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가 함께하는 넷플릭스 ‘미친맛집’이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MBN의 ‘전현무계획’은 제목부터 예능적 매력을 풍긴다. 계획이 없는 것이 진짜 계획이라 외치는 전현무와 유튜버 곽튜브가 전국의 숨은 맛집을 찾아 길을 떠난다. 최근 ‘전현무계획2’에서 방영된 경북 영덕 대게 편에서는 대게보다 출연자들의 거침없는 입담이 돋보였다. 배우 지예은과 함께하는 도중 곽튜브가 전현무의 열애설을 언급하자 전현무가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등 예상치 못한 입담과 즉흥적인 재미 덕분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현무는 특유의 입담과 센스로 먹방 MC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곽튜브는 여행 유튜버다운 호기심과 대식가 면모를 보이며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여준다. 출연진은 음식 맛에 솔직한 반응을 보이는데,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리액션이 오히려 ‘슴슴한 맛의 예능’이라 불리며 호평받기도 했다. 방송 후 해당 지역의 맛집들이 관광 필수 코스로 급부상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전반적으로 지역 밀착형 먹방 여행과 예능적 즉흥성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맛집 선정에 있어서도 방송 초반의 유명 관광지 맛집뿐 아니라 점차 골목 숨은 맛집이나 노포까지 발굴해 소개하며 음식 탐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식도락 가이드처럼 참고하기도 하고, 현지인만 아는 별미를 발견하는 재미도 얻는다.

시즌2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현무계획’은 전현무와 유튜버 곽튜브의 티키타카가 일품이다.
음식에 담긴 추억과 문화 스토리텔링
많이 먹는 것을 넘어, 제대로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준 건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이다. 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 4명의 프로 먹방러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맛없는 것도 맛있게, 맛있는 건 더 맛있게’ 먹는 법을 보여줬다. 맛있게 먹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포맷으로, 먹방계의 바이블로 불릴 만큼 수많은 레전드 먹방 장면을 탄생시켰다. 시즌 2를 맞아 ‘THE 맛있는 녀석들’로 이름을 살짝 바꾸고, 멤버 2명을 황제성과 김해준으로 교체해 돌아왔다. 제작진 역시 콘셉트를 약간 변주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집 기획을 종종 선보이는데, 올해 3월 초 방영된 ‘삼시 몇 끼 셰프’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셰프로 변신해 각각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요리 대결을 펼쳤다. 다른 먹방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거나, 인기 쿡방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로 신선함을 주입하고 있다. 비록 한때 시청률이 1%대에 머물며 위기설이 제기되었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지와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장수 예능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THE 맛있는 녀석들’의 가장 큰 매력은 출연진 자체가 음식을 먹는 행위를 진정 즐긴다는 점이다. 특정 맛집 홍보에 치중하지 않고, 설령 어디서 먹더라도 네 사람만 있으면 언제나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다는 ‘먹방의 본질’을 보여준다. 거짓 없이 많이 먹고 맛있게 먹는 모습 그 자체로 승부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믿음을 주는 것이다. 거구의 멤버들이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음식을 해치우는 모습은 단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 더 큰 재미와 쾌감을 선사한다.

제대로, 많이 먹는 법을 보여주는 예능 먹방의 레전드 ‘THE 맛있는 녀석들’.
맛방 공통 키워드는 진정성과 인간미, 캐릭터
과거 먹방은 야심한 밤에 침샘 폭발을 유발하며 죄책감을 던져주던 콘텐츠였다. 시대는 변했고, 시청자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영상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맛집 방송도 그렇다. ‘트루맛쇼’라는 충격적인 고발 다큐멘터리가 맛집 방송의 어두운 비밀을 폭로했고, 신뢰도는 급락했다. 사람들은 맛집과 음식에 대한 정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 맛방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키워드는 진정성과 인간미, 캐릭터다.맛방의 시대에선 더 이상 무엇을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어떻게 먹느냐가 핵심이다. 맛방 콘텐츠의 선두 주자 격인 ‘THE 맛있는 녀석들’은 이를 정확히 파악했다. 4명의 개그맨이 어디에서든 맛깔나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심지어 어느 식당인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연진의 먹는 방식과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된 것이다.
맛방 콘텐츠는 다양한 스토리와 요소를 덧입었다. 일찍이 tvN의 ‘윤식당’이 외국에서 직접 한식당을 운영하며 힐링 서사를 제공한 방식이 제대로 통했었다. ‘전현무계획’처럼 계획 없이 떠난 여행길에서 맛을 발견하는 과정도 시청자들이 즐기는 이야기다. 최강록 셰프와 유튜버 문상훈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주관식당’은 추억 속 음식을 재현하며 드라마적 감동까지 전달한다.
국경을 넘는 글로벌화도 맛방 트렌드의 중요한 축이다. 한류의 힘을 타고 한국식 먹방은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고, 해외의 먹방러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경계를 허물었다. ‘현지에서 먹힐까?’ 같은 프로그램은 해외 시장에서 직접 한국 음식을 판매하며 외국인들의 반응까지 담아 글로벌 미식 방송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맛방 예능은 맛있게 먹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미식의 깊이까지 탐구한다. 성시경과 마츠시게 콤비의 ‘미친맛집’은 전문성과 개성을 결합한 새로운 맛방의 가능성을 열었다. ‘주관식당’ 또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교차된 시각으로 시청자들의 입맛과 취향을 공략한다.
맛방의 경제적 영향력 역시 놀랍다. 방송 후 식당들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사람들은 프로그램 속 장면들을 재연하듯 성지 순례를 다닌다. 방송 한 번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새로운 관광지가 탄생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전현무계획2’ 춘천 편 방송 후 막국숫집을 찾는 젊은 세대가 급증했고, 영덕 대게 편 이후 대게 거리도 방문자가 늘었다.
입맛만 공략하던 시대는 끝났다. 맛방은 음식이 가진 본래의 의미, 즉 사람과 삶을 이어주는 진정한 미식 문화로서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먹는 것에서 시작된 이 즐거운 여행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될지 맛방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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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사진출처 전현무 인스타그램 ‘THE 맛있는 녀석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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