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테크는 40대 이상의 전유물이었다. 흔히 오랜 직장 생활을 거치고 든든한 종잣돈을 갖춘 뒤,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한 절차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주류가 바뀌었다. 세태를 주름잡는 건 다름 아닌 2030세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한 ‘개미’ 투자자의 부상,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열풍 등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찍부터 경제에 관심을 두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젊은 세대가 금융 트렌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2023년 성인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1.8%의 응답자가 재테크 공부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61%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중개형 ISA 가입자가 151.4% 늘었는데, 이중 2030세대가 40%를 차지했다.
특히 2030세대는 전통적인 재테크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때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은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나 친구들과 즐기는 놀이 문화 등을 재테크에까지 연결 짓는다는 것. 어릴 때부터 IT 기기를 수용한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이 과정에서 각종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1. “반포자이, 한남더힐 팔아요”… 들어는 봤나, 포테크
MZ세대의 재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리셀(resell)’이다. 리셀은 수요가 많거나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매한 뒤 더 높은 단가로 되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제품 혹은 미개봉 제품을 되판다. 유명 스니커즈나 명품 가방 등으로 시작된 리셀 시장은 특정 제품군의 마니아들에 의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암암리에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품목이 바로 ‘아이돌 포토 카드’다.
일명 ‘포카’라 불리는 포토 카드는 통상적으로 아이돌 앨범에 포함된 명함 규격의 사진이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마케팅 전략으로, 앨범마다 하나씩 무작위로 배치된다. 팬 미팅이나 공개방송에 참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
희소성이 높은 카드는 웃돈이 붙어 10만 원을 호가하고, 한때 400만 원에 달하는 포카가 등장할 정도로 시장이 뜨거웠다. 주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비롯해 SNS, 포카 거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포카마켓’에서 사고판다. 특히 구하기 어렵고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포카는 ‘트리마제’ ‘반포자이’ ‘한남더힐’ 등으로 표현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의 재테크 현실이 반영된 점이 어쩐지 웃프다.
2. 안 입는 옷 팔아서 현금화
중고 거래에도 적극적인 MZ세대는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매매하고 현금화한다. 최근 블로그나 유튜브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키워드는 ‘차란 판매 후기’다.
‘차란’은 중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없애고자 등장한 세컨드핸드 패션 앱이다.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중개하는 ‘당근’, ‘번개장터’ 등과 달리 전 과정 위탁판매 구조로 운영된다. 앱을 통해 판매를 신청하면 수거부터 살균, 착향, 제품 사진 촬영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와 배송을 대행한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 금액이 측정되며, 판매자는 제품이 판매되었을 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크레디트로 받게 된다. 크레디트는 1만 원 이상부터 출금할 수 있다. 앱 내 다른 상품을 구매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차란이 지난해 중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용자 중 69%는 MZ세대, 90%는 여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이용자 수는 57만 명이다. 이들은 SNS 후기 등을 통해 어떤 옷으로 얼마의 현금을 얻었으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는지 솔직담백하게 공유하고 소통한다. 가장 많이 판매한 고객은 1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높아지는 중고 거래 시장의 인기에서 지속 가능성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세대 특성도 드러난다.
3.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저축 더하기
새로운 저축 문화도 등장했다. ‘최애적금’이라고도 불리는 ‘기록통장’이다. 최애적금은 좋아하는 분야의 특정 인물이나 팀이 어떤 행위를 취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가 셀카를 올리면 5000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1만 원 등 활동을 기록하며 저축하는 식이다. 아이돌 팬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 역시 ‘우리 팀이 이기면 1만 원’ ‘내 선수가 홈런 치면 2만 원’ 등으로 활용한다.
특정 인물 혹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혹은 행복하고 싶은 순간 등의 기록과 함께 저축을 해두는 것이 기록통장의 핵심이다. 자녀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기록해두거나, 본인의 ‘갓생’ 일상을 기록하는 등 개개인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따라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발맞춰 2023년 ‘기록통장’ 상품을 출시했다. 사전에 모으기 규칙을 등록하고 규칙이 발동하는 순간마다 간편한 터치만으로 입금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확보했다. 최대 20개까지 규칙 세팅이 가능하며, 적금 화면에 원하는 사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계좌 커버’ 역시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4. 러닝 크루’ 말고 ‘임장 크루’ 나가요
‘러닝 크루’만 대세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재가 있는 동네라면, 주말 혹은 평일 저녁에 20여 명이 우르르 몰려 임장을 다니는 이른바 ‘임장 크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발로 뛰며 편의시설, 상권, 학군 등을 살피고 부동산을 공부한다.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에 데이트하거나 나들이 가는 대신 임장을 다니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토’ 등의 앱에서는 ‘부동산 임장’ ‘부동산 스터디’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강사 혹은 전문가를 내세워 일종의 스터디 상품으로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정책, 대출 한도 축소 등 관련 정보도 함께 공부하며 빠르게 알아가는 게 특징이다.
