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 소장
예비 고1, 수준이 비슷한 친구와 비교하라
10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2025학년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면접고사장 앞에서 재학생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평가 방식입니다. 중학교 때는 절대평가였지만 고등학교 때는 상대평가로 바뀌죠. 당연히 학습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얼마나 더 공부하느냐’를 신경 써야 해요. 많은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선생님 제 생애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건 다른 친구들도 나만큼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이게 상대평가의 본질이죠.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상대평가의 요지는 나랑 비슷한 친구들과 경쟁해 조금이라도 앞서나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학부모님들도 이 부분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시험을 보고 나면 내 아이와 성적이 비슷했던 친구의 시험 결과를 놓고 비교, 분석해서 내 아이의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내 아이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과 비교하지 마시고요.
올해 중3부터는 9등급제가 폐지되고 5등급제가 적용됩니다. 내신 변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대학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실 5등급제 안에서도 내신의 영향력을 높이는 안을 짤 수 있습니다. 대학별 전형 계획안이 나오지 않는 한 사실상 내신의 영향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을 섣불리 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대학들이 원점수를 중요하게 볼 가능성도 있고요. 따라서 등급에 연연하기보다는 원점수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입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1, 2학년 때는 입시 전형의 요소를 이해하기 시작해야 해요. 현재 입시는 내신 성적, 비교과, 논술, 면접, 수능 등 5가지 전형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5가지 요소를 조합하는 게 전형이에요. 어떤 대학은 교과 70%에 면접 30%,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학은 교과 80%에 학생부 20%, 수능최저학력기준을 가지고 있고요. 사실 이 2곳의 전형 요소가 다르잖아요. 하지만 교과가 절반을 넘기 때문에 2곳 모두 교과 전형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러니까 ‘저희는 교과 전형으로 갈 거예요’라는 말이 굉장히 허상인 거죠. ‘어느 대학의 교과 전형으로 가느냐’가 중요해요.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 고등학교 1, 2학년의 시기는 각자의 전형 요소별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해요. 특히나 교과와 학생부 활동은 다른 3가지 요소와 달리 누적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1학년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거죠.
1학년 때 내신이 좋지 않으면 자퇴하고 수능 위주 전형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퇴는 상당히 숙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공부를 명절 음식 만드는 것에 빗댈 수 있는데요. 제가 학부모님께 “명절에 음식의 가짓수가 준다고 해서 음식 만드는 시간이 줄어드냐”고 여쭤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세요. 아이들 공부도 똑같죠. 자퇴하면 학교를 안 다니고 확보된 시간 동안 수능 공부만 해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만큼 긴장도가 떨어지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내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혼자 수능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의지력을 가진 친구는 별로 없습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내신을 열심히 했겠죠.
또 1학년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학습 지구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요즘 학생들은 학습 지구력이 많이 약한 편이에요. 학생 참여형 수업과 체험 활동 위주인 자유학년제가 도입되면서 순발력은 높아졌지만 지구력은 약해졌죠.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중간에 아무 때나 들락날락하는 등 학습 몰입도가 떨어진 경우도 많고요. 이런 아이들이 100분 동안 집중해서 시험을 보는 게 고3 때 처음입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모의고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보지 않거든요. 학습 지구력이 부족하면 시험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학습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어떻게 하면 학습 지구력을 키울 수 있나요.
앉아 있는 시간 자체를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서 책이나 태블릿을 보는 시간을 계속 늘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앉아서 낙서를 해도 됩니다. 낙서나 딴짓을 하다가 지쳐서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되는 거예요. 10분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이 갑자기 1시간 동안 공부할 수는 없어요. 10분 앉아서 공부하는 친구는 20, 30분 이런 식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정도에 선택과목을 정하는데,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요.
선택과목은 제일 잘하는 과목을 고르는 게 최선입니다. 결과를 안 볼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과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과목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기 싫을 때도 ‘내가 원래 좋아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내신 따기 쉽다’고 생각하는 과목이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남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자신한테 좀 더 집중해서 선택과목을 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전공 관련성이 높은 과목보다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고르는 게 더 좋은가요.
진로가 명확하다면 해당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들으면 됩니다. 진로와 전공에 대한 숙고 없이 선택과목을 고르는 친구들은 어차피 학종에 적합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공대를 가려면 물리가 꼭 필요합니까?’라고 질문하는 친구가 있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그 친구는 물리를 안 해도 됩니다. 그 질문하는 것 자체가 학종으로 공대를 못 가는 겁니다. 질문이 좀 더 섬세하게 바뀌어야 해요. 예를 들어 ‘저는 공대에서 이런 특정한 전공을 할 건데 이 전공에는 물리보다는 화학이 사용 빈도가 높은 것 같아요. 그럼 물리 대신 화학을 해도 괜찮나요?’ 이런 식으로요.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진로가 없는 대부분의 학생은 잘할 수 있는 과목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입시 전형을 고르는 시기는 언제여야 하나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결정하는 건 6월 모의평가를 보고 난 뒤라고 생각하고요. 이유는 수시 지원의 기준이 수능 경쟁력에 있거든요. 수시는 수능으로 못 가는 대학에 지원해야 하니까요. 따라서 수능으로 갈 수 있는 데를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시 원서를 쓴다는 게 말이 안 되죠.
