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애틋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남녀 간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사랑보다 진한 우정도 있다.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MC 박미선(42)에게도 의리와 정으로 똘똘 뭉친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다. 얼마 전 7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접고 귀국한 이성미(50)가 그렇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연예가에 소문난 ‘단짝’. 둘 사이에는 자존심 대결도, 경쟁의식도 시기도 질투도 없다. 오로지 서로가 잘되길 바라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눈다. 이들은 냉정하고 치열한 연예계에서 어떻게 이처럼 진한 우정을 지켜낸 것일까. 최근 케이블방송 스토리온 ‘친절한 미선씨’ 더블 MC를 맡은 이들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친절한 미선씨’는 우리나라 특별한 1%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랭킹 토크쇼. ‘친절한 미선씨’라는 제목은 이성미의 ‘미’와 박미선의 ‘선’을 따서 만든 이름. 첫 회 ‘성형외과 남편을 둔 부인들’의 이야기에 이어 ‘종자돈 3배 이상 불린 주부들’ ‘아이 국제중학교에 보낸 엄마들’ ‘미인대회 출신 주부들’ ‘10살 이상 차이 나는 연상연하 부부들’의 사연이 차례로 방송된다.
-두 사람이 함께 진행을 맡은 게 꽤 오랜만입니다. 소감과 주변 반응은.
이성미(이하 이) 미선이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행복해요. 처음 미선이가 “언니 우리 같이 할래?”하고 물었을 때 어떤 프로그램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웃음)’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7년 만에 하는 방송이라 떨리고 긴장되지만 미선이가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미선이만 신경 써요(웃음).
박미선(이하 박) 예전에 라디오 DJ를 같이 했고, SBS ‘코미디 전망대’에서 콩트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프로그램 전체 MC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부담되지만 든든한 언니가 있어서 믿고 시작하려고요. 언니와는 방송보다 실생활에서 호흡이 더 잘 맞아요.
-첫 방송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 성미 언니가 ‘바른생활 아줌마’라 불의를 보면 못 참아요. 방송 중에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니다 싶은 건 아니라고 바로 말해요. 지난번 녹화 때는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뭘 하겠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언니는 정색을 하고 ‘저는 그런 돈 싫습니다. 안 받을 거예요’ 하는 거예요. 언니 성격을 잘 아니까 속으로 한참 웃었어요(웃음).
이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웃음).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처럼 저는 7년 동안 고여 있었고, 미선이는 계속 활동을 해 왔잖아요. 제 역할은 미선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옆에서 받쳐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잘할 수 있겠냐고 염려하시지만 든든한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요즘 TV를 보면 호흡이 화면 밖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진행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청자가 ‘진실을 얘기하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두 분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1%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 주부들 중 수입 면에서 1%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이 ‘우정’ 부문에서 1%에 들어갈 자신이 있어요. 미선이와 알고 지낸 지 20년이 됐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거든요. 우리 둘 다 ‘의리 있는 여자’로 둘째가라면 서럽죠.
우리도 의리만은 대한민국 상위 1%
이성미·박미선은 한국과 캐나다에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매일 전화로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박미선이 전화를 거는 날이 많았는데, 처음 한 달은 전화요금이 1백만원까지 나왔다고. 박미선은 “인터넷 카드가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20만원대로 줄었다”며 웃었다. 휴가 때면 어김없이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고, 교민 행사가 있으면 며칠 더 머물다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이성미가 떠난 뒤 한동안 우울증에 걸려 힘들었다는 박미선의 말이 십분 이해된다.
-요즘은 얼마나 자주 만나나요.
박 일 때문에라도 수시로 만나고, 같은 교회에 다녀서 주말마다 만나요. 성경공부하는 멤버가 있는데 최근 성미 언니도 합류했어요. 이영자· 송은이·최화정·김숙·김영철씨 등과 자주 모여요. 성경공부가 목적이긴 한데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날이 많아요(웃음). 밖에서도 자주 만나는데 그때는 주로 ‘뒷담화’를 즐겨요(웃음).
-이성미씨는 오랫동안 부부가 떨어져 지낸 탓에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처음 떨어져 살 때 많은 분이 그런 걱정을 하셨지만 정작 저는 걱정 안 했어요.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한두 달은 남편인데도 서먹하더라고요. 옷 갈아입을 때 남편이 들어오면 서로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웃음). 하지만 부부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고, 예전에 그랬듯이 편안해졌어요. 캐나다에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남편 때문이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혼자 자는 모습을 보는데 처음으로 ‘많이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길로 바로 한국행을 결심했죠.
박 옆에서 봐도 두 분 사이가 편안해 보여요. 언니가 때를 잘 맞춰서 돌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형부와 나쁘게 지낼 수 없는 게, 언니 소속사 사장님이 형부예요(웃음). 고목에 꽃 핀 것처럼 요즘 언니가 부쩍 예뻐진 것만 봐도 부부 사이를 짐작할 수 있어요.
