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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K-메이크업’ 금손 원정요 “트와이스, 르세라핌 메이크업 포인트는요…”

최은초롱 기자

2023. 03. 13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K-메이크업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이크업아티스트 원정요. 그가 운영하는 숍에는 날마다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와 ‘아이돌 메이크업’을 받는다. K-메이크업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 각국에서 K-팝 아이돌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그 열기가 더욱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1인 미디어의 확산으로 K-팝 아이돌의 글로벌 무대 장악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국내 팬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은 아이돌 음악을 따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패션과 메이크업에도 열중한다. 그 결과 K-메이크업을 찾는 해외 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K-메이크업 열풍의 숨은 일등 공신은 바로 메이크업아티스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누비는 아이돌 뒤에는 그들을 빛내주는 메이크업아티스트의 노력이 녹아 있다. 트와이스의 ‘애굣살 메이크업’ 창시자로 불리는 메이크업아티스트 원정요는 K-팝 성장의 산 증인이자 K-뷰티의 상징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메이크업에는 진심

원정요 원장이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걸 그룹 트와이스(왼쪽)와 르세라핌,

원정요 원장이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걸 그룹 트와이스(왼쪽)와 르세라핌,

원정요 원장이 운영하는 청담동 숍 ‘빗앤붓’에 들어선 순간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은 여기 다 모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 원장의 손길이 닿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돌 모습에 괜스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이 한창 바쁜 시즌이거든요.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어제 집에도 못 들어갔어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한 원정요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메이크업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내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제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트와이스가 컴백(3월 10일)을 앞두고 있고, 유튜브 콘텐츠 촬영이며 미팅 스케줄까지 꽉 차 있어서 정신이 없어요.

코덕(코즈메틱 덕후) 사이에선 ‘아이돌 메이크업의 신’으로 불리는데요.

제일 처음 담당했던 아이돌은 미쓰에이였어요. 그리고 수지 씨 메이크업을 꽤 오래 했죠. 지금은 트와이스와 르세라핌, 연기자로 활동 중인 소녀시대 서현 씨 메이크업을 맡고 있어요. 특히 트와이스는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서 더 애정이 가요. 예전에는 멤버 9명 모두를 맡아서 했는데 지금은 나연, 모모, 사나, 채영 4명만 담당하고 있어요. 인원이 많은 그룹은 빠른 진행을 위해서 숍을 나눠 다니기도 하거든요.

그동안 주로 걸 그룹을 맡으셨는데, 걸 그룹 메이크업의 특징은 뭔가요.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드라마틱한 메이크업이 필요하죠. 눈매나 얼굴 윤곽 표현을 확실하게 해야 하고, 강렬한 조명과 격렬한 춤에도 흐트러짐 없는 지속력은 필수죠. 화장이 연해도 이런 요소들을 적절하게 갖추고 있으면 메이크업했을 때 훨씬 어려 보이고 예쁜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뭔가요.

2015년에 작업한 수지 씨 한복 화보 촬영이요. 한복의 고운 자태과 새틴 피니시 아이섀도를 얹은 화사한 눈매가 잘 어울려서 지금 다시 봐도 예쁜 것 같아요. 앨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진행했던 메이크업은 거의 다 기억나는데, 그중 베스트를 꼽자면 트와이스 미니 8집 타이틀곡 ‘Feel Special’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멤버 9명 각각의 테마가 있는 뮤직비디오였는데, 각자의 콘셉트와 잘 맞는 메이크업이 완성돼 예쁜 영상이 탄생했어요. 고생스럽긴 했지만, 작업 과정도 재미있었고 결과물도 좋아서 잊을 수가 없어요.

소통하는 K-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시연 중인 원정요 원장.

메이크업 시연 중인 원정요 원장.

원정요 원장은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 ‘WONJUNGYO’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데일리 메이크업 꿀팁, 트와이스 멤버들의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뷰티 크리에이터와 함께 아이돌 메이크업을 주제로 컬래버 영상도 자주 만든다. 원 원장은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이 궁금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는 구독자들의 댓글을 볼 때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K-메이크업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확실히 인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어요. 저희 숍에도 하루에 5명 이상 일본 관광객이 와서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을 해달라고 해요. 물론 아이돌 팬이어서 그렇겠지만, 메이크업 그 차제를 좋아하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이럴 때 정말로 K-메이크업 열풍이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평소 메이크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뭔가요.

