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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girl_crush

On My Way ‘국민 여사친’ 김지원의 리얼웨이

editor 김지영 기자

2017. 09. 13

드라마 〈쌈, 마이웨이〉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지원.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수 연습생으로 출발해 주연 배우로 우뚝 선 그의 인생 중간 결산 보고서.

높은 취업 장벽에 가로막혀 꿈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고충과 보잘것없는 스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여주인공 최애라도 그런 이유로 아나운서의 꿈과 거리가 먼 백화점 안내 데스크 직원으로 일한다. 그러다 우연히 방송실 마이크를 잡으면서 잊고 있던 자신의 꿈과 정면으로 마주한 최애라는 불굴의 도전을 거듭해 킥복싱 리그 진행자로 링 위에 선다. 그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은 이 시대 청춘들의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배우 김지원(25)에게 최고의 나날을 선사했다.

그 덕분에 청춘의 아이콘이자 ‘국민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으로 떠오른 그를 7월 말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민낯에 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기자 앞에 나타난 그의 첫인상은 두 가지를 짐작게 했다. 드라마에서 연기한 최애라처럼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과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멘탈’을 지녔다는 것. 하지만 이 얘기를 들은 그는 손사래를 쳤다. 

“최애라와 닮은 부분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싱크로율은 50% 정도예요. 실제로는 최애라처럼 제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한 걸 바로바로 표현하는 최애라를 연기하면서 속이 시원했어요. 제 성격과 달리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최애라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꼈다고 할까요. 하하.”

〈쌈, 마이웨이〉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무엇보다 최애라 캐릭터에 끌렸어요. 그동안 딱딱하거나 이지적이거나 정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최애라는 밝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잖아요. 촬영할 때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대본에 매이지 않고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허용해주는 현장이어서 대사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주연을 맡은 넷이 모이면 너무 웃어서 NG가 나곤 했죠.

극에서처럼 어릴 때부터 친분을 이어온 친구들이 있나요.  
이성은 없고 동성은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16~17년째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이죠. 무조건 저를 지지하고 언제나 제 편인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자주는 못 봐도 작품이 없을 때는 가끔 만나요. 드라마 속 단짝인 설희(송하윤)랑 있을 때 제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덕분에 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죠.



그동안 러브 라인을 그린 상대 배역 가운데 이상형이 있나요.  
작품을 할 때 만나는 상대 캐릭터가 제 이상형이 되는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서 보다 보니 상대 캐릭터의 매력에 반하게 되더라고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서대영(진구)은 스스로 아픔을 감내하며 자기 여자를 지켜주는 진중한 남자였죠.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박서준 씨가 연기한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은 자기 속내를 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늘 같이 손잡고 가는 느낌이어서 함께하는 매 순간이 든든하고 편안했어요. 이민호 씨가 맡았던 〈상속자들〉의 김탄은 제가 연기한 유라헬에겐 나쁜 남자였지만 싫지 않았어요. 시청자들이 나쁜 남자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듯 저도 비슷한 지점에서 끌렸던 것 같아요. 유라헬을 밀어내면서도 라헬이가 힘들어할 때는 옆에서 위로하는 따뜻한 친구여서 제가 그런 면에 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는 어떤 연애를 추구하나요.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편안한 만남을 추구해요. 연애 상대도 제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좋고요.

주위에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 있나요.
몇 명 있어요. 손에 꼽을 정도인데 같은 직업군에는 없어요.

김지원은 2010년 ‘롤리팝’ CF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상큼한 외모에 힘입어 CF 스타로 주목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드라마 〈왓츠 업〉 〈아름다운 그대에게〉 〈연애를 기대해〉 등을 통해 연기의 기본기를 다진 그는 2013년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는다. 김 작가와 작업한 두 번째 작품 〈태양의 후예〉는 그를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다. 




