵션 유형에 따라 운용되더라도 1년에 한 번씩 모니터링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걸 추천해요. 은행권보다 증권사에서 개설했을 때 수수료 면에서 조금 더 유리하고, ETF를 운용하기에 편리합니다.
백 | 제가 은행과 증권사 둘 다 근무했잖아요. 투자 상품은 증권사가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과세 연금은 생명보험사가 좋고요. 흔히 노후 준비하면서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놓치기 쉬운데, 비과세 연금을 통해 건강보험료 인상 걱정을 덜 수 있어요. 또 생명보험사 비과세 연금은 연금 지급 방식으로 은행에는 없는 종신형이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중도 해지가 안 되는 종신형이 유리합니다.
자산 관리 컨설팅을 받을 때 알아둬야 할 체크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조 |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자산 관리 상담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더라고요. 일단 상품을 팔려는 세일즈맨인지, 솔루션을 제공해주려는 전문가인지를 판단해야 해요. 그걸 판단하려면 그 사람의 외부 이력이나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격증, 실제 상담 사례 등을 참고하고요. 상담 중 “요즘 이 상품이 너무 좋아요” 같은 멘트를 자주 한다거나 특정 상품에 포커스가 맞춰진 상태로 대화가 흘러간다면 영업 목적이 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 | 진짜 전문가라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 할 거예요. 그래야 맞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죠. 다만 상담 후 아무리 좋은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밤에 잠이 안 오고 마음이 불편하다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 투자안일 수 있어요. 결국 불확실성을 견디고 결과를 지켜볼 수 있는 충분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노후자산 #은퇴 #연금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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