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와이셔츠에 검정재킷 차림의 탤런트 이훈(34)에게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 ‘박태수’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11월 초부터 전파를 탄 SBS 금요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에서 철없고 방탕한 재벌 2세 강계필로 변신한 그는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부잣집 아들을 연기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동안 주로 건달이나 가난한 집 아들 역을 맡았기 때문에 처음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무척 낯설었어요. 예전에는 낡은 청바지나 작업복, 군복을 입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멋진 디자인에 화려한 색상의 정장을 입거든요. 하지만 계필은 기존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2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에요. 스타일이나 매너가 좋지 않은데다 매번 사고만 저지르는 철부지거든요(웃음).”
‘아들 찾아 삼만리’는 잃어버린 자식을 5년 동안 애타게 찾는 미혼모 순영과 그 아이를 얼떨결에 데려다 기른 총각아빠 계필이 아이를 놓고 다투다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코미디. 이훈은 아이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부성애를 느끼는 계필을 연기한다.
이훈은 ‘사랑과 야망’ 이후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훈은 2000년 결혼한 부인 김혜진씨와의 사이에 여섯 살배기 큰아들 우와 지난해 태어난 둘째 아들 정을 둔 아빠. 하지만 그는 “촬영장에서는 극중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가 스스럼없이 ‘아빠’라고 부를 만큼 다정한 아빠지만 집에서는 아이들과 살갑게 놀아주지 못하는 불량아빠”라고 말한다. 마트에서 카트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 이마에 피멍이 든 큰아들에게 “울지 마”라고 다그치는가 하면 가족여행을 떠나서도 정해진 스케줄대로 무리하게 이동하다가 아이에게 코피를 흘리게 하는 터프한 아빠라고.
“아이들한테 참 미안해요. 특히 요즘에는 드라마 촬영과 스포츠센터 운영 등을 핑계로 아이들과 못 놀아주고 있거든요. 큰아이는 이제 제가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는 게 더 익숙한가 봐요. 제가 없으면 자기가 집에서 대장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좋아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두 아이와 매일 씨름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죠. 다행히 부족한 저를 잘 이해해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앞으로는 가정 일에 좀 더 신경 쓰고 사랑 표현을 잘하는 가장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빠, 진실된 연기 펼치는 배우 되는 게 꿈”
지난해 12월 ‘사랑과 야망’에서 호흡을 맞췄던 탤런트 정애리·조민기와 함께 아프리카 우간다 북부 글루 지역의 소년병 지원센터를 방문, 에이즈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전달했던 그는 연예인 봉사단체인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이하 따사모)’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봉사활동이 제게는 의무예요. 지금껏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상대역을 맡은 (소)유진이도 따사모 회원이라 촬영장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자주 만나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무척 예뻐서 오래전 의남매를 맺었죠(웃음). 봉사활동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많은 점을 느끼고 배워요.”
“‘사랑과 야망’을 통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는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그동안 색깔 없는 배우로 살았어요. 한동안 오락 프로그램 MC나 게스트로 활동하다 보니 연기자로서의 위치도 더 좁아졌죠. ‘사랑과 야망’을 하면서 솔직히 힘든 점이 많았고 김수현 선생님께 혼도 났지만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어요. 사실 이 드라마 대본을 받았을 때 여태껏 해보지 않은 재벌 2세 역이라 부담스러웠는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도전할 수 있었어요.”
소주 6병을 마셔도 끄떡없는 연예계의 소문난 주당이지만 요즘 그는 술자리를 되도록 줄이고 연기에 몰입하려 애쓴다고 한다. 쉬는 동안 몸 관리를 소홀히 해 살이 많이 쪘는데, 균형 잡힌 몸매를 되찾기 위해 요즘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철부지 재벌 2세지만 화면에는 멋지게 나와야 하잖아요(웃음). 근육량을 줄여 슬림한 체형을 만들기 위해 틈틈이 운동하고 있어요. 주위에서 오락 프로그램에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냐고 묻기도 하는데, 당분간 연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연기자 이훈으로서 인정받은 뒤 다른 활동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기를 하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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