베이스와 윤곽 표현이요. 요즘은 두꺼운 화장보다는 본연의 피부처럼 촉촉하고 가벼운 베이스가 예뻐 보여요. 그리고 화려한 색조 없이도 확실한 변화를 주고 싶다면 윤곽 표현은 필수예요. 부각해야 할 부분은 밝게, 그 주변은 어둡게 표현해서 원하는 부위에 입체감을 살리는 거죠. 예를 들어 노즈 셰이딩만 잘해도 성형수술한 것처럼 콧날이 오똑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메이크업 완성도를 높이는 꿀팁이 있다면요.

디테일한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메이크업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도구 사용을 추천해요. 양 조절하기도 쉽고, 어떤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발색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한층 더 완벽한 메이크업을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아이템은 눈 밑 애굣살이나 삼각 존에 사용하는 스몰 아이섀도 브러시예요. 눈 밑부분은 아이섀도를 손가락으로 찍어 바르면 정교한 메이크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브러시를 꼭 챙겨요.

본인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나요.

저는 아이 메이크업이 별로 안 어울리는 편이어서 오히려 눈 밑에 힘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애굣살만 도톰하게 살리는 정도로요. 가벼운 베이스랑 애굣살 강조만 하면 메이크업이 끝나요. 간단하죠(웃음)?

메이크업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솔직히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거나 하는 것은 없어요. 그냥 그때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라 예쁘다는 기준이 달라져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그 느낌 그대로를 메이크업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요. 혼자 있거나 길을 가다가 문득 이미지가 생각날 때도 있고요.

마스크 없이 맞이하는 봄이 왔어요. 어떤 메이크업을 추천하시나요.

과즙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탱글탱글 탕후루 립을 추천해요. 매트한 제형의 립스틱이나 틴트를 바르고 티슈로 눌러준 다음 그 위에 립글로스를 듬뿍 얹으면 유리알 광택과 지속력을 다 잡을 수 있어요.

“메이크업할 때 제일 행복해”

뷰티 브랜드 ‘Wonjungyo’ 일본 프로모션 당시의 모습. 브랜드 뮤즈인 트와이스 모모와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뷰티 브랜드 ‘Wonjungyo’ 일본 프로모션 당시의 모습. 브랜드 뮤즈인 트와이스 모모와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원정요 원장은 어려서부터 화장품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 유행하던 에뛰드하우스를 내 집처럼 드나들던 코덕의 원조라 할 수 있다. TV에 나오는 스타들의 화려한 메이크업을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아티스트의 꿈을 키웠다.

메이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는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은 실장님들 밑으로는 좀처럼 빈자리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빨리 취업해야겠다 싶어서 2008년 대학 졸업 후 숍에 들어갔어요. 생각보다 조직 생활이 저랑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숍 스태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일하면서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요.

단순해요. 작업 결과물이 예쁘다고 많은 분이 알아봐주실 때요. 그리고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 오늘 내가 고른 립스틱이 어디 제품이고 어떤 컬러냐고 물어봐줄 때 뿌듯함을 느껴요(웃음).

연예인 스케줄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일이라 힘들 때도 많을 것 같아요.

연예인 활동 시즌에는 자유 시간이 전혀 나지 않고 밤낮 구별도 없어요. 밤늦게 퇴근해서 2~3시간 만에 다시 출근하는 날도 많죠. 메이크업이 아닌 다른 일이었다면 결코 못 했을 거 같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메이크업은 언제나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일본 코미디언 겸 배우인 콘도 하루나(왼쪽) 씨가 TBS 방송국 촬영 팀과 함께 ‘빗앤붓’을 방문해 최신 아이돌 메이크업 영상을 촬영했다.

일본 코미디언 겸 배우인 콘도 하루나(왼쪽) 씨가 TBS 방송국 촬영 팀과 함께 ‘빗앤붓’을 방문해 최신 아이돌 메이크업 영상을 촬영했다.

메이크업아티스트만의 ‘직업병’이 있다면 뭘까요.

사람을 만나면 ‘어떤 메이크업이 어울릴까’를 먼저 생각해요.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도 어울리지 않는 메이크업을 하고 있으면 고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일기도 하죠(웃음). 아마 다른 메이크업아티스트분들도 똑같이 생각하실 거예요.

최근 뷰티 브랜드 ‘Wonjungyo’를 론칭했는데, 기존 화장품과 다른 점은 뭔가요.

일본 회사에서 먼저 제안을 해와 2년 전에 브랜드 개발을 시작했어요. 제가 메이크업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과 개선하고 싶은 점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메이크업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일단 지난해 10월에 일본에서 먼저 론칭했고, 11월에는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알렸어요. 제 이름을 걸고 론칭한 제품인 만큼 잘 키워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꿈이 궁금해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후배들이 자리를 잡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메이크업아티스트 #Kbeauty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원정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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