-박미선씨는 요즘 최고 여자 MC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 무난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으니까 어떤 프로그램이든 웬만큼은 할 거라는 믿음을 드린 거 같아요. 사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방송밖에 없어요. 데뷔 후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 조금은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을까요. 예전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쉬라고 할까봐 걱정이에요(웃음). 일하는 게 즐겁고 이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또 후배들과 재밌게 노는 걸로 출연료도 받으니까 이런 직업이 없다 싶어요. 사실 집에만 있는 게 더 힘들어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나면 할 일이 없거든요. 방송을 하면서 뒤늦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요.
이성미씨는 다시 방송을 시작하면서 격세지감도 느낄 것 같습니다.
이 확실히 제가 활동할 때와는 방송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도 한결 자유로워졌고요. 하지만 방송을 하면 할수록 ‘역시 내가 놀던 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어린 후배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개그계의 미실’로 불릴 정도로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로 통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하도 이영자씨가 방송에서 제가 무섭다고 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실제로 이영자씨는 아직도 저를 어려워하긴 해요(웃음). 제가 잘나거나 강해서가 아니라 호불호가 명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좀 싸늘하긴 해요. 안에 열정이 끓는데 밖에까지 뜨거우면 결혼생활이 힘들 것 같아서…(웃음). 저만의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후배들한테는 무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엄친아‘ ‘엄친딸‘은 관심 밖, 행복의 기준은 아이 스스로 세우는 것
이성미는 캐나다에서 온전한 ‘엄마로서의 삶’을 누리다 왔다. 올해 대학생이 된 큰아들 은기와 둘째 은비(13), 막내 은별(9)을 뒷바라지하며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 그에게는 꿀처럼 달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 하고 부를 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았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진정한 행복이었다. 이성미는 “아이들과 살 비비며 살았던 7년의 세월이 평생 아이들의 기억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93년 이봉원과 결혼한 박미선은 중학생 딸, 초등생 아들을 두고 있다. 박미선은 자녀 양육에서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이봉원은 조금씩 융통성을 발휘, 아이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편이다. 주말엔 온 가족이 근처 공원에 나가 자전거를 타거나 동네 목욕탕에 다니며 정을 쌓는다.
-두 분 모두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성미씨는 캐나다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빠져서 아이들이 힘들어하진 않나요.
이저보다 아이들이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방송 때문에 화장도 하고 옷도 챙겨 입고 하니까 막내가 울면서 ‘엄마 왜 자꾸 밤에 화장하고 나가’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아이들이 ‘해피투게더’ 녹화장에 와본 뒤로 엄마에 대한 생각이 확 달라졌어요. 유명한 연예인과 어울려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박 전업주부처럼은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주말에는 일절 스케줄을 잡지 않고 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요. 딸이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 어릴 때는 공부도 제가 직접 가르쳤지만 지금은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을 떼놓고 나가는 게 미안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엄마일 잘할 테니까 너희들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가르쳐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아이들도 엄마가 뭔가를 잘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당당히 요구해요. 어깨도 주물러달라 하고 생일 때면 어떤 선물을 갖고 싶다 압력도 넣죠. 생선도 가운데 토막은 제가 먹어요(웃음).
-두 분은 극성 엄마’에 속하나요.
이 양희은씨가 저보고 그래요. ‘말은 끝까지 다 들어놓고 결국 자기 뜻대로 하는 애’라고요. 요즘 ‘엄친아’ ‘엄친딸’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저는 아무리 남들이 뭐라 해도 제 아들딸이 가장 소중해요. 인생은 즐겁고 기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시험을 잘 못 봐도 다음에 더 잘 보면 된다고, 잘했다고 말해줘요. 7년 전 캐나다로 떠날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창 돈을 많이 버는데 왜 떠나요?’하고 물었고, 이번에 들어올 때는 ‘한창 아이들이 공부하기 좋을 땐데 왜 가요?’하고 물었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있고, 외부 요인에 인해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박한때는 아이들을 공부 때문에 들들 볶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자기는 행복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공부하는 게 싫대요. 그럼 뭘 하고 싶은지 말하라니까 ‘엄마아빠처럼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잠시 고민을 했지만 아이가 행복해지도록 돕는 게 부모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죠. 이제는 둘 다 개그맨이 되겠대요. 남들은 영어조기교육을 시킨다는데 저희는 ‘개그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어요(웃음). 두 아이가 자기들끼리 개그 동영상을 만들어서 엄마아빠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같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모니터링도 해요. 남편은 아이들이 개그맨이 된다고 하니까 좋아해요.
올해로 30년·20년째 한길을 걷고 있는 이성미·박미선은 방송을 ‘천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다. 강물에 떠 있는 배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후배들이 마음껏 흥을 돋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멍석을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빛을 발한다. 함께여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이성미·박미선. 이들의 우정은 영원하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