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바비’ 홍지윤, Begin Again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연희예술전공,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지닌 홍지윤은 지난 2021년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 2 준우승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은 유독 바빴고 그만큼 부쩍 성장한 한 해였다. 일단 3월 꿈에 그리던 첫 단독 팬 미팅을 열었고, 여름에는 새 둥지를 틀었다. 무엇보다 8월 원조 트로트 한류 스타 김연자와 함께 일본 BS아사히 대표 음악 프로그램 ‘인생, 노래가 있다’에 출연하며 일본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2025년 여름쯤 일본 싱글 음반을 발매하고 정식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핑크빛 미래를 앞둔 ‘트로트 바비’와 1월, 시작이란 콘셉트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일이나 시작 예정인 일이 있나요.
일단 2025년에는 일본을 오가면서 활동 범위를 좀 더 넓히려고 해요. 7월 정도를 목표로 지금 곡을 받고 있어요. 2월이나 3월쯤 녹음을 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으려 해요. 저를 사랑해주는 팬분들이 제가 일본에 가서도 열심히 하고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 많이 하고 있어요. 올해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일단 해보자는 타입인가요. 아니면 철저히 준비하고 도전하나요.
저는 마음먹기까진 ‘일단 해보지 뭐’ 하고 바로 결정 내리고, 그다음부터는 또 열심히 준비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 MBTI가 원래 ESFP였거든요. 그런데 함께 일하는 스태프가 절대로 ESFP가 아닌 것 같다고 자꾸 다시 해보래서 최근에 다시 검사해봤더니 ESTJ가 나오더라고요. 가만 생각해보니 일하면서 바뀐 것도 같아요. 일하다 보면 에너지와 감정 소비가 많잖아요. 이제 데뷔 5년차인데 일할 때는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T 성향처럼 냉정하고 확실하게 해야 더 성과가 좋더라고요.
그래도 E와 I는 바뀌지 않네요.
그러니까요. 저도 제가 E에서 I로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수 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달라졌어요. 일할 때 말고는 집 밖으로 더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사람 많은 데도 별로 안 좋아하고 지인들을 자주 만나지도 않아요. 그래서 스스로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외향적인 성격으로 나오더라고요.
2024년 성과는 일본 진출, 2025년 숙제는 콘서트
홍지윤은 2024년 데뷔 50주년을 맞은 김연자의 특별쇼, KBS ‘김연자 더 글로리’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김연자가 아끼는 후배다.
제가 전부터 꿈꿔왔던 걸 실천했다는 것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는 우리 트로트도 K-팝처럼 글로벌하게 시장을 넓혀 활동하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일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제 나아가는 단계예요. 일단 문을 열었고 이제 앞으로 쭉 나아갈 거니까 점수를 잘 주고 싶고요. 아쉬운 점은 팬들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5년에는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좀 더 만들고 싶어요.
2024년에 단독 팬 미팅도 했잖아요.
많은 분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팬 미팅이다 보니 제 음악적 역량을 욕심껏 다 담아 보여드리기엔 부족하더라고요. 제 목표이자 꿈은 저만의 콘서트를 열어 좀 더 많은 노래를 다양하게 들려드리는 거예요.
그래서 ‘배띄어라’ ‘홀로아리랑’ 같은 국악곡과 ‘분내음’ ‘가보자GO’ 등의 댄스 트로트곡, ‘어느 하늘에 어느 바다에’ 같은 클래식한 트로트 등 다양하게 도전하는 건가요. 이 중 어느 쪽이 더 취향에 맞나요.
전 트로트 가수지만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을 꼽자면 ‘어느 하늘에 어느 바다에’ 같은 서정적인 곡이에요. 평소에도 일할 때는 굉장히 활기차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차분한 발라드곡을 가장 많이 들어요. ‘어느 하늘에 어느 바다에’는 신곡은 아니지만, 이런 듣기 편안한 곡을 저도 하나 정도는 갖고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 제 사심을 담아서 낸 노래예요(웃음).
녹음할 때는 어떤 타입이 더 부르기 수월한가요.
‘분내음’ 같이 신나는 노래가 수월하죠. ‘어느 하늘에 어느 바다에’ 같은 곡은 감정을 많이 실어서 굉장히 섬세하게 불러야 해요. 그래야 듣는 사람한테도 감정이 전달되니까요.
아이돌 연습생 시절 출연한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서도 장윤정의 ‘짠짜라’를 불렀잖아요. 원래 트로트를 좋아했나요.
