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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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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는 나이키 독주, 스니커즈 시장 지진

오홍석 기자

2022. 11. 05

스니커즈 리셀 열풍에 힘입어 트렌드를 주도해온 나이키. 최근 이러한 나이키의 독주 체제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나이키의 유행이 이전만 못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왕좌에 도전장을 내미는 브랜드는 어디일까. 

모두가 신기 시작한 순간 트렌드세터들은 새로운 유행을 찾아 떠나간다. 더 이상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조던과 덩크로우.

모두가 신기 시작한 순간 트렌드세터들은 새로운 유행을 찾아 떠나간다. 더 이상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조던과 덩크로우.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나이키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나이키의 흥행 배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편한 옷차림을 대세로 만들었고, 나이키 운동화는 발끝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기에 아주 적절했다. 팬데믹의 끝이 보이면서 사치품 보복 소비에 나선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구하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은 이들 신발의 흥행 몰이를 부추겼다.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조던·덩크 시리즈는 팬데믹 끝에 오픈런 풍경을 만들어냈다. 오프화이트·디올 등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 톰 삭스·트래비스 스콧 등 인기 아티스트의 디자인 참여 상품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불을 지르고 기름을 부었다. 추첨을 통한 판매 방식인 래플 응모에 실패한 소비자들은 중고 매물을 찾아 나섰다. 이는 중고로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리셀 플랫폼이 생겨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는 법.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나이키의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패션 시장에서 유행을 주도하던 트렌드세터들이 점점 나이키를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행이 하락세 부른 아이러니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트렌드세터들은 유행을 선도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유행을 좇아 몰려오면 자신들은 다른 트렌드를 찾아 이주한다. 지난해 말 지하철 안에 가득 찬, 이른바 ‘범고래’라 불리는 ‘나이키 덩크 로우 블랙 화이트’ 모델을 신은 사람들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남들이 신으면 새로운 걸 찾아 나서는 트렌드세터들의 특성상 나이키의 하락세가 예상된 건 어쩌면 이때부터였을지 모르겠다.

스니커즈 업계에서 제품의 인기 정도는 발매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 거래되는 가격 추이로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여기서 이상한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나이키 신발의 하락세가 도드라지기 시작한 것.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인기 상품이었던 ‘에어 조던 1 미드 라이트 스모크 그레이’의 발매가는 13만9000원. 발매 이후 평균 거래 가격은 48만6500원이었고, 최고 74만9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0월 중순 현재 이 운동화는 22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인기 모델 범고래 또한 발매 이후 평균 거래가는 34만50원이었는데, 현재 가격은 18만 원대로 떨어졌다. 스니커즈 마니아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나이키 신발의 거품이 빠져 실착러(실제로 신발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좋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신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행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강력한 마니아층이 있어 나이키의 인기가 완전히 식지는 않겠지만, 이전에 유지했던 대세 자리에선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말했다.

신흥 강자, 뉴발란스와 아식스

고프코어 룩이 패션 장르로 자리 잡으며 덩달아 상승세를 누리고 있는 아식스.

고프코어 룩이 패션 장르로 자리 잡으며 덩달아 상승세를 누리고 있는 아식스.

나이키가 잠시 주춤한 가운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브랜드는 아식스다. 기능성 아웃도어룩을 젊은 세대들이 재해석해 ‘힙’하게 소화하는 고프코어 룩이 하나의 패션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이 아식스 상승 기류의 배경이 됐다. 아식스는 이전부터 러닝화 같은 기능성 운동화가 대표 제품군이었다. 등산복 같은 아웃도어 의류에 아식스 운동화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판매고가 높아졌다. 이에 더해 불가리아 태생의 영국 기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와의 협업이 트렌드세터들의 호평을 받으며 고유 영역을 구축하게 됐다.

뉴발란스는 또 다른 도전자다. 소비자들은 편한 옷차림에 걸맞은 편한 신발을 찾았다. 이에 자연스럽고 착용감이 좋기로 명성이 높은 뉴발란스를 소비하게 됐다. 더불어 일본에서 1980년대 유행한 ‘시티 보이 룩’이 한국에서 재유행하며 이 룩의 핵심 아이템인 뉴발란스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최초 스니커즈 업계 뉴스레터 ‘슈톡(ShoeTalk)’의 아디 장 에디터는 뉴발란스의 성공 비결에 대해 “뉴발란스의 경쟁력은 ‘Made in USA’를 고집하는 품질에서 나온다”며 “여기에 뉴발란스 코리아를 운영하는 이랜드의 사업 수완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Y2K 열풍, 아디다스 재소환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아디다스 삼바를 착용한 모습.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아디다스 삼바를 착용한 모습.

스니커즈 업계를 논할 때 아디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아디다스는 지난 몇 년간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해 만든 ‘이지 부스트’ 외에는 트렌드세터들에게 어필하는 히트 상품을 배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발매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지 부스트는 한정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물량 공급이 많아 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졌다.

하지만 최근 반등의 계기가 있었으니, ‘Y2K’가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면서다. Y2K는 ‘Year 2000’의 줄임말로 2000년대 전후 유행한 패션을 뜻한다. 로우라이즈 팬츠와 크롭트 티, 통 넓은 청바지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당대 이 아이템들과 짝을 맞췄던 아디다스 스니커즈가 다시금 소비자들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블랙핑크 제니가 아디다스 ‘삼바’ 모델을 신은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삼바 모델은 원래 1940년대에 아디다스가 고무 밑창을 덧대 만든 축구화로 쓰이다 이후 패션화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슈퍼스타’ ‘스탠스미스’ 등 오랜 전통을 가진 클래식 모델들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도전자의 도전을 견디고 나이키가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어지는 아디 장 에디터의 설명이다.

“리셀 시장의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제 위축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나이키는 규모 면에서 여타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 앞으로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순환하는 트렌드 속에서 아디다스에게 마침내 기회가 돌아왔는데 물 들어온 타이밍에 맞춰 노를 잘 저을지 주목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스니커즈 #여성동아

사진제공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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