“학종으로 대학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학종에 관심 갖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학종은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입시 전형이에요. 왜냐하면 불확실하기 때문이에요. 교과 전형이나 수능 위주의 전형은 수치화된 결괏값이 있고 그 숫자에 맞춰서 대학에 입학하는 거잖아요. 학종은 그렇지 않죠. 학종으로 대학에 가려면 내가 어떤 전공을 하고 싶고 그 전공을 하기 위해 어떤 과목이 필요한지 알아야 해요.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전공이 있고 그 전공을 하기 위해서 어떤 과목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아이들만 학종으로 대학에 가는 거예요. 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고1 때부터 원하는 전공이 정해진 학생은 별로 없지 않나요.
그렇죠. 이 점을 고려해 대학도 학종 평가 요소에 변화를 두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과거에는 ‘전공 적합성’ ‘계열 적합성’이 학종의 주요 평가 요소였어요. 최근 대학에서는 ‘탐구 역량’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젠 대학에서 ‘진로를 가지고 있느냐’만큼이나 ‘진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했느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어떤 학생이 당장은 하고 싶은 것이 없지만 나의 관심사와 진로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다면 그것이 탐구 역량을 가진 아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거예요.
탐구 역량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탐구 역량을 알아보는 데는 3단계가 필요해요. 우선 탐구 역량의 출발은 ‘호기심’이에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요. 탐구 역량의 두 번째 단계는 진로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태도’예요. 누군가한테 물어보거나 웹 서핑을 통해 관심 분야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학생들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종적으로는 찾아보는 행위가 어떤 결과물로 나와야 해요. 그래서 ‘나는 이 직업을 가지고 싶다’ 또는 ‘나는 이런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우수성’이 됩니다. 탐구 역량은 이렇게 3단계로 나타나게 됩니다.
명확한 전공을 정하지 않아도 학종을 쓸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대학 입장에서도 상황이 달라진 게, 2025학년도부터 자유전공·무전공이 많이 도입됐어요. 그런데 자유전공에서 전공 적합성이나 계열 적합성을 본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요. 그래서 자유전공을 학종으로 뽑을 때는 기준이 달라져요. 진로 역량보다 학업 역량이나 탐구 역량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하나의 중요한 평가 요소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비교과는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비교과에 어떤 평가 요소가 남아 있는지를 우선 봐야 합니다. 현재 수상 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동아리를 제외한 자율 동아리 활동, 독서가 비교과 활동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교과라는 부분이 굉장히 많이 축소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교과 영역에 남은 평가 요소가 있거든요. 창의적체험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이렇게 3가지입니다. 사라진 3가지와 남은 3가지의 차이는 ‘교사가 관찰 가능한 부분인가’예요. 창의적체험활동은 교사가 직접 인솔하고 자기 주도하에 아이들을 다 바라보기 때문에 제대로 관찰할 수 있어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이니까 당연히 관찰할 수 있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도 담임 선생님이 직접 쓰는 거니까 담임이 관찰한 결과겠죠. 선생님이 관찰 가능한 부분만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자신의 교내 활동을 관찰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선생님들이 비교과 활동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즉, 선생님들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진 거죠. ‘선생님 저 이런 거 했어요. 이런 거 하니까 이런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근데 여기에서 문제 해결이 안 돼요’ 식의 소통을 선생님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연 그렇게까지 소통했던 아이가 학년 말에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적을 때 기억이 안 날까요? 당연히 나겠죠.
학생부 관리에 팁을 주실 게 있다면요.
첫 번째로는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면 좋겠어요. 수행평가 과제를 선택할 때부터 그 주제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보라는 거죠. 독서 관련 수행평가 과제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책을 고르느냐’보다 ‘왜 그 책을 고르는가’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이 있어요. 생명과학을 전공할 친구들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거든요. 광고홍보학과를 지망하는 친구가 이 책을 읽으면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이 가지고 있는 반어적 의미에 대해 주목하게 돼요. 그럼 그 친구는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거든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학부모님들이 이와 관련해 특별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거나 아주 유치한 답을 하더라도 왜냐는 질문을 자꾸 던지게끔 학부모님들이 유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기록이에요. 왜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활동의 과정, 그것이 자기한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기록해두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학교생활에 충실해지고 더 나아가서 학종형 아이가 될 수 있죠.
대학 입시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성공의 경험을 획득하는 것이 대학에 가는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신의 대학 입시가 실패라고 규정되면, 그 친구가 대학에 가서 어떤 새로운 도전을 만났을 때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돼요. 그럼 그 두려움 때문에 또 실패하게 되고요. 그런데 그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와 상관없이 자기 스스로 ‘성공했다’고 인정하면 새로운 도전이 왔을 때 ‘또 성공하겠지’라고 생각하게 돼요. 굉장히 위험한 게,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너는 이 대학에 가야 해’라고 강요하고 학부모님의 기준보다 낮은 대학에 가면 실패라고 규정하는 겁니다. 하지만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과정, 그 자체가 성공입니다. 대학에 가는 행위 자체가 성공을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성공들이 모이는 게 필요합니다. 10분을 앉아 있던 친구가 20분을 앉아 있으면 그게 작은 성공인 거죠.
#대학입시 #학생부종합전형 #예비고1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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