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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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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사절’ 두산 베어스 vs. ‘고기 3종’ SK 와이번스

미순랭 가이드 | THE MICHUNLIN GUIDE | 구내식당

EDITOR 정희순

2018. 06. 11

야구 강호들이 맞붙었다. 2018 프로야구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다. 구내식당에서 먹고 보는 한국시리즈.


회사 구내식당을 소개하고 싶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자랑도 좋고, 고발도 환영이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맛점’ 하는 그날까지 정희순 기자의 ‘구내식당 미순랭 가이드’는 계속될 예정이다. 제보 hsjung@donga.com 혹은 인스타그램 @michunlin_guide

두산 베어스


야구계의 절대 강자 두산 베어스. 지난해엔 KIA 타이거즈에 아쉽게 우승 자리를 내줬지만, 2015 · 2016년 프로야구 우승은 모두 두산 베어스의 차지였다. 올해도 분위기는 좋다. 5월 16일 현재까지 두산 베어스는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한 차례도 놓친 적이 없다. 연고지가 서울인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와 함께 서울 잠실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다. 구내식당도 같이 쓴다. 양 팀의 홈 경기 일정이 겹치는 날은 드물기 때문에 양 구단 선수들이 식당에서 마주치는 건 잠실야구장에서 두 구단이 맞붙는 날뿐이다. 구내식당은 야구장 홈 플레이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운영은 아워홈이 맡고 있다. 이곳은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 한국야구위원회(KBO), 응원단 등만 이용이 가능하다. 중식과 석식을 제공하는데, 석식 시간은 오후 4시 30분부터 7시까지로 다른 구내식당에 비해 이른 편이다. 이는 평일 저녁 야구 경기 시작 시각이 6시 30분이기 때문. 

지난 5월 11일 이곳을 찾았다. 야구 채널로 고정된 벽걸이 TV, 배식 코너 전면에 도배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한눈에 봐도 야구장 구내식당이다. 오후 4시 30분 무렵이 되자 낯익은 선수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선다. 상남자 매력 ‘뿜뿜’인 캡틴 오재원 선수, 올 시즌 타율 1위를 자랑하는 양의지 선수가 보인다. 식당에서 만루 홈런을 친 기분이다. 

장시간 힘을 써야 하는 선수들이기에 분명 많이 먹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김은영 영양사는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오히려 많이 먹지 않는다. 포만감이 경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도 굉장히 짧다”라고 설명했다. 김 영양사는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고탄수화물 · 고열량 식단을 짜는 편이다. 오늘 나온 토마토스파게티는 일주일 전 김재호 선수가 요청한 메뉴”라고 덧붙였다. 식당에서 만난 김재호 선수의 접시엔 다른 메뉴 없이 토마토스파게티만 담겨 있었다. 김 영양사는 “3년가량 이곳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식재료로 ‘미역’을 사용한 적이 없다. 찜찜해서다. 경기가 길어질 때 간식으로 김밥을 준비하면 이긴다는 속설도 잘 따르는 편”이라며 선수들의 승리를 기원했다.

또 올게요!



선수들의 연령이 20~30대에 포진해 있어서일까. 나물은 찾아보기 어렵고 ‘초딩 입맛’에 맞춰진 메뉴가 많은 편이다. 인기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치어리더들과 함께 배식받는다는 사실은 단점이다.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는 두 게임 차로 2위에 머물고 있지만, 팀 홈런 1위로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5월 16일 기준). 지난 2000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것만도 세 차례(2007 · 2008 · 2010). 연고지가 인천인 SK 와이번스의 홈 구장은 ‘문학구장’으로 불리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여기도 구내식당이 있다. 하지만 “원정 경기 때는 선수단 숙소 레스토랑에서 해결하거나 별도로 계약된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한다”는게 홍보팀의 설명이다. 

그렇게 찾은 곳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호텔 리베라 청담. 잠실야구장에서 승용차로 불과 5~10분 거리에 위치한 3성급 호텔이다. SK 와이번스 소속 선수들은 잠실야구장에서 경기가 있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한다. 호텔 관계자는 “야구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우리 호텔을 이용한다. 최근 15년 동안 프로야구 우승은 2015년과 2016년만 제외하고 전부 우리 호텔을 이용한 팀이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선수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 비스타다.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사실 야구 선수들이 먹는 메뉴는 별도로 준비된다. 보통 선수들의 식사는 4인 테이블에 한상 차림으로 제공된다. 평일 점심 식사 시간은 보통 오후 1~2시 사이. 선수들이 내려오기 20분 전쯤 밑반찬이 세팅되고, 선수들이 속속 도착하면 그때그때 조리된 음식들을 내놓는 식이다. 

식당 요정이 이곳을 찾은 날은 지난 5월 16일 점심. 오후 1시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처음으로 식당에 들어선 데 이어 김광현 · 로맥 등 SK 와이번스 소속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다. 호텔 관계자는 “작년에 새로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은 처음엔 햄버거를 따로 요청해서 드셨으나, 이제는 한식에 잘 적응하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식 3종 세트를 무조건 메뉴에 포함시키고 매 끼니 선수들이 좋아하는 전골 요리를 내고 있다”며 “올해도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우승팀을 위한 연회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올게요!

젓갈부터 전골까지, 한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덮어놓고 먹었다간 ‘도루’는 불가능할 것 같다. 선수들은 경기 전인 점심은 적게 먹고 경기 후인 저녁에 많이 먹는다는데 저녁 식사 때도 한번 와보고 싶다.

사진 박해윤 지호영 기자 뉴스1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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