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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블한 공간이 뜬다, 랜드마크 된 올리브영과 편의점

전혜빈 기자

2025. 01. 16

1354개의 올리브영, 1만6787개의 CU, 1만6448개의 GS25 편의점. 서울 어디에서나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지만 유독 ‘놀러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올리브영과 편의점이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비결에 대하여. 

올리브영N 성수의 내외부. 12개의 전문관으로 나눠져 있다.

올리브영N 성수의 내외부. 12개의 전문관으로 나눠져 있다.

최근 ‘플레이어블(play+able)’한 공간이 급부상하고 있다. 플레이어블이란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공유하며 놀이형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 소비를 추구하는 Z세대를 겨냥해 유통업계에서도 각 매장에서 ‘놀이 요소’를 더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즐기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이벤트나 게임 등의 재미 요소를 접목해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공짜로 할 수 있는 경험인데 안 할 이유가 없죠.”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올리브영N 성수’를 찾은 대학생 승모(24) 씨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7시 해당 매장 1층에서 만난 승모 씨는 올리브영 탄생 25주년 행사에 맞춰 케이크 그리기 행사에 참여 중이었다. “공짜인데 재미까지 있다”며 즐거워하는 그는 “친구와 함께 성수에 놀러 왔다가 들렀는데, 2층과 3층에는 또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오픈한 올리브영N 성수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새로운 상품 큐레이션을 제안하는 매장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뷰티를 콘텐츠화해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1층을 화장품 판매 공간 없이 체험과 전시 등으로 채운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N은 4628㎡(약 1400평) 규모의 5층 건물로 올리브영 자체 최대 사이즈를 자랑한다. 뷰티와 패션 트렌드 성지인 성수에 대형 매장을 낸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과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조준하기 위해서다.

올리브영N 성수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즐거운 체험과 개인 맞춤형 뷰티 서비스를 선보인다. 2층 터치업 바에서는 전문가에게 15분간 부위별 메이크업을 배워볼 수 있다. 현장 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가격은 무료다. 이 외에도 메이크업 브랜드 상품 커스텀, 올리브영 스킨 홈 케어 레슨 등 다양한 무료 체험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도 소구 포인트다. 늦은 시간에도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고객들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놀러 와 인증 사진을 남기는 2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덕에 매장 곳곳은 포토 존이다. 20대 여성 윤 씨는 “팝업스토어 여러 개를 합쳐놓은 것 같아 친구들과 사진 찍기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황 씨는 “자본의 힘이 느껴지는 프리미엄 종합 놀이시설”이라고 평했다.

편의점이 랜드마크 되려는 이유

라면 라이브러리 CU 홍대상상점. 초대형 라면 진열장과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이 눈에 띈다.

라면 라이브러리 CU 홍대상상점. 초대형 라면 진열장과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이 눈에 띈다.

편의점도 특화 매장을 선보이며 체험형 놀이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라면 라이브러리 CU 홍대상상점이 대표적이다. 해당 매장의 주 고객층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임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는 가로 6m, 세로 2.5m 크기의 라면 전용 진열장에 100여 종의 라면이 채워져 있다. 라면이 책처럼 꽂혀 있는 모습과 컵라면 모양의 테이블은 그 자체로 포토제닉하다. 라면 진열장에는 유튜버,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라면 라이브러리는 라면 마니아,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등 고객들의 K-라면에 대한 새로운 소비 경험을 통해 수요를 창출한다. 해당 매장의 직원은 “다른 매장보다 외국인 손님 비율이 월등히 높다”며 “한국의 라면을 경험하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라면은 한 끼 식사 이상으로, 한국 문화 체험의 의미를 갖는다. CU 관계자는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는 분들은 ‘이 라면을 먹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손님 수가 거의 다 매출로 이어진다”며 “라면 라이브러리가 전국에 20곳이 있는데 기존 매장보다 수익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2024년 1월 기준 라면 라이브러리 CU 홍대상상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라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62%로 내국인 매출(38%)을 앞선다.

GS25는 서울 인사동에 ‘그라운드블루49’를, 잠실 야구장 인근에 LG트윈스 특화점을, 울산에 축구팀 울산 HD 특화 매장을 냈다(위부터).

GS25는 서울 인사동에 ‘그라운드블루49’를, 잠실 야구장 인근에 LG트윈스 특화점을, 울산에 축구팀 울산 HD 특화 매장을 냈다(위부터).

편의점 업계의 또 다른 대표 브랜드 GS25 역시 특화 매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2024년 8월 서울 종로구에 스마트 기술 기반 미래 체험형 매장 ‘그라운드블루49’를 열었다. 매장이 입점한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인사동 한복판에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자 종로구 핵심 지역을 매장 위치로 낙점했다. ‘그라운드블루49’는 2070년의 편의점 모습을 연상시킨다. 입구에 들어서자 라테아트 로봇, 포토 카드 인화 머신 등 미래 편의점에 있을 법한 기계들이 고객을 맞이한다. 관광객을 위한 K-푸드 코너도 있다. 특히 K-누들 챌린지 스테이션 구역에는 순한 라면부터 화끈함을 자랑하는 매운 라면까지 라면을 4단계로 나눠 진열해 외국인들에게 매운 정도를 쉽게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 팬을 겨냥한 매장도 개점하고 있다. 울산에 프로축구 구단 울산 HD와 협업한 축구 매장과 LG트윈스의 홈구장인 잠실 야구장 인근에 LG트윈스 매장을 열었다. 스포츠 특화 매장에는 선수들의 라커 룸을 재현한 공간과 해당 팀의 우승 및 역사를 기록한 포스터 등이 장식돼 있다. 해당 팀의 굿즈도 판매해 스포츠 팬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특화 매장의 취지에 대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일반 편의점을 고를 때도 GS25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경험을 중시하는 2030을 조준하고 브랜드와 고객의 장기적 관계를 위해 플레이어블한 매장을 내는 추세다. 이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 장기적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SNS로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고 삶의 중심이 자신인 MZ세대는 경험을 소중히 여겨 플레이어블한 매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료로 가능한 경험이라는 것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2030에게 매력적인 점”이라며 “온라인 시장의 편리성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시장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마케팅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특화 매장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플레이어블 #특화매장 #여성동아

‌사진 전혜빈 기자 
‌사진제공 올리브영 CU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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