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예능감’으로 꼽히는 가수 출신 방송인 탁재훈(48·본명 배성우)이 오랜 공백을 깨고 3월 말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13년 12월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돼 연예계를 떠났으니 꼭 2년 4개월 만이다. 그의 복귀작은 채널A 〈오늘부터 대학생〉과 Mnet 〈음악의 신2〉. 〈오늘부터 대학생〉은 늦깎이 대학생이 된 연예인들의 파란만장한 캠퍼스 생활을 그리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갖가지 사연으로 대학 생활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네 명의 연예인이 복학생으로 출연하는데 탁재훈도 그중 한 명이다. 〈음악의 신2〉는 혼성 그룹 룰라 출신의 프로듀서 이상민과 탁재훈이 각각의 이니셜을 따 LTE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 오디션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풍자한 모큐멘터리다. 모큐멘터리란 ‘흉내 내다’라는 의미의 모크(mock)와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합성어.
〈음악의 신2〉는 3월 30일부터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먼저 방송됐는데, 그에 앞서 탁재훈을 만날 수 있었다. 3월 22일 저녁, 서울 홍대 근처에서 열린 〈음악의 신2〉 기자간담회에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 활동을 중단했을 당시 그는 떠들썩한 이혼소송을 치르며 아내가 제기한 여자 문제와 “가정에 소홀했다”는 주장으로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뻔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의혹은 지난해 3월 〈디스패치〉의 보도로 말끔하게 해소됐다.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던 이혼소송도 같은 해 4월 합의 이혼으로 마무리됐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 상대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재주도 여전했다. 〈음악의 신2〉 시청자들도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디스’하며 신선한 웃음을 자아내는 그에게 “예능감이 녹슬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3월 22일에 진행한 인터뷰와 4월 18일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제주도에 집 한 채를 빌려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우선은 자기반성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죠. 처리할 일이 있을 때는 서울에 있다가 조금 시간이 나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거기 가 있었어요. 아이들 볼 때면 다시 서울로 오고(탁재훈의 딸과 아들은 전 부인이 키우고 있다).
▼ 아이들을 자주 보러 가나요.
한 달에 4~5번은 만나요. 아이들에게 전화도 자주 오고요.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고,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인데 그룹 ‘방탄소년단’ 팬이에요. 큰아이가 멤버 중 특히 슈가를 좋아해 제가 만날 시달리고 있어요(웃음). 쉴 때는 아이들과 제주도에도 같이 가고, 곤지암으로 2박 3일 여행도 다녀왔어요. 방학 때는 셋이서 같이 놀러 다니고, 학교 다닐 때는 토요일, 일요일을 이용해 만나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저와 떨어져 지내는 걸 힘들어할까, 방황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만나면 오히려 저를 챙겨주더라고요. 가족이 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주고요. 저와 있을 땐 저한테 맞추고, 엄마와 있을 땐 엄마한테 맞추는 것 같아요.
▼ 방송인으로 승승장구하다가 하던 일을 모두 못하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막막하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어요. 그런데 당시 방송을 그만둔 게 저뿐만이 아니었잖아요.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됐죠. 서로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 이혼소송 과정에서 전 부인이 제기한 의혹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게 억울하지 않았나요.
누구를 원망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그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쉽죠. 연예인은 한번 이미지가 실추되면 나중에 결백하다는 것이 밝혀져도 잘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합의 이혼’으로 끝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었어요. 그 때문에 상처 받을 아이들도 마음에 걸렸고요. 더 길어져서 좋을 게 없겠다 싶었던 거죠.
없어요. 댓글을 잘 보진 않지만 어쩌다 보면 맞는 말이 많더라고요.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서 현명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더라고요. 또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고 해서 굳이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어요. 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좋아요. 진심 어린 충고는 잘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다만 이런 게 싫은 거죠. 진실을 모르면서 멋대로 이야기하는 거나 잘 모르면서 이미지만 보고 얘기하는 거요.
