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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obituary

아듀(Adieu)! 티에리 뮈글러

글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2. 03. 07

1980년대 런웨이를 평정한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가 향년 74세로 하늘의 별이 됐다. 패션계 역사를 새로 쓴 화려하고 찬란한 기억만 남겨두고서.

194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만프레드 티에리 뮈글러(Manfred Thierry Mugler). 어린 시절부터 디자인과 예술, 패션에 큰 열정을 가졌던 그는 학교 수업보다 취미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9세 때 고전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고 14세에 프랑스 국립오페라발레단에 합류해 발레 댄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티에리 뮈글러가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세 때. 스트라스부르 장식예술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던 그는 파리로 거처를 옮겨 ‘구둘(Gudule)’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비주얼머천다이저(VMD)가 된다. 이후 비상한 끼와 재능으로 쿠튀리에(couturier·고급 맞춤 의상 디자이너)를 돕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 1973년, 비로소 자기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를 만든다.

건축물을 닮은 구조적이고 세련된 실루엣

우주, 기술, 공상과학,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티에리 뮈글러의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의상들.

우주, 기술, 공상과학,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티에리 뮈글러의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의상들.

평소 “유행과 기대에 부응하는 디자이너는 최악”이라는 소신을 피력해온 그답게 티에리 뮈글러는 시대를 앞서가는 대담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패션 전문가들은 그의 옷을 한 마디로 ‘몸의 건축’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건축과 공간 기하학을 통해 내 옷을 발전시킨다”라는 말처럼, 그는 건축물을 닮은 구조적이고 세련된 실루엣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

티에리 뮈글러는 기술, 공상과학,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구 사회가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에 한창 빠져있던 시기에는 곤충이나 진주가 달린 굴 등을 옷으로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탁월한 퍼포먼스 감각을 갖춘 연출가이기도 했던 그는 런웨이 쇼에서 다양성을 옹호한 최초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도 손꼽힌다. 인종과 연령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며 드래그 퀸, 트랜스젠더 여성을 모델로 내세워 한 편의 연극 같은 무대를 연출한 것은 지금도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셀러브리티가 사랑한 디자이너

금속, 고무, 플라스틱 등 특이한 소재를 조합해 관능적이고 파괴적인 룩을 선보인 티에리 뮈글러의 의상은 마이클 잭슨, 마돈나, 그레이스 존스, 데이비드 보위 등 ‘퍼포먼스의 선구자’들이 즐겨 입었다. 모델 겸 사업가 출신 셀럽 킴 카다시안도 ‘티에리 뮈글러 덕후’를 자처할 정도로 그의 옷을 사랑했다. 카다시안이 2019년 멧 갈라에서 입은 라텍스 코르셋 드레스는 티에리 뮈글러가 2002년 은퇴 후 20여 년 만에 선보인 룩으로, 제작에만 약 8개월이 걸렸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크리스털 디테일은 카다시안이 물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카다시안이 지난해 핼러윈 코스튬 파티에서 입은 메탈릭한 카우보이 의상 역시 티에리 뮈글러 작품이다.



힙합 뮤지션 카디 비는 티에리 뮈글러의 아카이브에서 찾은 상징적인 피스를 입고 2019년 그래미 어워드 레드 카펫에 섰다.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드레스는 조개 속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진주 액세서리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늘 과감하고 극적인 룩을 선보이는 셀럽답게 카디 비는 ‘티에리 뮈글러: 쿠튀르시메’ 전시회에서도 깃털과 스팽글로 뒤덮인 아방가르드한 드레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 발레 댄서로 활동한 경험 덕에 무대 의상에도 일가견이 있던 티에리 뮈글러는 비욘세의 2009년 월드 투어 의상을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가 선보인 금빛 스팽글로 수놓은 보디슈트는 비욘세의 강인한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이처럼 어느 것에도 한계를 두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대담함을 보여주던 티에리 뮈글러. 그가 1월 23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나자 많은 패션계 인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를 추모했다. 킴 카다시안은 “당신을 알고 뮤즈가 돼 정말 영광입니다.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가 무엇인지 알려준 당신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라는 글로 깊은 애도를 표했다. 시대를 앞서간 스타일로 패션계를 이끈 티에리 뮈글러를 세상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동시대 패션 아이콘들이 사랑한 티에리 뮈글러의 컬렉션.

비욘세

비욘세

마일리 사이러스

마일리 사이러스

레이디 가가

레이디 가가

카디 비

카디 비

킴 카다시안

킴 카다시안

#티에리뮈글러 #킴카다시안 #비욘세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강부경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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