#이색재테크 #포토카드 #리셀 #기록통장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포카마켓 차란 카카오뱅크
실제로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2023년 성인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1.8%의 응답자가 재테크 공부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61%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중개형 ISA 가입자가 151.4% 늘었는데, 이중 2030세대가 40%를 차지했다.
특히 2030세대는 전통적인 재테크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때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은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나 친구들과 즐기는 놀이 문화 등을 재테크에까지 연결 짓는다는 것. 어릴 때부터 IT 기기를 수용한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이 과정에서 각종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MZ세대의 재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리셀(resell)’이다. 리셀은 수요가 많거나 희소성 있는 상품을 구매한 뒤 더 높은 단가로 되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제품 혹은 미개봉 제품을 되판다. 유명 스니커즈나 명품 가방 등으로 시작된 리셀 시장은 특정 제품군의 마니아들에 의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암암리에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품목이 바로 ‘아이돌 포토 카드’다.
일명 ‘포카’라 불리는 포토 카드는 통상적으로 아이돌 앨범에 포함된 명함 규격의 사진이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마케팅 전략으로, 앨범마다 하나씩 무작위로 배치된다. 팬 미팅이나 공개방송에 참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
희소성이 높은 카드는 웃돈이 붙어 10만 원을 호가하고, 한때 400만 원에 달하는 포카가 등장할 정도로 시장이 뜨거웠다. 주로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비롯해 SNS, 포카 거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포카마켓’에서 사고판다. 특히 구하기 어렵고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포카는 ‘트리마제’ ‘반포자이’ ‘한남더힐’ 등으로 표현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의 재테크 현실이 반영된 점이 어쩐지 웃프다.

중고 거래에도 적극적인 MZ세대는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매매하고 현금화한다. 최근 블로그나 유튜브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키워드는 ‘차란 판매 후기’다.
‘차란’은 중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없애고자 등장한 세컨드핸드 패션 앱이다.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중개하는 ‘당근’, ‘번개장터’ 등과 달리 전 과정 위탁판매 구조로 운영된다. 앱을 통해 판매를 신청하면 수거부터 살균, 착향, 제품 사진 촬영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와 배송을 대행한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 금액이 측정되며, 판매자는 제품이 판매되었을 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크레디트로 받게 된다. 크레디트는 1만 원 이상부터 출금할 수 있다. 앱 내 다른 상품을 구매할 때도 사용 가능하다.
차란이 지난해 중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용자 중 69%는 MZ세대, 90%는 여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이용자 수는 57만 명이다. 이들은 SNS 후기 등을 통해 어떤 옷으로 얼마의 현금을 얻었으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는지 솔직담백하게 공유하고 소통한다. 가장 많이 판매한 고객은 1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높아지는 중고 거래 시장의 인기에서 지속 가능성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세대 특성도 드러난다.

새로운 저축 문화도 등장했다. ‘최애적금’이라고도 불리는 ‘기록통장’이다. 최애적금은 좋아하는 분야의 특정 인물이나 팀이 어떤 행위를 취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가 셀카를 올리면 5000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1만 원 등 활동을 기록하며 저축하는 식이다. 아이돌 팬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 역시 ‘우리 팀이 이기면 1만 원’ ‘내 선수가 홈런 치면 2만 원’ 등으로 활용한다.
특정 인물 혹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혹은 행복하고 싶은 순간 등의 기록과 함께 저축을 해두는 것이 기록통장의 핵심이다. 자녀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기록해두거나, 본인의 ‘갓생’ 일상을 기록하는 등 개개인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따라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카카오뱅크는 이에 발맞춰 2023년 ‘기록통장’ 상품을 출시했다. 사전에 모으기 규칙을 등록하고 규칙이 발동하는 순간마다 간편한 터치만으로 입금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확보했다. 최대 20개까지 규칙 세팅이 가능하며, 적금 화면에 원하는 사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계좌 커버’ 역시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러닝 크루’만 대세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호재가 있는 동네라면, 주말 혹은 평일 저녁에 20여 명이 우르르 몰려 임장을 다니는 이른바 ‘임장 크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발로 뛰며 편의시설, 상권, 학군 등을 살피고 부동산을 공부한다.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에 데이트하거나 나들이 가는 대신 임장을 다니는 커플도 있다고 한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토’ 등의 앱에서는 ‘부동산 임장’ ‘부동산 스터디’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강사 혹은 전문가를 내세워 일종의 스터디 상품으로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정책, 대출 한도 축소 등 관련 정보도 함께 공부하며 빠르게 알아가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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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포카마켓 차란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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