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츠 원피스 발리. 코인 레이어드 네크리스, 골드 체인 브레이슬릿 금은보화. 손에 감싸 쥔 니트 카디건 JJ지고트.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끝으로 활동을 쉬었던 정애연(28)이 예의 꽃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촬영장에 도착했다. 같은 해 12월 배우 김진근(40)과 결혼 후, 아들을 출산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네, 물론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이를 낳아 우리 ‘가족’이 탄생했어요. 감사하고 행복한 요즘이에요. 아직도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곤 해요. 출산을 통해 제 자신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느끼고 전보다 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 애연씨를 만나기 전까지, 제겐 지난해 여성동아와 찍은 화보와 표지 속 이미지가 머릿속 깊이 남아 있었어요. 흔히들 말하는 ‘모델 포스’랄까? 멋진 프로포션 덕분이기도 했겠지만 눈빛이나 포즈가 연기자라기보단 중성적이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지닌 모델에 가까웠죠. 그런데 오랜만에 본 애연씨는 예전 모습에서 껍질을 한 겹 벗은 느낌이네요.
아이의 탄생이 저와 남편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아요. 예전보다 제가 더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주변에서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실제로도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고요.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나 그대로의 여자로 다양한 시각과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돼요.
▼ 결혼, 출산을 거치면 지금껏 고수해오던 가치관이나 생각이 많이 바뀐다고 해요.
항상 올바른 길을 가려 노력하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나 긍정적으로,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제 신조거든요. 지금까지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책임감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더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어요. 앞으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일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다짐하고 있죠.
▼ 출산하는 날 각종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아이와 엄마 둘 다 건강하다는 소식과 함께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김진근씨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어요. 남편이 지금까지도 기쁜 마음으로 물심양면 도와주고 있나요?
최고로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이라고 하면 너무 팔불출인가요?(웃음) 근데 정말 많이 도와줘요. 산후조리를 집에서 했거든요. 그 기간 내내 집안일이며 아이 기저귀 갈기, 우유 먹이기, 목욕시키기 등 남편이 하나부터 열까지 도맡아 해줬어요. 아이 백일 지날 때까지 제 몸에 무리 가지 않아야 한다고요. 제가 질투 날 정도로 아들을 예뻐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요.
(왼쪽)케이프 스타일 화이트 코트, 블랙 터틀넥 앤디앤뎁. 니트 펜슬스커트 프리마돈나. 메리제인 슈즈 헬레나앤크리스티.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스킨 컬러 미니 원피스 지아킴. 원석 이어링 샤틀리트.
▼ 짓궂은 질문이겠지만, 그래도 간혹 미울 때는 없었나요?
(웃음) 사실 산후조리를 하던 중에 젖몸살을 앓았어요. 처음에는 잠깐 컨디션이 안 좋은 줄로만 생각했는데 계속 몸이 아픈 거예요. 사흘째 되는 날 정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서 결국 병원에 갔더니, 열이 39℃까지 올랐더라고요. 그때 진근씨가 아주 ‘잠깐’ 미웠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말만 말고 체온이라도 먼저 체크해봤으면 바로 병원에 왔을 텐데 하고요. 아프니까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 결혼 뉴스 났을 때 남편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봤는데 두 분 모두 이목구비가 커서 그런지 웃는 모습이 참 닮았더라고요. 본인은 자신의 얼굴, 좋아하나요?
남편이랑 다니면서 닮았다는 말 참 많이 들었어요. ‘오누이예요’라고 말해도 아무도 의심 안 할 정도로요. 제 얼굴이야, 항상 어머니께 감사할 따름이죠. 가끔 동양적인 눈매에 볼 살 통통한 얼굴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제 얼굴이 제일 맘에 들어요.
▼ 그러고 보니 보디라인도 얼굴 못지않게 ‘애엄마’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네요! 요즘 한창 몸매 만들기에 신경 쓸 것 같은데.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요! 임신 기간 동안 20kg 정도 불었거든요. 정말 원 없이 먹었던 것 같아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15kg 정도 체중 증가가 적당하다며 조절하라고 충고해주셨던 것도 흘려들었는데 출산 후에 후회되더라고요. 출산 후부터는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요. 밥 없이 미역국만 한 달 가까이 먹었더니 어느 정도 예전 몸무게로 돌아오더라고요. 3kg 정도 빠지면 잠시 중단하고 영양보충을 하다가, 조금 되돌아올 듯싶으면 다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을 해요.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내 몸보단 아이 돌보는 게 먼저겠지요. 아이가 가장 사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이 이름은 성은이예요. 이름 예쁘죠? 이름만큼이나 매 순간 예쁘고 사랑스럽답니다. 참, 요즘 들어 사람을 보면 방실방실 잘 웃는데, 엄마 아빠 보면서 웃을 때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이 앞에서 진근씨와 제가 춤추면 소리 내면서 웃는데, 정말 사랑스러워요~.
