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 영화제에'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
마흘라가 자베리는 1989년 6월 17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태어났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연예계에서 일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 10대 시절부터 필립 플레인, 게스, 마크 제이콥스 등 많은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다. 2016년에는 미국 패션 매거진 '모드(MODE)'가 뽑은 ‘2016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0인’중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란 출신 패션 디자이너 질라 세이버(Jila Saber)가 디자인한 이 드레스의 뒤쪽 밑자락에는 'STOP EXECUTION'(사형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란은 예전부터 세계에서 사형 집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이란 사법당국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사형 집행 건수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란이 지난해 최소 582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2021년보다 75%나 증가한 수치다. 국제인권단체인 ‘Human Rights Watch’는 이란 당국이 올 4월 말부터 최소 60명 이상을 처형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신성모독"과 같은 혐의로 불공정한 재판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마흘라가 자베리의 드레스와 영상은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반응도 제각각.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겸 동평화안보센터 소장인 마이클 도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라고 평가했으며,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올가미 드레스가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형 집행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며 “용감하다”고 칭찬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미국의 좌파 언론인 야샤르 알리는 "수치스럽다.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영상을 찍는 것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란과 사형 집행이라는 이슈를 끌어들여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마흘라가 자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 정치적 발언이 금지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 규정상 드레스 뒷면의 문구를 보여 줄 수는 없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이 됐다”고 밝혔다. 드레스를 디자인한 질라 세이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칸 국제영화제 라는 세계적인 축제에서 드레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범죄에 맞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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