▼ 이혼한 뒤 ‘허름한 동네에서 힘들게 산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 저 지금 (서울 용산구의 부촌) 동부이촌동에 사는데. 사실 힘들어도 티를 잘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언뜻 보시면 힘든지 안 힘든지 잘 모르실 거예요.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쉴 때는 수면제를 몇 번 먹었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그런데 그거 먹고 푹 자니까 피곤만 싹 풀렸어요. 하하.
▼ 쉬는 동안 응원해준 동료가 있나요.
많아요. 쉬는 와중에도 많은 분들하고 연락하고 지냈거든요. 강호동 씨와 얼마 전에 만났고, 이수근 씨도 만났고, 신동엽 씨와도 만나 밥 먹고….
▼ ‘단짝’ 신정환 씨와도 연락한 적이 있나요.
신정환 씨가 싱가포르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기 이틀 전에 가서 만나고 왔어요. 본인이 직접 공사도 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열심히 살더라고요. 신정환 씨에게 복귀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이건 제 느낌이지만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다만 아직 주변 정리가 안 돼서, 복귀 결정은 여러 가지 상황과 대중의 의견을 살펴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조건부 편성이었던 〈음악의 신2〉가 5월 5일부터 TV에서 방송되더군요.
다 열심히 시청하고 응원해주신 시청자들 덕분이에요. 그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가짜 다큐멘터리인) 페이크 다큐지만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음악의 신2〉 온라인 공개분은 Mnet의 방송 편성 기준이던 ‘조회수 2백만 건’과 응원 캠페인의 ‘찬성 투표자 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러브 콜을 보냈는데, 왜 더 빨리 복귀하지 않았나요.
서두르고 싶지 않았어요. 노홍철 씨와 이수근 씨가 먼저 복귀했을 때도 저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어요.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11월 뮤지를 통해 〈음악의 신2〉 박준수 PD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3개월이 지나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프로그램 구상이 거의 다 됐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그때도 복귀에 대해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는데, 자연스럽게 〈음악의 신2〉를 하게 됐죠.
사실 어떤 때는 방송을 다시 하고 싶었고, 어떤 땐 아예 방송계를 떠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TV에 동료들이 나와서 심심하게 얘기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게 재미있었으면 복귀할 생각을 별로 안 했을 텐데, 많은 분들이 몸을 사리며 착하게 방송하더라고요(웃음).
▼ 최근 MBC의 출연 금지 조치가 풀려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는데, 그때는 재미있었나요.
다 낯익은 친구들이라 반갑고 즐거웠는데, 약간 몸 풀릴 때 되니깐 끝나더라고요. 아쉽지만 뒤에 또 녹화가 있어서 더 머무를 수 없었어요. 그래도 ‘돌직구’를 날리는 김구라에게 밀리지 않은 데 만족합니다.
▼ 〈오늘부터 대학생〉에 출연한 동기는 뭔가요.
대학교 생활이 너무 그리웠고, 무엇보다 (출연료가) 그 정도인 줄 몰랐어요. 하하하. 솔직히 말해 그거 하면 먹고 살 것 같았어요(웃음). 설득에 못 이겨서 시작한 부분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 지금 출연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라디오스타〉와 〈SNL 코리아〉에는 게스트로 출연했고, 고정 출연 제의가 들어온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아직 결론은 안 났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속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좀 철이 든 것 같아요. 그게 걱정이에요. 철들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까 방송할 때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웃음). 방송 복귀를 앞두고 실은 다시 편하게 웃으며 방송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내가 복귀하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럽게 해도 될까, 아니면 계속 사죄하는 표정을 지어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어느 쪽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더라고요.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본분을 다하는 쪽으로 가려고요.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가 생명이니까요.
▼ 예능감과 순발력은 타고난 것 같아요. 유전자 덕분인가요.
지금 농담하면 좀 먹히는 건 할머니 영향이 커요. 할머니가 진짜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할머니한테 유머를 많이 배웠는데, 싸움도 되게 잘하셨어요. 옛날 분인데도 순발력과 재치가 장난 아니셨어요.
▼ 낙천적인 성격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죠. 짜증 내면서 계속 불만을 갖고 살면 저만 피곤할 것 같아요.
▼ 앞으로 꼭 이루고픈 소망이 있나요.
