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의 스타일링 자체도 완전히 바뀌었다. 로맨틱한 의상에 단아한 진주라는 ‘정직한’ 착용은 이제 진부해 보인다. 일찍이 코코 샤넬이 유행시킨 ‘로프(rope)’라고 불리는 1m 이상의 진주 비드 목걸이는 티셔츠 하나도 순식간에 ‘드레스업’을 시켜주는 ‘신의 한 수’가 아니던가. 여러 번 감아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큼지막한 원석이나 크리스털까지 가세한다면 다이내믹한 연출도 가능하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쇄골 아래에 걸쳐지는 ‘프린세스(princess)’ 길이의 목걸이는 볼드한 체인을 매치하거나 펑키한 의상에 착용하면 지나치게 점잖은 느낌을 상쇄시킬 수 있다.
사실 진주는 용어의 해석에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다. 특히 ‘양식 진주’ ‘모조 진주’ ‘천연 진주’의 개념을 혼동하는데 현재 지구상에 ‘천연’ 진주란 99% 고갈되어 빈티지 피스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양식업의 발달 덕분에 우리는 고품질의 해수 진주(아코야, 남양, 타히티 흑진주 등)와 민물에서 키운 담수 진주를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일명 ‘못난이 진주’라 불리는 자유로운 형태의 ‘바로크 진주’는 그 독특함 때문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주얼리가 된다. 우연적으로 생성되는 작은 크기의 케시(Keshi) 진주도 인기가 높은데 핵은 없지만 양식 과정의 부산물이므로 양식 진주로 분류된다. 간혹 양식 진주로 착각하곤 하는 핵진주는 크리스털과 더불어 대표적인 모조 진주다. 파인 주얼리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과감한 디자인을 원할 때면 모조 진주로 만든 코스튬 주얼리가 제격이다.
스타일링의 완급 조절로 ‘정숙’과 ‘일탈’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진주는 이렇게 오늘날 패션 지수를 수직 상승시켜주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다이아몬드가 눈부신 광채로 스스로 주인공이 된다면, 진주는 착용하는 여성을 은은하게 빛내면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1 독특한 형태의 바로크 진주를 가느다란 체인에 연결해서 따로 또는 함께 착용할 수 있다. 타넬로.
2 ‘우니쿠스’ 링. 현대적인 디자인의 오픈 링. 화이트골드 바(bar)에 멜리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장식된 스타일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좌 1백30만원, 우 1백10만원 몬드.
3 진주 팔찌를 청키하게 착용하면 젊어 보인다. 다른 팔찌와 레이어링해도 좋다. 타넬로.
4 유려한 금속의 선이 손가락을 길고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스페이스 진주 링’. 코이누르.
5 군더더기 없는 선과 스톤으로만 이루어져 시크한 룩을 연출해주는 ‘우니오’ 네크리스. 60만원 몬드.
●윤성원 주얼리 컨설턴트.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외래교수.’잇 주얼리’ 저자로 한국 보석 디자이너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 디자인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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