네, 좋아해요. 제가 국악을 해서인지 어릴 때부터 어른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어르신들의 웃는 모습을 봤을 때 뭔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랑 소통하는 게 내 성격과 더 맞는 것도 같았고요. 아이돌 연습생은 제가 그때 ‘씨야’ 같은 보컬 그룹을 준비하다가 회사 사정으로 바뀐 거였어요. 그 와중에 다리 부상을 당해서 ‘믹스나인’ 다음 라운드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어요. ‘어차피 못 할 거면 나 하고 싶은 거나 하고 떨어지자’는 생각에 연습생 중에서 유일하게 트로트를 불렀어요. 당시 영상을 보면 ‘내가 정말 겁이 없었구나’ 싶어요. 하하. 그런데 그때의 제가 있었으니까 지금의 저도 있는 거겠죠.
트로트에 담긴 한의 정서가 전공한 판소리와도 닿아 있네요.
아, 그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미스트롯’ 시즌 2에 나가게 된 것도 (송)가인 언니가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판소리 전공자가 저렇게 방향성을 잡아서 나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였거든요. 가인 언니가 대학교 선배인데, 언니를 보며 ‘그럼 나도 한번 도전을 해보자’ 마음먹었어요.
그때 또 다른 도전을 한 덕분에 일본 진출까지 했네요. 일본 활동은 할 만한가요.
김연자 선생님을 따라서 일본에 첫 촬영 갔을 때는 노래를 부른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너무 떨었어요. 그런데 확실히 그런 큰 무대를 겪고 나니 한국에 돌아와서도 어떤 무대든 두려움이 줄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일본 진출은 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김연자 선생님이 무척 잘 챙겨주세요. 제가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분이에요.
‘엔카의 여왕’ 김연자의 서포트라니 든든할 것 같아요.
선생님은 굉장히 인간적인 분이에요. 제가 가수이자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끔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사실 지금은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보단 쓴소리도 해주는 사람이 정말 저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김연자 선생님은 노래는 물론이고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스처, 매너도 다 코치해주세요. 제가 가르침의 반만 제대로 흡수해도 잘한단 소리 들을걸요(웃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께 딸처럼 잘 해드리려고 해요.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이월된 계획도 있나요.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매번 팬분들에게 올해는 하겠다고 하고 그게 벌써 5년째거든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오신 분들이 ‘트로트 공연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준비해서, 제가 평소 들려드리고 싶었던 음악을 다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목욕탕 가고, 글 쓰다 보면 스트레스 풀려요”
평소 캐주얼 스타일을 즐겨 입는 홍지윤은 최근 운동에도 취미가 붙었다.
요즘 예능 출연이 활발한데,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성격이 비슷한가요.
방송이라 살짝 오버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요(웃음). 저는 평소에는 그렇게 텐션이 높지 않아요. 정말 친한 친구를 만나도 말이 별로 없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밖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방전돼서 혼자 있을 때 충천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이 모습도 저이고, 방송에서의 모습도 저예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처럼 그냥 날것 그대로의 저를 다 보여드릴 때도 있어요. 그런 모습을 못 받아들이는 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물론 한 분 한 분 다 감사하지만, 가수로서 더 오래 저만의 음악을 들려드리려면 팬들이 원하는 모습만큼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또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팬분들이 좋아하시게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일본 진출을 하면서 엔카 녹음 영상을 일주일에 한 번씩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더니, 엔카를 아예 몰랐는데 그걸 보고 음악 세계가 조금 더 넓어졌다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팬들과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제가 느낀 점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주로 어떤 글을 쓰나요.
일하다 보면 감정을 숨겨야 할 때가 많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다들 외로움과 고독함을 갖고 살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방송에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되도록 숨기다가 최근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쨌든 쌓인 걸 풀어내야 건강하고, 그런 감정 또한 예술로 승화할 수 있겠다 싶어 글로 써서 공유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팬분들이 무슨 일 있냐면서 너무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냥 하나의 작품으로 봐주세요.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글쓰기 외에 또 어떻게 푸나요.
여행을 가곤 했는데 요즘 시간이 많이 없다 보니 사우나 가는 걸로 대신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가는 목욕탕 뜨거운 사우나실에 들어가 땀 빼고 그래요. 하하. 그런데 제가 경연에 나가 얼굴이 알려진 후 한 번은 목욕탕에서 제 사진을 찍는 분이 있었어요. 그때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안 가다가 ‘내가 당당하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됐을 텐데 왜 그때 숨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다니고 있어요. 요즘은 알아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인사해요. 그냥 이렇게 다니면 될 걸 그땐 뭐가 두려워서 그랬을까요.
