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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대입 수리논술이 '최악의 시험'으로 불리는 이유

김종두 메가스터디 수리 논술 강사

2024. 12. 27

2024년 10월,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 논술 시험에서 감독관 실수로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 시험 무효 소송을 냈고 연세대는 지난 12월, 2차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중심으로 수리논술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2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자연계 2차 논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12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자연계 2차 논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대입에서 수시 전형은 수능 외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연계 논술 전형은 모든 과목에 대한 능력이 골고루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연계 소양의 기본인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과목에서 고루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전인적인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학과 과학에 섬세한 능력을 갖는 인재도 있다.

수리논술에 제기돼온 비판

11월 19일 연세대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신청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측의 집단 소송 대리인, 김정선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11월 19일 연세대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신청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측의 집단 소송 대리인, 김정선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수리논술 전형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박성이 강한 시험이라거나 ‘깜깜이 시험’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리논술 시험범위는 수학 1, 수학 2,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에 달하는 고등학교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이는 선택과목이 존재하는 2025학년도 수능 기준 2배의 시험범위에 해당한다. 반대로 문항 수는 소문항 기준 6~10개 사이다. 넓은 시험범위에 비해 문항 수가 적어,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출제되는 건 불가능하다.

학생별로 잘 아는 영역이 나오면 유리해지고, 비교적 약한 영역이 나오면 불리해질 수 있다. 물론 이런 ‘도박성’을 낮출 수 있는 학생 차원의 방법은 있다. 모든 수학 과목에서 실력이 탄탄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까지 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도 일정 부분 유효하다. 매년 3월 말 각 대학은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선행학습 보고서)를 발표한다. 각 대학에서 진행되는 대학별 고사 문제와 풀이, 선행학습의 영향 여부를 자체적으로 조사한 보고서다. 또 논술 가이드북을 통해 작년 기출 및 해설(예시 답안)을 따로 발표하기도 하지만, 선행학습 보고서가 수험생이 참고할 만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1월 27일 연세대 측이 내놓은 2차 논술 시험 관련 발표문.

11월 27일 연세대 측이 내놓은 2차 논술 시험 관련 발표문.

문제는 디테일이다. 경희대 등 학과별 합격자 평균 등을 자세히 발표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연세대와 같이 아무런 정보를 발표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합격자 평균 점수와 합격 컷이 다르고, 입시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대학도 많다 보니 문제와 해설을 알더라도 어느 정도의 점수를 확보해야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고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깜깜이 시험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 전형은 다른 전형에서 놓칠 수 있는 수험생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입 전형으로서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논술 전형에 학생부가 반영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비율이 낮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은 수학 실력이 절대적 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논술 전형에서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공정성은 시험 문제의 타당성, 시험 관리의 엄밀성, 채점 과정의 안정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논술 문제는 교과과정 내에서 풀이할 수 있으면서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 문제에 오류가 있을 시 여러 가지 말썽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류가 없도록 특히 유의해야 한다. 또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은 모든 시험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논술 시험을 실시하는 대학의 기본 책무라고 볼 수 있다. 시험지 및 시험시간, 시험 장소 등을 관리할 필요도 있다. 채점 역시 마찬가지다. 객관식 문항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풀이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채점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 부분을 외부에서 들여다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의 양심과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세대 논술 유출 논란’을 다시 돌아보며 보완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세대 논술 대환장 파티”

1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연세대 재시험 집단소송 후원자 중 한 명이 논술문제 유출 등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연세대 재시험 집단소송 후원자 중 한 명이 논술문제 유출 등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4년 10월 12일에 치러진 연세대 자연계 논술 시험은 논술 시험에서 있을 수 있는 안 좋은 상황이 모두 발생한 최악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소위 ‘1차 시험’이라고 부르는 시험의 문제점을 정리해보자. 대문항 6개가 출제됐고 이 중 4개의 대문항이 단답형이었다. 여기서 단답형이라 함은 풀이 과정은 적지 않고 답만 적으면 되는 문항을 의미한다. 총배점 100점 중 단답형의 배점은 50점이었다. 이 단답형 문제 중 4-2번 문항에서는 bn을 an으로 잘못 표기하는 오타가 있었다. 이는 기본적인 검토만 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오류다. 시험 현장에서는 10여 분 이후부터 여러 학생이 문제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의 제기는 무시되다가 시험시간 90분 중 60여 분이 지난 이후 오류에 대해 공지하고 20분이 추가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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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때부터 시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단답형임에도 불구하고 대문항 4는 난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그냥 넘겼던 수험생에게는 유리하고, 잘못된 내용이 없다는 학교의 초기 대처를 믿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했던 수험생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격이 된다. 연세대는 논술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고 학생부도 반영되지 않아서 이 한 번의 시험으로 합격 당락이 결정된다. 수능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험에서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셈이다.

