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올림픽 성화 컬렉션 행사에서 레드 컬러의 점프슈트를 입은 샤를린 왕비
샤를린 위트스톡(47) 모나코 왕비는 2024년 7월 남편 알베르 2세가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개최한 성화 컬렉션 행사에 레드 컬러의 슬리브리스 점프슈트를 입었다. 점프슈트는 원래 제1차세계대전 당시 고공 낙하하는 군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다. 상의와 하의를 하나로 연결해 몸을 보호하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주로 군복과 작업복으로 사용되다가 1960년대부터 여성복에 적용되긴 했지만, 유니섹스 아이템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왕실의 드레스 코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럽의 왕비나 공주가 점프슈트를 입은 사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샤를린 왕비는 자신의 패션 정체성을 아예 여기에 두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점프슈트를 즐겨 입는다.
록 스타가 입을 법한 메탈릭한 소재의 점프슈트는 엘리사브의 제품이다.
샤를린 왕비가 올림픽 성화 컬렉션 행사 당시 입었던 점프슈트는 프랑스 브랜드 엘리사브의 2024년 신상으로, 가격은 400만 원 상당이다. 엘리사브는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점프슈트 라인을 갖추고 있다. 유니섹스 캐주얼이 아닌, 파티에서도 입을 수 있는 드레시하고 엘레강스한 스타일이다. 샤를린 왕비가 이에 앞서 3월 그레이스 켈리 재단이 주최한 자선 행사에서 입은 메탈릭한 분위기의 점프슈트도 엘리사브 작품이다. 시퀸과 튤 소재의 이 점프슈트는 몸에 피트되는 실루엣에 넓은 바지통과 소맷단 등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 덕분에 그녀를 1970년대 록 스타처럼 보이게끔 한다. 2024년 6월에 열린 제63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폐막식에선 우아한 점프슈트를 즐기는 샤를린을 위해 맞춤 제작한 듯한 비대칭 오프숄더 디자인 화이트 컬러 점프슈트를 입었다. 해당 의상은 언뜻 보면 드레스 같지만 와이드 핏 팬츠 스타일의 점프슈트인데, 이 역시 엘리사브의 오트쿠튀르 제품이다. 2024년 6월 23일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열린 이브닝 행사에선 가슴과 소매 부분이 시스루로 장식된 엘리사브의 점프슈트를 택했다.
정장 느낌의 루이비통 점프슈트
샤를린 왕비가 엘리사브만큼이나 즐겨 입는 브랜드가 루이비통이다. 2024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적인 F1(포뮬러원) 대회인 ‘모나코 그랑프리’ 리셉션에서 입은 청록색 오프숄더 점프슈트, 모나코 그랑프리 대회 중 입은 점프슈트, 7월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입은 베이비핑크 컬러의 반팔 점프슈트 모두 루이비통 제품이다. 루이비통의 점프슈트는 말 그대로 슈트(정장) 느낌이 강하고 활동적인 핏이다. 2024년 9월에는 공식 행사에 이틀 연속 점프슈트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9월 8일 열린 수상 자전거 대회에서는 다이앤본퍼스텐버그(DVF) 기하학무늬 점프슈트를, 다음 날 피크닉 행사에서는 레드 컬러의 비대칭 오프숄더 점프슈트를 입었다.
시스루, 오프숄더… 드레스보다 더 화려한 점프슈트
화이트 컬러의 스포티한 점프슈트.
샤를린 왕비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으로, 청소년기에 부모를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해 수영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해 여자 400m 릴레이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였다. 그해 모나코에서 열린 수영 대회에서 20세 연상의 알베르 2세를 만났고 그의 적극적인 구애로 2006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5년의 열애 끝에 2011년 결혼했다. 모나코는 인구가 3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F1 그랑프리 대회가 열리고, 카지노와 관광 산업이 발달해 1인당 GDP가 세계 1위 수준이다. 모나코 왕실은 이런 모나코의 국토 4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알베르 2세는 모나코 레니에 3세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그레이스 켈리 사이에서 태어난 1남 2녀 중 외아들이다. 스물다섯 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결혼과 동시에 은퇴한 그레이스 켈리는 에르메스 켈리 백 탄생에 영감을 준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모나코 왕실은 규모에 비해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다. 자연스레 알베르 2세의 결혼 소식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됐는데, 결혼 무렵 알베르 2세에게 혼외 관계를 통해 낳은 2명의 자녀가 있었고 그의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샤를린이 수차례 고향인 남아공으로 도주를 시도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모나코 왕실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결혼식 내내 신부가 우울한 표정에 간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불화설에 힘이 실렸다.
스카이 블루 칼라의 드레시한 점프슈트(왼쪽).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함께한 알베르 모나코 국왕 부부. 샤를린 왕비가 입은 점프슈트는 루이비통 제품이다.
2014년 샤를린 왕비가 이란성 쌍둥이 가브리엘라 공주와 자크 왕자를 출산하면서 왕실이 다시 정상화되는가 싶었으나, 2020년 샤를린이 갑자기 ‘반삭’ 헤어를 하고 공식 석상에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당시 샤를린 왕비의 왼쪽 머리는 두피가 다 드러났으며 뒷머리는 윗머리로 살짝 가려져 있었다. 현지 매체는 샤를린 왕비의 헤어스타일 변화는 알베르 2세 국왕과 왕실에 대한 반항이자 외로움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샤를린은 지인들에게 “내게는 왕실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고향인 남아공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다. 그들과 함께할 수 없어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비대칭 숄더의 독특한 점프슈트.
샤를린 왕비가 점프슈트를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선택한 것도 이때부터다. 반삭 헤어스타일 이전 샤를린 왕비는 공식 석상에서 주로 포멀한 드레스를 선호했다. 177cm의 큰 키에 수영선수 출신답게 어깨가 넓고 골격이 큰 그녀는 결혼 전에는 체형을 가리는 의상을 고수했다. 그러다 결혼식에서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조르지오아르마니의 보트네크라인 웨딩드레스로 자신감을 얻은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서 어깨가 드러나는 오프숄더 드레스 혹은 한쪽 어깨만 비대칭으로 드러나는 드레스 등을 자주 입었다. 반삭 헤어, 점프슈트와 같은 그녀의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은 왕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덕분에 유니섹스한 아이템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던 점프슈트도 때로는 드레스보다 더 우아하고, 공식 석상에서 정장만큼이나 갖춰 입은 의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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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