큰 욕심은 없어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픈 욕심도, 돈 욕심도 없고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현재에 감사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앞으로 제가 한 약속을 지키면서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고 싶어요.
〈음악의 신2〉는 3월 30일부터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먼저 방송됐는데, 그에 앞서 탁재훈을 만날 수 있었다. 3월 22일 저녁, 서울 홍대 근처에서 열린 〈음악의 신2〉 기자간담회에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 활동을 중단했을 당시 그는 떠들썩한 이혼소송을 치르며 아내가 제기한 여자 문제와 “가정에 소홀했다”는 주장으로 재기불능의 상태가 될 뻔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의혹은 지난해 3월 〈디스패치〉의 보도로 말끔하게 해소됐다.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던 이혼소송도 같은 해 4월 합의 이혼으로 마무리됐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 상대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재주도 여전했다. 〈음악의 신2〉 시청자들도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디스’하며 신선한 웃음을 자아내는 그에게 “예능감이 녹슬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3월 22일에 진행한 인터뷰와 4월 18일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혼자 지내는 아빠를 걱정하는 아이들
▼ 방송을 쉬는 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었어요. 이혼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도 당했다고 들었는데,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요.제주도에 집 한 채를 빌려 거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우선은 자기반성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죠. 처리할 일이 있을 때는 서울에 있다가 조금 시간이 나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거기 가 있었어요. 아이들 볼 때면 다시 서울로 오고(탁재훈의 딸과 아들은 전 부인이 키우고 있다).
▼ 아이들을 자주 보러 가나요.
한 달에 4~5번은 만나요. 아이들에게 전화도 자주 오고요.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고, 큰아이는 중학교 1학년인데 그룹 ‘방탄소년단’ 팬이에요. 큰아이가 멤버 중 특히 슈가를 좋아해 제가 만날 시달리고 있어요(웃음). 쉴 때는 아이들과 제주도에도 같이 가고, 곤지암으로 2박 3일 여행도 다녀왔어요. 방학 때는 셋이서 같이 놀러 다니고, 학교 다닐 때는 토요일, 일요일을 이용해 만나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저와 떨어져 지내는 걸 힘들어할까, 방황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만나면 오히려 저를 챙겨주더라고요. 가족이 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주고요. 저와 있을 땐 저한테 맞추고, 엄마와 있을 땐 엄마한테 맞추는 것 같아요.
▼ 방송인으로 승승장구하다가 하던 일을 모두 못하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막막하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어요. 그런데 당시 방송을 그만둔 게 저뿐만이 아니었잖아요.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됐죠. 서로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 이혼소송 과정에서 전 부인이 제기한 의혹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게 억울하지 않았나요.
누구를 원망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그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쉽죠. 연예인은 한번 이미지가 실추되면 나중에 결백하다는 것이 밝혀져도 잘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합의 이혼’으로 끝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소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게 싫었어요. 그 때문에 상처 받을 아이들도 마음에 걸렸고요. 더 길어져서 좋을 게 없겠다 싶었던 거죠.
쉬면서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도 받고 위안도 얻어
▼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화난 적은 없나요.없어요. 댓글을 잘 보진 않지만 어쩌다 보면 맞는 말이 많더라고요.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서 현명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더라고요. 또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고 해서 굳이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어요. 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좋아요. 진심 어린 충고는 잘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다만 이런 게 싫은 거죠. 진실을 모르면서 멋대로 이야기하는 거나 잘 모르면서 이미지만 보고 얘기하는 거요.
▼ 이혼한 뒤 ‘허름한 동네에서 힘들게 산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 저 지금 (서울 용산구의 부촌) 동부이촌동에 사는데. 사실 힘들어도 티를 잘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언뜻 보시면 힘든지 안 힘든지 잘 모르실 거예요.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쉴 때는 수면제를 몇 번 먹었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그런데 그거 먹고 푹 자니까 피곤만 싹 풀렸어요. 하하.
▼ 쉬는 동안 응원해준 동료가 있나요.
많아요. 쉬는 와중에도 많은 분들하고 연락하고 지냈거든요. 강호동 씨와 얼마 전에 만났고, 이수근 씨도 만났고, 신동엽 씨와도 만나 밥 먹고….
