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타운’의 캐스팅을 보노라면 어쩌면 저렇게 배우의 숨은 매력을 잘 찾아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인물이 오다정 역을 맡은 송선미(34). 이 드라마의 화자이기도 한 다정은 치킨집을 운영하며 타고난 손맛과 매력적인 외모, 부드러운 성격으로 이웃집 남자들의 호감을 산다. 하지만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물. 다정이 죽은 남편들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극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국적인 외모 때문인지 송선미는 오다정처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결혼 전에는 코믹하거나 할 말 다 하는 깍쟁이 역이 들어왔는데,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녹색마차’도 그렇고, 최근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분위기의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 요즘 제가 그래 보이나요?(웃음) 전 솔직히 밝은 캐릭터가 좋은데…(웃음).”
오다정은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많은 인물이기에 그만큼 연기력이 요구되는 배역이다. 송선미는 “차라리 다른 배우들처럼 성격이 뚜렷했더라면 연기하기 편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본대로 하려고 노력하는데 좀 심심한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에요. 하지만 이젠 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으니 배역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는 않아요. 연차가 어렸을 때 이 배역을 맡았더라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을 많이 하고,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또 다정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고요.”
“재치 있는 남편 덕분에 웃으며 살아요”
송선미는 드라마의 내용처럼 ‘언제 남편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남편 자랑을 했다. 그는 1년간의 연애를 거쳐 2006년 영화 미술감독 고우석씨와 결혼했다.
“남편이 없어지길 바란 적은 없고 살짝 얄미울 때는 있어요. 그래도 재치가 있어서 그냥 웃어넘기게 되더라고요.”
송선미는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부부는 취미생활을 같이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저희는 좋아하는 게 정반대예요. 남편은 오프로드 자동차 등 격한 것을 좋아하고 저는 테니스 등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죠. 제가 함께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고 했더니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1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젠 같이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했더니 스킨스쿠버를 하자는 거예요. 무서운 것 말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나는 민간인 배용준이야’라고 하더라고요. 화가 나려다가도 그런 말을 들으면 웃어넘기게 돼요.”
송선미는 96년 SBS 슈퍼엘리트 모델에 입상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 적도 있고, 툭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많지 않아 외로운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 오현경, 이아현 등 연배가 비슷한 선배 배우들과의 작업이 즐겁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현경 언니, 아현 언니가 아이 키우는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빨리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는 이렇게 키우는 거구나 실감하기도 해요. 여배우들끼리 신경전요? 이젠 다들 어느 때 내가 돋보이고, 어느 때는 누구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분위기 좋게 촬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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