좀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논술 단답형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논술은 결과 이상으로, 과정을 보는 시험이다. 답이 맞더라도 그 과정이 논리적이지 않고 우연의 결과라면 해당 문항에 대한 점수를 0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고, 답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의 논리성이 인정되면 부분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는 답만 맞히면 되는 수능 수학과의 차별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세대는 논술 시험에서 단답형 비중을 50%로 두고 있다. 이는 채점의 편이성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또 1차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 중 일부는 대학 수학 과정(로피탈 정리, 테일러 전개)을 이용하면 훨씬 더 빨리 풀 수 있었다. 만약 해당 문제가 서술형이었다면 감점할 수 있지만 단답형은 그렇지 않다. 순진하게 고교 과정으로 충실하게 문제를 푼 학생만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논술에서 단답형을 도입한 것도 문제지만, 적어도 단답형을 도입했다면 이렇게 편법이나 대학 과정을 이용하면 풀리는 문제는 엄격하게 걸러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험생이 가진 무게감만큼의 책임감을 대학 측이 갖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크게 알려진 시험 관리의 미숙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별 고사를 치를 때 대부분의 대학은 유의 사항이 써진 표지로 감싼 시험지를 배포한다. 유의 사항을 알릴 필요도 있지만, 시험지를 배포하고 공식적으로 시험이 시작되기 전 일부 수험생이 문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세대는 표지가 없다. 앞뒤 모두 문제로 가득 찬 시험지 1장과 연습지 1장, 답안 용지 1장으로 구성돼 있다.

감독관은 연습지로 시험지를 가리라고 지시하지만 시험시간 이전에 문제를 미리 볼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다 알려진 것처럼 일부 고사장에서는 시험지를 1시간여 미리 배포하고, 이후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잘못을 인지하고 다시 시험지를 걷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단순하게 시험지를 미리 배포한 것 이상으로, 시험 관리에 대한 엄격성 및 감독관 교육, 시험지의 구조 등이 얽힌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연세대는 지정 좌석제를 하지 않아 친구와 이웃 좌석에 앉을 수 있다. 답안 용지에서 단답형 답을 적는 위치가 특정된 상황에 책상 간 거리도 가까워 커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언급되고 있다. 시험지 유출 건의 중대성이 커 다른 문제점이 덜 공론화된 것일 뿐이지 크고 작은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대학 측이 논술 시험에 대한 관리 의지가 박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후 대책 역시 문제다. 문제 유출이 지적된 이후 무대책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하다 논술 시험 무효에 대한 가처분이 인용된 이후에야 연세대 측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부 수험생의 문제로 치부하며 본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수험생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입시 결과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던 연세대가 재판정에서는 청구인들의 점수와 지원 학과 합격자 컷 등을 비교하며 탈락이 확실한 청구인들의 불만 제기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까지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법적 공방이 오가는 동안 많은 수험생이 수능 준비와 타 대학 논술 대비에 피해를 받았을 가능성도 가볍지 않다.

특권에는 의무가 따른다

2024학년도 고려대 세종캠퍼스(약학) 4번 문항(왼쪽)과 2024학년도 한국외대 수리논술 7번 문항과 풀이.

2024학년도 고려대 세종캠퍼스(약학) 4번 문항(왼쪽)과 2024학년도 한국외대 수리논술 7번 문항과 풀이.

2024학년도에 출제된 논술 시험 두 문제에도 오류가 있다. 한국외대 자연계 논술 시험의 마지막 7번 문항은 수학 2 도함수의 활용에 관한 것이었다. 선행학습 보고서를 통해 제시된 기출 문제를 보면 7번 소문항(2) 자체에 오류가 있어 풀이 역시 맞지 않는다. 100점 만점에서 10점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합격 컷 근처에 학생들이 촘촘하게 배치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얼마든지 합격자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선행학습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2024학년도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약학 계열 수리논술 대문항 4의 경우 문제 자체는 오류가 없지만 풀이에서 잘못된 점이 발견된다. 이를 통해 채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문항은 총배점 350점 중 90점을 차지한다. 이러한 오류에 대해 제대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후 시험 검토에서도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험에 대한 공정성뿐만 아니라 이를 검토하고 보완하는 시스템마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술 시험은 상대적으로 상위권인 대학이 시행하는 특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수험생이 원하는 대학만이 실시할 수 있는 시험이다. 적지 않은 수험생이 논술 전형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논술을 시행하는 일부 대학에서는 수험생 노력과 비교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논술 시험을 시행하는 모든 대학이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출제하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걸음 나아가 더 이상 논술이 깜깜이 시험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입시 결과에 대한 충실한 정보를 수험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 역시 대학별 고사가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연대논술 #수리논술 #여성동아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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