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제비타민’에서 깔끔한 진행솜씨를 선보이며 사랑받고 있는 아나운서 진양혜(40). KBS 19기 아나운서 출신으로, 평소 방송에서 보여주던 차분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과 달리 카메라 앞에 선 그에게는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느껴진다.
“일하는 여성들 모두가 그렇듯, 저도 한때는 빨리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어요. 어느 날 문득 제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놓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한발 물러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함이 느껴졌어요.”
조급함을 버리고 멀리 내다보기로 마음을 바꾸니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시간 못지않게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보내는 여가시간도 소중하게 생각된다고 한다.
그가 여유를 되찾으면서 즐기게 된 취미 중 하나는 음악 감상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한참 방송을 많이 할 때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져 음악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심지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음악을 하도 많이 듣게 되자 좋아하던 음악을 들을 때도 일을 하는 것 같아 꺼리게 됐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좋아하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각박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음악을 틀고 집 안에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는 등 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답니다.”
“마음 편하게 해주는 음악 들으며 스트레스 해소해요”
집안일을 할 때나 책을 볼 때, 낮잠을 잘 때도 늘 음악과 함께하는 그는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서 마룻바닥에 몸을 뉘인 채 잔잔한 선율의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편히 쉬고 싶을 때나 아주 피곤할 때, 기분이 좋을 때도 음악을 듣는데, 그의 기분에 따라 음악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는 좋은 친구다.
그가 음악을 좋아하는 데는 친정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정어머니는 언제나 서툰 피아노 연주에 맞춰 가곡을 부르곤 하셨는데, 그 노랫소리가 아직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친정어머니가 즐겨 부르던 가곡을 들으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회상에 빠진다.
“친정어머니처럼 지금은 제가 가족들과 노래 부르기를 즐겨요. 나들이를 갈 때면 차 안에서 동요나 찬송가를 함께 부르는데,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어떤 때는 각자 느낌대로 화음을 넣어 부르기도 하지요. 아카펠라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꽤 그럴싸하답니다(웃음).”
원래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을 즐겨 듣긴 했지만, 최근 예당아트TV의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 아주 특별한 외출’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는 클래식은 물론 뮤지컬, 국악, 재즈, 크로스오버 등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게 됐다.
“음악 중 특별히 싫어하거나 선호하는 장르는 없어요.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함이 느껴지는 음악이라면 장르 구분 없이 즐겨 듣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제가 진행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실력 있는 재즈 보컬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재즈 음악에도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가족과 함께 음악 즐기며 공감대 형성해요”
가족들도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남편인 아나운서 손범수와 연애시절에 매일 함께 음악을 듣곤 했는데, 당시 즐겨 들었던 음악이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다. 그래서 요즘도 그때 노래를 들으면 연애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설렌다고. 그는 이렇게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음악을 듣는 것뿐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즐겨 얼마 전부터는 큰아들 찬호(14)와 함께 드럼을 배우고 있다. 노래도 곧잘 부르는 편이어서 다른 아나운서들이 친구들 결혼식 사회를 주로 보는 반면, 그의 남편은 축가를 도맡아 부른다. 아이들도 음악을 좋아해 큰아들은 클라리넷을, 작은아들 찬유(9)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찬호는 음악파일을 가득 저장한 MP3를 들고 다니며 매일같이 음악을 듣는다고.
“아이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 한번은 MP3를 들어봤어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부터 옛날 흘러간 가요까지 시대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노래를 듣더라고요. 그중에는 제가 좋아했던 노래도 있어 감회가 새로웠어요.”
시간 날 때마다 가족이 함께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거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요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등 음악은 그와 남편, 아이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 여행 등으로 여가 시간 보내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책에 푹 빠지거나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깊은 밤에 글을 쓰는 것은 그에게 또다른 즐거움이다. 책을 읽으면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작가가 만든 세상 속에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설,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등을 즐겨 읽는다. 간결한 표현에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어 읽을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주는 시도 좋아해 서점에 갈 때마다 버릇처럼 시집 한 권씩을 사기도 한다. 독서 못지않게 글을 쓰는 것도 즐겨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2006년에 에세이집 ‘진양혜의 서른아홉 러브레터’를 출간하는 것으로 그 꿈을 이루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던 터라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사소한 일상과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집을 펴냈어요. 막상 책이 나오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꿈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요즘도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새벽시간에 제 생각들을 끄적이는데, 그때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귀한 시간이에요.”
그는 지치거나 힘들 때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은 휴식 이상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우울하거나 힘들 때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고맙게도 걱정 말고 다녀오라며 저를 배려해주지요.”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거나, 혹은 혼자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꼽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앙코르와트는 현대기술로는 흉내 내기 어려울 듯한 거대하고 정교한 건축물로 이뤄져 있어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한 곳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꼭 권하는 여행지다.
결혼 15년차인 그는 남편 손범수와 함께 최근 한번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던 집을 방송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둘 다 방송일을 하는 터라 자칫 사생활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 ‘집 공개는 하지 말 것’과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언론에 공개하는 일은 자제할 것’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이번에 최초로 그 원칙을 깬 것이다.
“제가 진행하는 ‘경제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저희 집을 공개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저희가 세운 원칙대로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제 프로그램을 위해 남편이 기꺼이 양보를 해주더라고요. 제가 남편의 외조는 확실히 받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친구 같은 남편과 알콩달콩 행복한 결혼생활 누려요”
집 공개와 더불어 눈길을 끈 것은 이들 부부가 아직도 신혼처럼 티격태격하며 재밌게 사는 모습을 보인 것. 그는 남편에 대해 “가끔 싸울 때면 밉기도 하지만 친구같이 편안한 동반자”라고 말한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도, 부부라는 이름으로 평생 같은 길을 걸어갈 동반자로도 최고라며 남편을 치켜세운다.
“예전에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왠지 모를 경쟁심이 있었어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했기 때문에 아나운서 진양혜보다 손범수의 아내로 더 알려질까봐 의도적으로 함께 방송 하는 것은 피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 남편은 제게 둘도 없는 최고의 친구가 됐어요.”
그는 에세이집에서 남편 손범수를 ‘잎이 무성한 나무’나 ‘든든한 바위’에 비유하며 “결혼의 완성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우정으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젊은 날의 뜨거운 열정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사랑을 연습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밝힌 그의 멋진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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