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수능 국어의 출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EBS 교재 연계율은 53%로 기본 원칙인 50%를 웃돌았다. 독서 영역에서는 4개 지문이 제재 연계로 출제됐다. 문학에서도 고전소설 ‘수궁가’, 고재종의 현대시 ‘감나무 그늘 아래’, 고전시가 ‘북새곡’ 등 EBS 교재에서 다뤘던 작품들이 등장했다. 선택과목 역시 교재에서 다룬 문법 개념이나 문제 아이디어를 활용한 문항이 적지 않았다. 교재와 강의를 충실히 따라가면 시험의 절반 이상은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계’가 교재 내용을 그대로 외우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문이나 작품에 대한 익숙함을 바탕으로 글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선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EBS 연계 학습과 기출문제를 통한 독해력 훈련이 함께 이뤄질 때 성적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한병훈 선생님은 “수능 국어는 재능의 영역이라기보다 방법과 훈련에 가까운 시험”이라고 말한다. 국어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겐 공통적인 공부법이 있다는 것. 2015년부터 교단에 서고 2021년부터 EBS 강의를 시작한 그는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핵심을 정확히 짚어준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익힐 수 있어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능까지 남은 시간, 국어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BS 강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진행하고 있는 한병훈 선생님에게 EBS 연계 공부법과 수능 국어 학습 로드맵을 들어봤다.
국어 최상위권 공통점은 문제 풀이 후 ‘복기’
EBS에서 강의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강의를 준비할 때 ‘학생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쏟아붓습니다. 그렇게 준비했던 것들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느껴지는 순간 보람을 느끼죠. 무엇보다 “선생님 덕분에 성적이 올랐어요”란 후기를 접할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힘을 얻습니다.
강의명 ‘퀀텀 점프’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성적이 투입한 시간에 비례해 오를 거란 오해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하지만 성적은 원자 속 전자가 에너지를 응축하다 특정 지점에서 불연속적으로 도약하는 ‘양자 도약(quantum jump)’처럼 계단식으로 오릅니다. 성적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시기는 사실 점프를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죠. 아이들이 그 인내의 시간을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그 과정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국어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첫째, 국어뿐 아니라 전 과목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도파민에 절여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요즘은 쇼츠나 릴스처럼 짧고 강한 재미를 바로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보니 오랜 시간 집중하는 걸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국어는 한 문항이 아니라 지문 단위로 풀어야 하는 과목이라, 한 세트를 해결하는 데 평균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이런 긴 호흡을 견디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양이 많지 않더라도 매일 꾸준히 국어를 공부합니다. 언어는 감각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평가원 기출을 매일 접하면서 사고의 흐름과 논리 구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셋째, 기출을 풀 때 그냥 문제 풀이와 채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가원이 어떤 논리로 글과 선지를 구성했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이렇게 접근해야겠다’는 복기의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국어는 재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선생님은 “노 베이스도 후천적으로 극상위권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온 학생도 있고, 7등급에서 1등급까지 끌어올린 경우도 있습니다. 고2 때까지 운동부 생활을 하다가 고3 때 공부를 시작해 경희대에 합격한 학생도 있었고요. 특히 수능 국어는 특별한 재능을 요구하는 시험이라기보다 훈련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오른다”고 하는 학생들의 공부 과정을 보면 대부분 기출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해설을 보거나 강의를 듣는 데서 끝납니다. 자신의 사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훈련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수능 국어에서 평가원이 보는 능력은 글을 제대로 읽어내는 독해력, 그리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선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이 2가지입니다. 공부도 여기에 맞춰 이루어져야 해요.

기출문제를 예로 들면 몇 가지 단계를 거쳐 공부하는 게 좋습니다. 먼저 시간제한을 두고 실제 시험처럼 문제를 풀어보는 겁니다. 이때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찍지 말고 흐름을 유지하면서 꼼꼼히 읽어보는 겁니다. 그다음에는 시간제한 없이 지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서 모든 문장을 스스로 이해하려고 해보세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앞뒤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끝까지 뚫어보는 겁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해되지 않던 문장을 끝까지 분석하고 이해했을 때 독해력이 한 단계 올라갑니다. 그다음에 지문을 근거로 선지들을 다시 판단하면서 왜 맞고 왜 틀리는지를 스스로 설명해보는 연습을 합니다. 단순히 ‘이게 맞는 것 같다’는 느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옆에 동생을 앉혀놓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제대로 이해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설이나 강의를 보면서 자신의 사고 과정과 비교해보는 겁니다.

