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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얘들아, ‘티피코시’ ‘잠뱅이’를 아니?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3. 05. 25

서태지가 입었던 티피코시부터 전지현이 입었던 잠뱅이까지, 1990년대를 핫하게 주름잡았던 그때 그 브랜드들이 돌아왔다. 

골반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로라이즈 팬츠, 청청 패션, 벨벳 트레이닝복 셋업, 헐렁한 카고 팬츠, 배꼽티, 밀리오레 댄싱 퀸 길은지와 뉴진스의 등장까지. 지난 몇 시즌 동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Y2K 코드가 올해에도 새롭게 진화해 그 감성을 이어가고 있다. Y2K 패션은 현재의 30~40대에겐 아주 익숙하다. 일부는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잊고 있었던 과거 패션의 흑역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Y2K 패션에 열광하는 이들은 MZ세대 중에서도 Z세대로 분류되는, 그야말로 완전 ‘요즘 세대’. 이런 현상은 단순히 레트로가 아닌, 과거의 유행이 지금 시대의 유행과 취향에 맞도록 새롭게 각색된 뉴트로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새 유행하고 있는 Y2K 트렌드에 힘입어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패션 브랜드가 속속 귀환을 알렸다. 이른바 ‘레저렉션 패션(resurrection fashion·부활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던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브랜드 ‘티피코시’. 
약 30년이 흐른 지금, 티피코시의 귀환을 반기는 이들은 자유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Z세대다.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던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브랜드 ‘티피코시’. 약 30년이 흐른 지금, 티피코시의 귀환을 반기는 이들은 자유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Z세대다.

1990년대를 추억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삼천포와 윤진이의 커플 티셔츠였던 ‘티피코시’는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던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브랜드. ‘음악과 가수를 통하면 유행한다’는 공식이 성립되던 당시 힙합, 레게,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인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 배우 김남주가 모델로 함께한 화보, TV 광고가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핫한 브랜드로 성장하던 티피코시는 IMF와 경제위기를 겪으며 철수했으나, 15년 만인 지난 4월 재론칭했다. 티피코시를 전개하는 LF 홍보팀 양연준 대리는 “‘언제나 즐겁고 감동적인 순간에 티피코시가 함께한다’는 것이 새로운 티피코시의 핵심 가치”라며 “스트리트 스타일을 즐겨 입고, 자신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10대와 20대가 티피코시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티피코시가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패션에 접목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구문화의 전유물이던 청바지를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재해석해 큰 인기를 얻었던 토종 패션 브랜드 잠뱅이.

서구문화의 전유물이던 청바지를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재해석해 큰 인기를 얻었던 토종 패션 브랜드 잠뱅이.

“청바지 사주면 공부 열심히 한다 안 카나.” ‘응답하라 1997’에서는 주인공 성시원이 아버지에게 당시 유행하던 청바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반에서 나만 없다”며 울고불고 애원하던 청바지가 바로 ‘마리떼프랑소와저버’다. 게스, 캘빈클라인 등과 함께 1990년대에 유행했던 프랑스 청바지 브랜드로, 당시 연예인들이 즐겨 입었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다시 돌아온 마리떼프랑소와저버는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데님, 티셔츠 등 편안하고 캐주얼한 아이템 위주로 재해석됐다. 달라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고윤정, 크러쉬 등 유명 셀러브리티는 물론 나이스웨더, 뉴에라, 마르디메크르디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있다. 과거에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로 동시대와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1990년대 데님을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던 마리떼프랑소와저버.

1990년대 데님을 기반으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던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청춘의 아이콘’ 제임스 딘이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었던 청바지 브랜드 ‘리’도 복귀했다. 1889년에 탄생해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리는 전통적으로 견고함과 실용성을 강조했던 워크웨어와 데님 의류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1990~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고, 2019년 Y2K 바람에 힘입어 새롭게 리브랜딩되었다. 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공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로고를 활용한 것.

1990년대와 2000년대 티피코시는 서태지와 김남주, 잠뱅이는 박지윤, 김재원, 전지현, 장혁 등 톱스타를 모델로 발탁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티피코시는 서태지와 김남주, 잠뱅이는 박지윤, 김재원, 전지현, 장혁 등 톱스타를 모델로 발탁했다.

“과거의 리는 고가 전략으로 많은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반면, 현재는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리의 시그니처인 ‘LEE’ 빅 트위치 로고를 다양하게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마케팅팀 김다혜 대리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데님 브랜드로서의 헤리티지는 유지하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트렌디하고 일상적인 아이템을 전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여성 라인을 강화하였고, 생동감과 따뜻한 이미지를 내세워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시그니처인 빅 트위치 로고를 다양하게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리.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시그니처인 빅 트위치 로고를 다양하게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리.

또 다른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도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잠뱅이는 서구문화의 전유물이던 청바지를 한국인의 체형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 큰 인기를 얻었던 토종 브랜드. 한때는 매출이 400억 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매장 위주의 오프라인 영업 방식과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잊혀갔다. 그러다 2021년부터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1020 세대에게 새로운 청바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청바지뿐만 아니라 조거 팬츠, 카고 팬츠 등 디자인 영역을 폭넓게 확장한 것이 그 비결이다.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낸 브랜드의 부활은 X세대가 아니라 오히려 Z세대가 반기고 있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디자인과 모델 등 새로운 요소를 더해 뉴트로 트렌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는 낯설지만 신선한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레저렉션 브랜드의 귀환.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잊혔던 과거는 뒤로하고 멋지게 부활한 이들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다.

#레저렉션패션 #Y2K트렌드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리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잠뱅이 티피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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