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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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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패션쇼보다 흥미진진한 방구석 1열 런웨이

글 정세영 기자

2020. 10. 13

매년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았던 패션위크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디지털로 진행됐다. 언택트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런웨이는 다채로워졌으며, 브랜드는 더욱 많은 이들이 패션위크를 즐길 수 있도록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1 페이퍼 패션쇼, 로에베

16장의 포스터를 담은 포트폴리오, 풀, 가위, 벽지를 담은 로에베의 2021 S/S 컬렉션 박스.

16장의 포스터를 담은 포트폴리오, 풀, 가위, 벽지를 담은 로에베의 2021 S/S 컬렉션 박스.

로에베는 show-on-the-wall이라는 테마로 룩북과 포트폴리오, 풀, 가위, 벽지롤 그리고 실제 쇼를 진행했으면 흘러나왔을 법한 사운드 트랙이 담긴 악보 등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를 전 세계 로에베 프렌즈에게 선물하며 2021 S/S 컬렉션을 대체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서 시작된 이번 컬렉션은 페이퍼를 활용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컬렉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포트폴리오 안에는 2m 높이의 포스터가 16장 들어 있는데, 박스 안에 구성된 도구들로 포스터의 실루엣을 자르거나 컬렉션이 프린트된 벽지롤을 벽에 붙여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런웨이가 더 이상 패션 에디터나 디자이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컬렉션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SNS에는 전 세계에서 이 박스를 받고 기뻐하는 이들의 로에베 언박싱 영상이 포스팅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죽을 엮은 위빙, 니트 매듭 디테일 등 공예품이 깃든 장인정신을 예찬하는 로에베만의 섬세하고 정교한 요소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과장된 실루엣과 튀어나온 플램 등 극적인 디테일로 패션의 즐거움을 표현해낸 로에베의 뉴 컬렉션은 공식 사이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2 추억의 인형 놀이, JW 앤더슨

JW앤더슨은 박스 속에 룩북 이미지와 패브릭, 사진 등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마치 종이 인형 놀이를 하듯 컬렉션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JW앤더슨은 박스 속에 룩북 이미지와 패브릭, 사진 등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마치 종이 인형 놀이를 하듯 컬렉션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21 S/S 컬렉션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프레스와 인플루언서에게 ‘Show in a box’를 보낸 JW 앤더슨. 컬렉션을 마치 어린 시절 종이 인형 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즐기길 기대하며, 박스 속에 룩북 이미지와 패브릭, 사진 등 다양한 요소를 넣어 받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JW 앤더슨을 이끄는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시즌은 19세기 말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영감을 받아 준비했다”며 “당시에는 험난했지만 오늘날에는 창의적으로 평가되는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보며, 지금은 힘들지만 이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먼훗날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래에 이 박스를 들춰보며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Show in a box’는 힘들지만 매 순간을 견디고 나아가야한다는 조나단 앤더슨의 철학을 담은 박스라고 할 수 있다. 

JW 앤더슨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실용적이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장난스러움을 표현한 룩들이 주를 이룬다. 허리 라인 아래로 넓게 퍼지는 재킷과 실크 소재를 입은 통이 넉넉한 짧은 기장의 카고 팬츠 등 재미있는 요소가 가미된 디자인이 가득하다. 주얼과 깃털을 활용한 빅사이즈 이어링, 투박한 블랙 워커에 장식한 체인 등 화려한 디테일이 가미된 액세서리도 눈여겨보시길!

3 달에서 열리는 올림픽, 톰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콘셉트로 2021 S/S 런웨이를 진행한 톰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콘셉트로 2021 S/S 런웨이를 진행한 톰브라운.

2028년 올림픽이 개최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을 무대로 여성 &남성 통합 컬렉션을 선보인 톰브라운의 2021 S/S 컬렉션. 2132년 23만9천마일 떨어진 달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콘셉트로, 전문 모델은 물론 실제 올림픽 선수들도 모델로 참여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함성과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비장한 표정의 모델들, 트랙을 연상케하는 런웨이, 올림픽을 중계하듯 재치있고 힘찬 어투로 현장을 설명하는 해설자 등 톰브라운이 공식 사이트에 공개한 2021 S/S 컬렉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올림픽을 관전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룩은 브랜드가 희망의 상징으로 선택한 화이트를 베이스로 상아, 연한 그레이와 옐로 컬러 등으로 렌더링 되는데 양모, 면, 캐시미어, 실크, 새틴 등 다양한 원단과 디테일을 레이어드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입체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한편 싱어송라이터 모지스 섬니와의 협업으로 진행한 톰브라운의 2021 S/S 컬렉션 퍼스트 룩 비디오가 화제다. 공식 올림픽 음악인 올림픽 찬가를 모지스 섬니가 재현했기 때문. 모지스 섬니 특유의 깊이 있고 소울 풀한 목소리로 완성된 또다른 느낌의 올림픽 찬가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니 놓치지 말고 꼭 감상해보시길 바란다.

4 소장욕구 자극하는 패션 인형극, 모스키노

모스키노는 사람 1/3 정도 크기의 인형에 모스키노의 2021 S/S 룩을 입혀 인형 패션쇼를 펼쳤다.

모스키노는 사람 1/3 정도 크기의 인형에 모스키노의 2021 S/S 룩을 입혀 인형 패션쇼를 펼쳤다.

영상을 클릭하면 ‘The Show Will Start Shortly’라는 자막이 한참 흐른 뒤 모스키노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등장한다. 그가 “저는 인형극을 좋아해요.”라고 하니 인형이 “이건 인형극이 아니에요. 패션쇼랍니다. 곧 쇼가 시작되니 자리에 앉으세요”라고 말하며 문을 가리킨다. 문이 열리고 부드러운 조명이 복도를 감싸자 드라마틱한 라인의 드레스와 모던한 재킷, 튤립 드레스를 입은 인형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기 시작한다. 패션쇼에 모델도 관객도 없다. 오직 인형만 있을 뿐! 

총 40벌의 룩을 선보인 이번 패션쇼는 전쟁 이후 프랑스 패션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사람 1/3 정도 크기의 마네킹에 당시 유행하는 옷을 입혀 유럽과 미국을 순회한 프랑스 전시회 ‘테아트르 드 라 모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모스키노 특유의 간결한 실루엣과 조화로운 컬러 플레이는 물론 모스키노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손으로 직접 만든 지퍼, 버튼 등 작은 디테일도 눈여겨볼만한 부분! 특유의 단발머리와 선글라스를 장착한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와 올블랙 룩으로 시크한 무드를 자아낸 영국 ‘보그’ 편집장 에드워드 에닌풀 등 패션쇼를 찾은 유명 인사들을 구현한 인형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로에베 모스키노 톰브라운 JW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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