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리 에스테이트 에코 스파클링 피노 누아(왼쪽).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넵투누스와 암피트리테’(스페인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둥글게 휘어 펄럭이는 스카프가 극적인 상황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펜리에서 생산하는 에코 스파클링 와인은 피노 누아만으로 만든다. 스파클링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황금빛 화이트와인이나 핑크빛 로제와인인데 펜리의 에코 스파클링은 독특하게도 레드와인이다. 와인병을 병맥주처럼 크라운 캡으로 마감한 것도 이채롭다.
에코 스파클링의 라벨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산의 정령(님프) 에코가 등장한다. 에코는 자신의 친구가 제우스와 밀회한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일부러 헤라에게 말을 건다.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헤라는 에코에게 남이 말하기 전에는 입을 열 수 없고 말을 하더라도 남이 한 말의 끝부분만 반복하는 벌을 내렸다. 헤라의 저주를 받은 에코는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을 사랑했지만, 고백할 수 없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육체는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은 메아리가 된다.
라벨 속 에코는 스카프로 전신을 감싸고 있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스카프는 에코의 머리 위로 한껏 부풀려져 있다. 에코는 자신의 몸을 따라 흘러내린 스카프를 양손으로 느슨하게 잡고 서 있다. 스카프에 살짝 가려진 실루엣이 묘한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발레 ‘라 바야데르’ 3막 ‘망령의 왕국’에 등장하는 셰이드 군무 장면. 환상적인 팡셰 동작을 볼 수 있다.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온 스카프는 지금도 자신만의 생명력을 가지고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는 듯하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얇고 가벼운 스카프를 보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치 환상을 심어주듯 몸의 흐름을 율동적으로 보여주는 용도로 스카프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일 터이다. 라벨 속 에코는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구름 위로 두둥실 날아갈 것만 같다. 한없이 가볍고 거칠 것 없이. 그런 맛을 에코 스파클링 피노 누아가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와인과춤 #와인라벨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사진출처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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