▼ ‘단짝’ 신정환 씨와도 연락한 적이 있나요.
신정환 씨가 싱가포르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기 이틀 전에 가서 만나고 왔어요. 본인이 직접 공사도 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열심히 살더라고요. 신정환 씨에게 복귀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이건 제 느낌이지만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다만 아직 주변 정리가 안 돼서, 복귀 결정은 여러 가지 상황과 대중의 의견을 살펴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조건부 편성이었던 〈음악의 신2〉가 5월 5일부터 TV에서 방송되더군요.
다 열심히 시청하고 응원해주신 시청자들 덕분이에요. 그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가짜 다큐멘터리인) 페이크 다큐지만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음악의 신2〉 온라인 공개분은 Mnet의 방송 편성 기준이던 ‘조회수 2백만 건’과 응원 캠페인의 ‘찬성 투표자 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러브 콜을 보냈는데, 왜 더 빨리 복귀하지 않았나요.
서두르고 싶지 않았어요. 노홍철 씨와 이수근 씨가 먼저 복귀했을 때도 저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어요.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11월 뮤지를 통해 〈음악의 신2〉 박준수 PD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3개월이 지나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프로그램 구상이 거의 다 됐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그때도 복귀에 대해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는데, 자연스럽게 〈음악의 신2〉를 하게 됐죠.
사실 어떤 때는 방송을 다시 하고 싶었고, 어떤 땐 아예 방송계를 떠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TV에 동료들이 나와서 심심하게 얘기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게 재미있었으면 복귀할 생각을 별로 안 했을 텐데, 많은 분들이 몸을 사리며 착하게 방송하더라고요(웃음).
▼ 최근 MBC의 출연 금지 조치가 풀려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는데, 그때는 재미있었나요.
다 낯익은 친구들이라 반갑고 즐거웠는데, 약간 몸 풀릴 때 되니깐 끝나더라고요. 아쉽지만 뒤에 또 녹화가 있어서 더 머무를 수 없었어요. 그래도 ‘돌직구’를 날리는 김구라에게 밀리지 않은 데 만족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고 싶어
탁재훈은 〈음악의 신2〉보다 빨리 방송 편성이 확정된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대학생〉으로 먼저 TV에 출연했다. 4월 16일 첫 방송의 반응은 탁재훈의 성공적인 재기를 조심스럽게 낙관해도 좋을 정도였다.▼ 〈오늘부터 대학생〉에 출연한 동기는 뭔가요.
대학교 생활이 너무 그리웠고, 무엇보다 (출연료가) 그 정도인 줄 몰랐어요. 하하하. 솔직히 말해 그거 하면 먹고 살 것 같았어요(웃음). 설득에 못 이겨서 시작한 부분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 지금 출연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라디오스타〉와 〈SNL 코리아〉에는 게스트로 출연했고, 고정 출연 제의가 들어온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아직 결론은 안 났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속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좀 철이 든 것 같아요. 그게 걱정이에요. 철들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까 방송할 때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웃음). 방송 복귀를 앞두고 실은 다시 편하게 웃으며 방송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내가 복귀하자마자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럽게 해도 될까, 아니면 계속 사죄하는 표정을 지어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어느 쪽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더라고요.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본분을 다하는 쪽으로 가려고요.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가 생명이니까요.
▼ 예능감과 순발력은 타고난 것 같아요. 유전자 덕분인가요.
지금 농담하면 좀 먹히는 건 할머니 영향이 커요. 할머니가 진짜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할머니한테 유머를 많이 배웠는데, 싸움도 되게 잘하셨어요. 옛날 분인데도 순발력과 재치가 장난 아니셨어요.
▼ 낙천적인 성격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죠. 짜증 내면서 계속 불만을 갖고 살면 저만 피곤할 것 같아요.
▼ 앞으로 꼭 이루고픈 소망이 있나요.
큰 욕심은 없어요.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픈 욕심도, 돈 욕심도 없고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현재에 감사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앞으로 제가 한 약속을 지키면서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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