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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이름, 아빠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상윤 소울샵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2015. 12. 18

가수 김태우는 아빠가 된 후의 삶이 새롭다. 아픈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으며,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정성과 관심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3남매의 아빠가 된 김태우와 그의 가족들을 만났다.

김태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이름, 아빠
가수 김태우(34)는 최근 두 딸 소율(4) · 지율(3)의 옷을 정리했다. 아이들이 훌쩍 자라면서 안 입는 옷들을 따로 담았더니 몇 박스나 됐다. 배냇저고리부터 우유에 찌든 내복까지, 아이 물건이라면 보물처럼 다루던 그가 큰맘을 먹고 옷을 정리한 건 다름 아닌 ‘담도폐쇄증 환아 돕기 베이비 바자회’에 내놓기 위해서였다. 한국 CPI협회와 김태우가 운영하는 연예 기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행사로, 그가 병명조차 생소한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내 김애리(34) 씨 덕분이다.
“지인의 아이가 담도폐쇄증에 걸렸어요. 신생아 희귀 질환으로,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담즙을 보내는 통로인 담관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막혀 담즙이 소화관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는 질병이라고 해요. 원인도 뚜렷하지 않고 굉장히 고통스러운데, 수술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대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태우 씨도 마찬가지고요.”(김애리)
“이번 바자회는 아내가 거의 다 준비했어요. 가족이 생기고 나서 이런 일을 접하면,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돼요.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가 아프면 온 식구들이 다 힘들잖아요.”(김태우)

god 막내의 드라마틱한 변신

김태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이름, 아빠
11월 7일 열린 바자회에서는 김태우 가족이 내놓은 옷과 소장품, 여러 브랜드에서 기증한 옷들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담도폐쇄증 환우회에 기부했다.
“옷을 정리한 덕분에 집이 넓어졌어요. 저희는 의미 있는 일을 하니까 좋고, 사는 사람들은 싸게 사니까 좋고… 모두가 즐거운 행사였어요. 아직 미혼인 팬들이 많은데도 조카나 친구 아이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더라고요.”
바자회뿐 아니다. 김태우는 결혼 후 다양한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페인팅을 통해 거리 환경을 아름답게 바꾸는 ‘해피컬러 프로젝트’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1월 1일에는 삼성동 ‘음식문화특화거리’를 아름답게 바꾸어놓았다.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60여 명이 재능 기부로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변화가 시각적으로 금방 드러나는 덕분에 참가자들과 지역민들에게 모두 만족도가 높다.
“SNS를 통해 프로젝트가 실시간으로 알려지면서, 행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찾아오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곳을 지나던 외국인들도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요. 행사를 진행하면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어요. 예쁜 색이나 그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뿐더러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거든요. 이번에는 지율이와 소율이도 함께했는데, 차음엔 신나게 칠하더니 금방 차에 들어가서 자더라고요(웃음). 잘 시간이 된 거죠. 아직은 어려서 나눔이나 봉사가 뭔지 잘 모르지만 저희가 부지런히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자신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이것저것 하다 보면 습관처럼 몸에 밸 거라고 믿어요.”       