브라운 퍼 재킷 알비스틸바이루키버드. 옵티컬 프린트 블라우스 라우렐. H라인 롱 펜슬스커트 위드베이스. 볼드 링 탈리아. 골드 체인 디테일 펌프스 지니킴.
▼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실 계획인가요? 아니면 진행 중인 연예활동 계획이 있나요?
아이 백일도 지났고, 저도 임신 전 몸매로 돌아오는 중이라 일을 서서히 계획하고 있는 상태예요.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해요.
▼ 친한 선배 한 분도 임신 중인데 통화할 때마다 항상 이야기해요. 아이에게 어떤 옷을 입히고 싶다, 아이는 이러이러하게 키우고 싶다, 나중에 아이랑 무얼 해야겠다. 여자들은 임신 중에 정말 다양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여자는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을 임신하면서 더 크게 공감했어요. 그게 바로 인생의 행복이고 즐거움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기대보다는 부모로서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것을 위한 계획도 세우고요. 생각한 대로 된다는 말, 전 믿거든요. 신기한 게, 출산할 때 고통 없이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했더니 정말 생각한 대로 진통 3시간 만에 아기가 나왔다니까요~.
▼ 애연씨의 연기를 본 지 좀 오래돼서 예전에 어땠는지 딱 떠오르진 않는데, 이번에 화보 촬영하는 것 보면서 눈빛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연예활동을 앞둔 본인의 꿈은 무엇인가요?
좋은 작품에서 진짜 좋은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라는 거. 예전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도 이젠 놓치지 않으려고요.
▼ 배우에겐 연기력 외에 스타성이 요구되곤 하잖아요. 연기력 외에 갖추고 싶은 덕목이 있나요?
겸손함과 지혜로움,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많은 꿈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면 제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져요.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 연기 외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고, 배우로서 충실히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의 어떤 재능 때문일까요?
어떤 부분을 좋게 생각해주셨는지 저도 궁금한걸요?
(왼쪽)옐로 컬러 케이프 스타일 코트 지아킴. 골드 이어링 샤틀리트. (오른쪽)벨티드 퍼 베스트 동우모피. 다크 브라운 셔츠 알비스틸바이루키버드. 네이비 팬츠 캘빈클라인. 퍼 트리밍 앵클부츠 마이클코어스. 레더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연기할 때 남편이 조언도 많이 해주나요?
주어진 역할을 내 식으로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남편과 많이 대화해요. 필요한 정보도 같이 찾고 관련된 영화도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상상도 해주고요. 대본 리딩 상대로도 물론 일품이죠.
▼ 각종 매체를 통해 보는 ‘정애연’이 아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정애연’의 모습이 있나요?
생긴 것 하곤 다르게 굉장히 친근한 사람이라는 거요. 저를 처음 보거나 매체를 통해서만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 걸기 어렵고 차가운 사람 같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
▼ 마지막으로 운 건 언제였나요?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자신을 끝없이 따라다니는 고민이 있을 테지요.
3주 전쯤…. 시 낭송하러 대구에 간 적이 있어요.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읽다가 그만 감정에 북받쳐서 관객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어요. 당시 읽었던 시 제목처럼 정말 엄마 걱정 많이 해요. 딸이 아이를 낳으면 우리 엄마가 날 어떻게 키웠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는 말, 정말 사실이었어요. 엄마에게 전화 자주 드리고 자주 찾아뵈려고 노력해요.
캐멀 컬러 트렌치코트 위드베이스. 프린팅 랩 원피스 다이안본퍼스텐버그. 골드 체인 레이어드 네크리스 탈리아. 원석 이어링 클루. 펌프스 세라.
▼ 화보 찍으면서 ‘아름답다’는 찬사가 저절로 여러 번 터지더군요. 본인이 정작 듣고 싶은 찬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찬사는 무엇인가요?
‘아름답다’라는 말 참 좋네요. ‘예쁘다’라는 말보다는 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지금 이 순간 정말 행복한데요!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