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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마스카라에 손이 간다면 내면의 시기심을 조심하라!

우먼동아일보

2015. 05. 14

여성학자 바바라 G. 워커가 쓴 ‘신화와 미스터리 백과사전 : 여성용’에서는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는 법’이란 내용이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오래전 여성들이 마녀로 몰리지 않기 위해 마스카라를 이용했다는 대목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녀와 마스카라가 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마스카라에 손이 간다면 내면의 시기심을 조심하라!

‘마스카라’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스페인어 혹은 포르투갈어 ‘Maschera’에서 유래됐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이 단어는 영어로 ‘Mask’, 그러니까 ‘가면’ 혹은 ‘변장’을 뜻한다. 단지 속눈썹만 돋보이게 만드는 화장품일 뿐인데 어째서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뜻하게 됐는지도 신기하다.

그 이유를 알려면 무려 기원 4천 년 전,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피라미드 내부 벽화를 보면 지드래곤 뺨칠 정도로 멋들어진 스모키 화장술이 이미 세간에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알면 의외의 진실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당시 고대 이집트에는 흉안(凶眼 · Evil Eye), 그러니까 사악한 시선을 가진 자들을 마녀로 치부하는 풍토가 있었다. 사람들은 행여나 자신의 눈이 흉하게 보여 자칫 마녀로 오해받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눈빛을 감추려 숯과 유지를 섞어 눈썹과 눈 주위에 발랐다. 속눈썹을 돋보이게 하면 초롱초롱한 눈빛이 그나마 덜 튀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스카라는 흉안을 가진 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 혹시 용감한 누군가가 떡하니 나타나 “언니 내 눈빛이 마음에 안 들지?”라며 눈을 희번덕거렸다간, 영락없이 마녀사냥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루머는 당시 유럽까지 퍼지는 통에, 흉안을 가진 자는 마녀로 몰려 고스란히 화형에 처해졌다는 끔찍한 기록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시기심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마스카라
마녀의 눈, 사악한 시선이란 뜻을 가진 흉안에 관한 전설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의 신화뿐 아니라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미드에서도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흉안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시기심을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고대 그리스의 키클롭스(외눈박이)에 관한 전설과 메두사에 관한 전설이 특히 그러하다. 메두사는 아테나 여신과 아름다움을 겨루다 결국 아테나로부터 저주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모두 뱀으로 변했을 뿐 아니라 눈까지 흉안이 되고 말았다.

모두 알다시피 그녀의 눈과 마주치면 상대방은 돌이 된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은 메두사는 지나치게 타인의 매력을 시기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을 향한다. 시기의 끝에는 결국 파괴와 붕괴 그리고 몰락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흉안의 전설은 비단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도 신화 속 ‘시바’는 ‘파괴의 신’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특히 미간에 있는 제3의 눈은 모든 피조물을 움츠러들게 하는 불타는 빛을 낸다. 그런가 하면 미국 달러 지폐에서도 눈을 발견할 수 있다. 일각에선 과도한 소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타인의 시기심을 경계하라는 프리메이슨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이 모든 것을 합쳐보면 앞서 언급한 대로 흉안은 곧 시기심을 뜻함을 알 수 있다.



마스카라에 손이 간다면 내면의 시기심을 조심하라!

고대 이집트인들은 흉안을 가진 자를 마녀로 취급해 이를 피하고자 눈썹과 눈 주위를 시커멓게 칠했다.


시기심은 영어로 ‘Envy’인데, 이 단어는 ‘어떤 대상에(en=on) 시선(vy=View)을 던지다’라는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라틴어로 시기심은 ‘Envidia’로 이는 ‘쳐다 본다’라는 뜻이다. 히브리어로는 ‘Roa Ayin’이며 이는 ‘사악한 눈’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 속 ‘질투의 신’의 이름이 엔비디아인 것 또한 우연이 아닌 듯하다. 유대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황금 콤비가 이루어낸 수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첫 번째인 ‘레이더스’의 마지막 장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기심을 갖던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속 나치 일당들은 성경 속 언약궤를 찾기 위해 안달이었다. 언약궤를 강탈하는 것은 곧 유대인을 향한 시기심을 뜻하는 것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라는 장치로 내면의 복수심을 여과시켜 스크린에 담아냈다. 영화 속 존스 박사는 언약궤가 열렸을 때 풀려나올 영혼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절대 눈을 뜨지 마라’는 외마디 비명 하나면 충분했다.)

‘레이더스’가 상영된 지 20년이 지난 후, J. R. 톨킨의 소설을 피터 잭슨이 스크린에 옮긴 영화 ‘반지의 제왕’ 또한 인간의 시기심이 영원불변의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프로도, 골룸, 사우론, 심지어 요정족까지도 일제히 반지 하나에 “My precious”를 외쳐대며 시기를 느낀다. 반지를 없애려 원정을 가던 프로도 역시 반지를 끼고 싶은 유혹에 몇 번이고 넘어진다.

사우론의 눈은 그때마다 희번덕거리며 반지의 위치를 추적한다. 여기서 사우론은 붉게 이글거리는 눈으로 묘사된다. 절대반지를 가진 자를 찾아 죽이려는 시기심 그 자체다. 또한 시기할 만한 무언가에 탐욕이 들 때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염려하는 시선 공포의 상징인 셈이다. 사우론의 눈은 사실 시기 어린 우리들의 눈이다. 단지 외부로 투영된 상징에 불과할 뿐이다. 이 연결 고리를 잘 이해하면 피해 의식과 시기심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라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 ‘엑스맨’에도 흉안을 지닌 불운의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의 시선이 타인을 다치게 할까 봐 사랑하는 사람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완벽한 일자형 선글라스만 끼고 다녀야 했던 인물이 있다. 안경을 벗으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분출되는 바람에 늘 선글라스를 써야 했던 한 남자. 어쨌든 이들이 나오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시선 공포는 결국 타인을 향한 자신의 시기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기심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
마스카라에 손이 갈 때 한번 떠올려보자. 누구에게나 있는 시기심인데 그 마음을 너무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시기심 탓에 마음에 멍이 잘 안 지워진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체념과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시기심을 중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라는 것을.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그녀의 저서 ‘시기심과 감사’에서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은 타인의 것을 향한 시기심을 극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것만으로 감사하며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은 인생을 살면서 남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일이 불가피하게 생기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를 열등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등 도움을 청하는 것에 은근히 자존심을 걸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절대 도움을 못 청한 채 힘든 일을 혼자 꾸역꾸역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얼핏 책임감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시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나를 도와주는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돼! ’라는 마음가짐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도움을 받는다면 그는 타인에게 감사해야 하고 의무감을 느끼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데, 이런 인간적인 책임감이 두렵고 싫은 나머지 친밀한 관계마저 멀리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은 관계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미숙한 인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감사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나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분명 모자란 점도 있다. 이런 명제들을 마음속에 떠올리고 인정해야 제대로 감사할 수 있다. 타인의 과분한 선물이나 배려에도 마지못해 표현하는 버거운 감사가 아니라, 내면의 시기심을 잘 달래며 기분 좋게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선물이 마스카라였다면 예외지만.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후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꿈과 현실, 소유와 존재를 애써 구분하는 대신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통 사람들의 정신적 증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 남들에겐 장바구니에 담아 충동구매를 막으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바로구매’를 클릭하는 헤비 쇼퍼.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세상 안내서 시리즈’ ‘뱀파이어 심리학’ 등이 있다.



글 ·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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