보석 같은 세 아이, 소율 · 지율 · 해율  

 S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익히 알려졌듯, 2011년 결혼 후 두 딸을 얻고 나서 국가대표급 ‘딸 바보’가 된 김태우는 석 달 전 아들을 하나 더 얻어 다둥이 아빠가 됐다. 막내 ‘해율’이라는 이름은 첫째 소율이가 태어났을 때 미리 지어 둔 것이다. 아이들 각각의 이름은 ‘하늘의 법칙(소율)’ ‘땅의 법칙(지율)’ ‘바다의 법칙(해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딸-딸-아들 이렇게 셋을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꿈이 이루어졌어요(웃음). 곧 백일이 되는 막내 해율이는 태어날 때 작아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많이 컸어요. 성격도 순한 편이라 손을 많이 타지도 않고요. 이런 말씀드리면 팔불출 같지만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얼마 전에는 ‘정글의 법칙’ 촬영을 갔다가 열흘 만에 집에 들어갔더니 두 딸이 ‘아빠!’하고 달려와서 다리를 한쪽씩 잡더라고요. 그 상태로 걸어도 그냥 다리에 매달려 있었어요. ‘지금은 다리를 잡고 있지만, 더 자라면 포옹을 하겠지?’하고 생각하면… 좀 이상해요.”
이들 가족이 방송에 출연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그들 가족의  생활 방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는 사람이 많지만, 그 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제는 아이들도 자기들이 TV에 나온다는 걸 알고, 화면에 우리 집이 나오면 재미있어해요. 그래도 아이들 기사 밑에 악플이 달리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안 좋죠. 저는 이제껏 악플에 신경 써본 적이 없는데, 가족은 다르더라고요. 방송 덕분에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건 감사하지만 그런 부분은 속상하고 화가 나요. 얻는 게 있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는가 봐요.”
사실 김태우는 요즘 넘쳐나는 육아 예능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 god 멤버들의 좌충우돌 육아 이야기를 담은 MBC ‘목표 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는 평균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998년 데뷔한 god가 인기 그룹으로 부상한 데는 여기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도 한몫했다. 당시 열아홉 살에 불과한 팀의 막내임에도 가장 어른스럽게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김태우는 이제 ‘저출산 인식 개선 홍보대사’로, 출산 장려에 앞장서고 있다.      
“사람들마다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많이 낳으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아이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사랑과 정성이 필요한데, 저희 또래만 해도 자기에게 투자하는 돈과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낳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게 돼요. 저 역시 3남매 중 막내인데, 제 아이들을 키우면서 비로소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셨는지 깨닫게 됐어요. 물론 부모님은 그걸  희생이라고 생각지 않으세요. 가족이 있어서 더 든든하고, 행복하다고 여기시죠.”    
김태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이름, 아빠

김태우 가족은 11월 초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담도폐쇄증 환우회에 기부했다.


가수로서 인기보다 따뜻한 집이 좋아

김태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이름, 아빠
최근 김태우의 아내 김애리 씨는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브랜드 두두베베(DuDuBeBe)를 론칭했다. 두두베베는 ‘가족을 위한 자연 에너지’를 모토로 삼고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태우는 이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여러모로 아내에게 힘이 돼줬다. 11월 15일 열린 론칭 행사에는 god 데니 안, 인순이, 솔비 등 많은 연예인이 참석했고, 그가 직접 나서 노래까지 불렀다.
“브랜드 컬러인 ‘파우더 블루’는 남편이 좋아하는 색깔이에요. 또 디자인적인 부분부터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남편이 이런 분야에 감각이 뛰어난 편이라  항상 저를 놀려요. ‘필이 없다’고(웃음).”(김애리)
김태우가 아내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학업을 중단하고 자신과 결혼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던 것.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캠퍼스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김애리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서울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김태우와 결혼하면서 커리어를 접었다.
“결혼 전 소율이를 가졌어요. 준비 없이 부모가 되다 보니 아이 키우는 게 많이 서툴렀죠.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아이들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마침 아내가 생명공학을 전공한 터라, 전문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두두베베를 론칭하게 됐죠. 앞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김태우는 요즘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며 솔로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연말에는 god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무려 5일 연속 공연이다. 그는 god 이야기가 나오자 소율이 아빠도,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도 아닌 장난기 넘치는 막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희한한 게, god 형들만 만나면 막내로 돌아가요. 사실 인생은 제가 가장 선배인데(웃음). god로 데뷔해서 어린 나이에 큰 사랑을 받았고, 돈도 많이 벌었고…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정상적인 생활은 아니었어요. 항상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죠. 낮에 멤버들과 함께 있거나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행복한데,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어요. 그러다 보니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고, 술을 마시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비슷한 패턴일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땅에 든든하게 발을 딛고 서 있는 느낌이에요. 언제든 저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반겨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느꼈지만 김태우는 지독한 가족지상주의자다. 아내, 아이들과 함께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갈 것 같은 이 남자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지금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고, 아이들이 더 자란 후에도 지금처럼 친구 같은 아빠로 남고 싶어요. 주위를 둘러보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도 되면 좋겠고요. 팬들께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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