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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초콜릿의 유통기한은? 데이터로 본 디저트 트렌드

신예은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2024. 11. 01

빠르게 변화하는 디저트 시장. 지난 10여 년간 디저트 트렌드의 변화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023년 대유행했던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있나. 길거리에 탕후루를 들고 다니며 먹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고, 탕후루 가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급기야 국정감사 이슈로까지 부상했었다. 지금은 탕후루 인기가 작년보다 꺾였다. 그리고 새로운 대항마로 두바이 초콜릿이 등장했다.

정량 데이터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소셜 데이터상 탕후루에 대한 언급은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두바이 초콜릿이 언급량을 역전했다. 하지만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지난해 탕후루 열풍을 못 따라가고 있다. 탕후루 피크 지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지점에 머물고 있다.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수많은 디저트가 존재했다. 이 수많은 디저트들은 사라지기도,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기도 했다. 우리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어떤 디저트가 뜨나’ 정도가 아니다. 디저트에 대한 인식 변화와 화제성의 정도, 트렌드가 되는 기간과 다시 관심이 식는 기간까지 파악할 수 있다. 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 트렌드도 알 수 있는 것.

디저트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저트에 대한 언급량은 2020년 1분기에 비해 2023년 3분기 약 2.4배 늘어났다.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디저트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2019년과 2022년 사이 3년 동안 이뤄진 변화를 살펴보자. 디저트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를 비교하면 예전에는 ‘수제’ ‘재료’와 같이 성분이나 ‘친구랑’ 등 누구와 디저트를 먹는지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포토 존’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과 ‘최애’ ‘시그니처’와 같이 취향이 함께 언급된다. 과거엔 디저트가 ‘식(食)의 영역’에 속했다면 지금은 ‘탐미(耽美)의 영역’으로 발전한 것이다.

소금빵은 한물갔다고?

한때 인기 디저트로 언급됐던 디저트 8가지의 언급 추이를 통해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해보자. 데이터 안에서 여러 가지 패턴의 선을 볼 수 있다.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보이는 선, 하락하는 선, 급속하게 증가하는 선, 구불구불 계절별로 피크를 보이는 선 등 데이터를 통해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과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마카롱,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던 베이글과 도넛 그리고 단시간 내에 증가한 탕후루, 매년 겨울 언급 피크가 커지는 붕어빵까지 다양한 디저트가 뜨고 졌다.

먼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약 7년간 마카롱은 압도적인 1위로 언급됐다. 지금이야 마카롱이 디저트로서 그렇게 핫하진 않지만, 한때 한국 디저트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단 걸 데이터가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마카롱이 사람들에게 아예 잊힌 건 아니다. 오히려 쉽게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 아이템이 됐다. 도넛과 소금빵 유행 역시 한물간 것 같지만 지금 당장 유행하는 두바이 초콜릿보다 소금빵의 언급 빈도가 높다. 최근까지 열풍이었던 탕후루보다 도넛의 언급량이 많다.

이처럼 대한민국 디저트 트렌드의 흐름 안에 몇 가지 방향성이 존재한다. 짧지만 폭발적인 유행인 패드(fad·일시적인 유행) 그리고 장기적인 트렌드와 계절성 트렌드까지. 그렇다면 빠르게 유행을 이끄는 디저트와 장수하는 디저트 각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곁에서 사라진 디저트들

먼저 반짝하고 사라진 디저트들을 시간순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타자는 슈니발렌이다. 2013년 1분기에 인기를 얻었던 슈니발렌은 당시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슈니발렌을 부숴 먹는 망치를 함께 팔았다. ‘백화점 가면 사 오는 디저트’로 사람들에게 각인됐지만 그 인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2016년 하반기 인기를 얻었던 대만 카스텔라는 지금의 탕후루처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었다. 대만 카스텔라 가게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먹거리 X파일’ 방송에서 부정적 이슈로 다뤄지며 하락의 길을 걷게 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 먹고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했었다. 이후 2021년 4분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달고나 만들기는 한 번 더 유행하게 된다. 하지만 슈니발렌, 대만 카스텔라, 달고나 모두 얼마 안 돼 잊혔다. 이처럼 빠르게 잊힌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언급의 최고점을 찍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빠르고 가파르게 뜬 만큼 빠르게 식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디저트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베이글과 도넛을 들 수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노티드’ 등의 인기로 오픈런을 감수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해당 브랜드 외에도 베이글과 도넛은 그 자체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브랜드와 카페에서 갖가지 맛과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각각 2022년 3분기, 2023년 하반기에 피크를 찍은 베이글의 언급량은 최근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 디저트 중 하나다. 최고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그 명맥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슈니발렌, 대만 카스텔라, 달고나와 베이글, 도넛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승 기간’이다. 슈니발렌, 대만 카스텔라, 달고나와 달리 도넛과 베이글의 경우 고점을 찍기까지 2~3년 이상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천천히, 차근차근 인지를 쌓아간 만큼 존재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봤던 탕후루와 두바이 초콜릿은 어디에 해당할까. 이 글을 지금까지 꼼꼼히 읽었다면 당연히 맞힐 수 있을 것이다.

도넛과 베이글이 살아남은 이유

소셜 빅데이터로 급변하는 디저트 유행 속에서 살아남을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비단 디저트 트렌드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점까지의 언급 상승 기간을 통해 소위 일시적 유행이라 말하는 패드와 장기적 경향인 트렌드를 구분할 수 있다. 또 앞서 말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디저트들의 특징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디저트가 형태의 변화로 새롭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도넛의 경우 우리는 기존에도 ‘던킨도너츠’ ‘크리스피크림’과 같은 브랜드를 소비해왔다. 이후 도넛은 노티드처럼 크림이 듬뿍 들어간 형태로 발전했다. 베이글 역시 식사 대용으로 먹던 음식을 크림을 넣거나 반죽에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해 새로운 형태로 탄생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베이글을 식사 대용 빵으로 인식하기보다 핫플 카페에서 미니 케이크와 같이 예쁜 박스에 하나씩 담아주는 디저트로 여긴다. 그리고 다양한 맛의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도넛과 베이글의 특징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디저트의 유통기한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디저트 #두바이초콜릿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썸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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