평소 어떤 옷차림으로 다니나요. 오늘 보니 캐주얼한 차림이 잘 어울리던데요.
편한 옷을 좋아해요. 일할 때 많이 꾸미니까 평상시에는 그냥 트레이닝복 입고 화장도 잘 안해요. 제가 꾸미는 날은 정말 어딘가 놀러 가고 싶거나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아서 나쁜 기운을 날려버려야겠다고 작정한 날인데, 그마저도 극히 드물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방송에서의 제 모습을 보면 적응이 안 된다고 그래요. 저는 그냥 이렇게 다녀요.
연애를 하게 되면 편하게 공개 연애를 할 생각이 있나요.
성격상 잘 숨기질 못하는 스타일이라 물론 공개 연애를 하면 편하겠죠. 그런데 과연 제 마음 편하자고 솔직하게 다 공개하는 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팬분들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부득이하게 공개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굳이 밝힐 필요가 있나 싶어요.
연애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연애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 노래를 부를 때도 제가 경험이 있고 느낀 게 있어야 더 잘 나오지 않겠어요. 상상만으로 노래를 부르기에는 로봇 같잖아요.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경험을 해보고, 힘들어도 겪고 일어서야 제가 사람들한테 전달할 때 도움이 될 듯해요.
절친인 은가은과 박현호 씨가 오는 4월 결혼하는데, 예비부부를 보면서 결혼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저는 나름 인생의 플랜을 세워서 사는 편이에요. 대학교도 ‘인서울’을 목표로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찾다 보니 노래였고, 최선의 선택이 판소리였어요. 그렇게 노력해서 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갔고, 연습생 생활은 부상으로 접었지만 가수란 꿈을 이뤘잖아요. 이제 제 인생을 챙겨야죠. 제가 가수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인간 홍지윤으로서 놓치지 않고 결혼해야 할 때는 35세 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아이를 좋아하거든요. 너무 늦게 결혼하면 아이한테도 안 좋을 것 같고,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집중해서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가수를 포기할 것도 아니니까 35세 전에는 무조건 결혼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워놨어요. 물론 상대가 누가 될지는 모릅니다만. 하하. 그때를 놓치면 결혼을 못 할 것 같아요.
‘트로트 바비’와 인간 홍지윤 사이 고민 중인 요즘
데뷔 후 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일단 정말 치열하게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솔직히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제 나이에 쉽게 겪지 못할 일들이 다른 가수분들보다 4년 안에 너무나 많았죠. 그 시간 동안 저랑 같이 아파해주고 울어주고 행복을 빌어준 팬분들이 있어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팬분들에게 행복한 일만 만들어드리고 싶고, 가수로서도 완벽히 자리를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여태 열심히 안 했던 건 아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밖에 없어요.
이제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간 기분이 어떤가요.
저는 좋아요. 재작년보다 지난해가 더 성숙했던 것 같고, 지난해보다 올해 더 성숙하겠죠. 예전에는 쉽게 컨트롤이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잖아요. 그런 성숙함이 생기기 때문에 저는 나이 드는 게 슬프거나 아쉽진 않아요. 어쩌면 20대 초중반의 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저는 팔자 주름이 조금 깊어진다는 것과 부모님 연세가 많아지는 것 말고는 전혀 슬프지 않아요. 더 기대가 됩니다.
‘트로트 바비’란 타이틀은 경력이 쌓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듯해요.
지금도 부담스러워요. 저는 원래 바비 인형 같은 성격이 아니기에 많은 분이 그렇게 불러주시면 너무나 감사한데요. 저한테는 과분한 타이틀이에요. 그래서 일단은 트로트 바비란 닉네임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는 지켜보겠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이건 절대 못 놔!” 이런 마음은 아니에요(웃음).
그럼 앞으로 얻고 싶은 닉네임이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열심히 공연을 다니는 글로벌 트로트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한때는 제가 코미디를 좋아해서 시트콤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접었습니다. 기회가 오면 도전해보겠지만, 지금은 노래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에요.
노래에 집중하겠다는 홍지윤에게 팬들이 새해 첫 곡으로 들을 노래를 불러달라고 깜짝 요청을 했다. 당황하면서도 홍지윤은 2023년 발표한 정규 1집 ‘Jiyun is...’의 수록곡 ‘사랑길’을 골라 노래를 시작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을지도 모르겠다.
#홍지윤 #트로트바비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홍지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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