얼마 전 김은숙 작가가 친한 배우로 김지원 씨를 언급했어요.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가 ‘스케치북 고백’이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원래 주변 사람 챙기는 걸 좋아해요. 특히 김은숙 작가님은 제게 늘 감사한 분이어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 제 진심을 스케치북에 담아 전했죠.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친구의 아내에게 고백하는 한 남자처럼요. 〈상속자들〉 끝나고 광고를 찍으며 받은 과자랑 함께 드렸는데 내심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그 모습을 귀엽게 보신 것 같아요(웃음). 김은숙 작가님이 부르면 저는 언제든 콜이에요. 제 마음의 1순위니까요.

살면서 최애라처럼 처절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저 역시 3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고 면접을 거쳐야 하는 처지였어요. 〈상속자들〉도 오디션에서 뽑혀 출연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 최애라가 도전에 실패할 때 공감이 많이 갔어요. 간절하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가 좌절됐을 때 밀려드는 상실감이 얼마나 뼈저리게 아픈지 저도 아니까요.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초등학생 때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유치원 선생님이 참 좋은 분이셨거든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이 돼 가수 연습생으로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게 됐죠. 그때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라기보다 막연히 연예인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연습생 시절 춤과 노래뿐 아니라 연기도 배웠는데 운 좋게 시트콤에 출연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제게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연습생이 된 후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연습생이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혹여나 데뷔를 준비하다 꿈이 좌절될까 봐 걱정하셨죠.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저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모니터링도 열심히 해주세요.

학창 시절 최애라처럼 장기 자랑에 나가는 걸 좋아하고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학생이었나요.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크리스마스 공연에 참여하는 건 싫지 않았어요. 길거리 캐스팅이 됐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좋아요”라고 말한 것도 신기하고요.

〈상속자들〉을 보면서 영어 실력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외국에서 살다 왔나요.
중학교 때 1년 가까이 미국 시카고에서 지냈어요. 외가 친척들이 다 거기서 살거든요. 근데 그게 영어 실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진 않아요. 〈상속자들〉에 나오는 영어 대사는 단어가 몇 개 안 돼 조금만 연습해도 유창해 보이는 효과가 있었어요,

〈쌈, 마이웨이〉에서의 한국어 발음도 아나운서급이었어요.
촬영 전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에게서 도움을 받았어요. 행사 톤과 아나운서 톤, 백화점 안내 방송 톤이 어떻게 다른지도 연구했고요. 실제로 백화점에 가서 안내 방송을 들으며 연습하기도 했어요.

▼화면에서도, 실물로 봐도 빛나는 외모를 지녔네요.
쉴 때는 피부과도 다니고 운동도 하는데 작품에 들어가면 그럴 여유가 없어요. 먹는 것은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고요. 그럼에도 드라마에 예쁘게 나오는 건 카메라 스태프들의 공이에요. 〈쌈, 마이웨이〉를 찍을 때도 스태프들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다 내려놓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송하윤 씨와 함께 있을 때도 “우리가 어떻게 연기해도 예쁘게 만들어주실 것이다. 우리는 정말 복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웃음).

삶에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 마음에 새긴 말이 있나요.
제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글이 적혀 있어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새긴 구절이죠. 마음이 착잡하거나 흔들릴 때 그 책을 봐요.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친구 같은 책이죠.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뭔가요.
(골똘히 생각하더니)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정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연기한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이건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다음엔 이렇게 해야겠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아요. 굳이 잘한 일을 꼽자면, 이건 제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제 부모님의 딸로 태어난 거요. 저를 지지해주시는 게 참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분들을 만나 지금껏 큰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고요.

앞으로 작품을 통해 꼭 만나보고 싶은 배우는 누군가요.
예전부터 제 또래가 아닌, 나이 차가 좀 있는 선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소원을 이뤘어요. 김명민 선배, 오달수 선배와 함께 〈조선명탐정3〉이라는 영화를 촬영하게 됐거든요. 8월 중 크랭크인하는데 두 선배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기대가 커요.

다음 생에서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배우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다른 꿈을 꾸어본 적은 없는데 부모님은 제가 커피숍 사장님이 됐으면 하시더라고요. 안정적이잖아요. 하하. 지금 제 마음속에는 연기를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 때문에 쉴 새 없이 바쁜 생활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럴 수 있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사진제공 킹콩by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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