한병훈 선생님은 ‘연계’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수능 국어, 어렵게 출제될 걸 대비해 공부하길
지난해 ‘불국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는데요, 올해 수능은 어떻게 출제될까요.올해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N수생 증가가 예상됩니다. 평가원은 6월·9월 모의평가를 통해 그 규모와 수준을 파악한 뒤 난이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변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어려워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험은 어렵게 출제될 것을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실제 시험이 어려워도 당황하지 않거든요. 사실 지난해 수능은 불국어라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절대적인 난도가 아주 높은 시험은 아니었습니다. 독서가 다소 어려웠지만 문학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고, 선택과목은 약간 난도가 있는 정도였죠. 앞서 6월·9월 모의평가에서 독서가 비교적 쉽게 출제됐고, 그런 흐름에 익숙해져 있다가 수능에서 독서 지문이 갑자기 조금 더 어려워지자 학생들이 당황해서 체감 난도가 높아진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EBS 교재는 수능 연계율이 높은데요. 연계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수능의 EBS 연계율은 50%입니다. 이 기준은 꽤 오래전부터 유지돼왔는데요. 학생들이 실제 시험장에서 느끼는 ‘연계 체감도’는 그보다 조금 높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문학 영역에서 그 체감이 큽니다. 현대시는 작품 자체가 그대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고, 고전시가 역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장편 작품을 ‘수능 특강’이나 ‘수능 완성’에서 미리 다뤄두고 시험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도 일정한 패턴이 보입니다. 교재에 실린 장면을 그대로 출제하는 경우가 대략 3 정도, 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장면을 활용해 변형 출제하는 경우가 2 정도의 비율입니다. 그래서 연계를 제대로 대비하려면 교재에 실린 특정 장면만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작품의 전체 맥락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 ‘익숙함’이 시험장에서 생각보다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해마다 연계의 밀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독서가 어렵게 출제된 시험을 보면, 연계 밀도를 꽤 높여 학생들이 지문 자체를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계 공부를 했는데도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계는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비유하자면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칼을 날카롭게 갈아두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칼이 있어도 그것을 휘두를 힘이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국어에서 그 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독해력입니다. 연계 교재만 열심히 공부하고 독해력을 키우는 훈련이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 성적은 연계된 범위 안에서만 머무르는 수준에 그치기 쉽습니다. 말 그대로 50% 연계라면, 그 50% 안에서만 점수를 얻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는 항상 EBS 연계 교재 학습, 다른 하나는 기출문제를 통한 독해력과 판단력 훈련 이 2가지를 병행해야 합니다.
학생마다 국어 문제를 푸는 순서가 다르더라고요. 선생님이 추천하는 순서가 있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점수가 잘 나오고 속도가 빠른 순서로 푸는 것입니다. 학생마다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하나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시험 초반에 너무 어려운 세트를 만나 흐름이 꺾이지 않도록 독서론이나 선택과목처럼 비교적 부담이 적은 영역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시험에 따라 변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해 수능에서는 독서론과 선택과목이 모두 까다롭게 출제돼 초반부터 당황하는 학생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나만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원칙은 마지막에 비교적 빠르게 풀 수 있는 세트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시나 선택과목 일부 세트를 마지막에 두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학생들에게 ‘3분 남은 상황에서 현대시 한 세트를 풀어보는 훈련’을 시키기도 하고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긴 독서 지문이나 소설을 새로 읽는 건 쉽지 않지만, 현대시는 분량이 짧고 연계 작품이라 익숙한 경우가 많아 비교적 빠르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기출이나 모의고사를 풀 때도 자신에게 맞는 문제 풀이 순서를 찾아보고, 시간 부족 상황까지 가정해 연습해보기를 권합니다.
“시험 어렵다면 모두에게 어려운 것, 당황하지 말 것”
국어는 1교시라 수능 전체의 컨디션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멘털 관리를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힘을 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간절함은 공부할 때는 좋은 자극제가 되지만, 실전에서는 몸을 굳게 만드는 ‘모래주머니’와 같습니다. 경기장에서는 그 모래주머니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한 햇빛이나 소음 등 불편한 환경이 있다면 참지 말고 감독관에게 말해서 해결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쉬는 시간에 답을 맞춰보지 마세요.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다 어렵습니다. “오늘 뉴스에 불국어라고 나오겠네”라고 대범하게 넘기고 다음 과목에 집중하길 바라요.
EBS 강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요.
의지보다 중요한 건 루틴입니다. 의지는 중요한 순간 우리를 배신하기도 하거든요. 학교나 학원은 의무적으로 가지만 인강은 ‘오늘 들을까 말까’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무조건 강의를 듣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6월 모의평가는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모의평가는 말 그대로 ‘모의’일 뿐, 그 결과로 수능 성적을 예단하면 안 됩니다. 1등급을 맞았다고 방심해서도,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좌절해서도 안 됩니다. 준비보다 더 중요한 건 복기입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긴장감, 시험 도중의 사고 흐름, 흔들렸던 순간, 시간 배분의 오류까지 그날 바로 기록해야 합니다. 하루만 지나도 기억은 왜곡됩니다. 이 기록이 쌓이면, 그것이 수능 당일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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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영철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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