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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시험관시술 세 번 만에 임신 성공한 김승현 & 장정윤 부부

윤혜진 객원기자

2024. 07. 04

지난 3월 채널A ‘위대한 탄생’을 통해 임신 소식을 알린 김승현·장정윤 부부. 난임 치료 과정만큼이나 치열하게 싸우고 여전히 화해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는 부부를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9월 출산 예정, 김승현·장정윤 부부

9월 출산 예정, 김승현·장정윤 부부



농담하고, 장난치고, 눈 흘기고… 김승현(43)·장정윤(40) 부부는 촬영 내내 투덕거렸다. “동아일보에서 만든 잡지 ‘렛츠’ 전속모델로 1997년 일을 시작했으니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없다”는 김승현이 그 시절 포즈를 취하면 장정윤 작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죽이 잘 맞는 친구 같다. 서로를 누구 엄마, 누구 아빠로 부르는 보통의 40대 부부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2020년 1월, 8개월간의 불같은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여러모로 특별한 커플이다. 일단 알려졌다시피 김승현에게는 결혼하지 않고 낳은 딸이 있다. 미혼부 연예인이던 김승현은 MBN ‘알토란’에서 지금의 아내인 방송작가 장정윤을 일로 처음 만났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대화 속에 ‘장 작가’와 ‘선배’, ‘정윤 여보’와 ‘남편’이 혼재하는 상황. 하지만 티 안 나게 서로를 챙기는 ‘츤데레’들이다. 실제로 인터뷰 전 김승현은 문자메시지로 최근 장 작가가 펴낸 에세이집 ‘나는 미혼부 연예인과 결혼했다’의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아내 바보’의 시크한 외조였다. 뜨거운 태양을 쫓는 해바라기처럼 오늘도 부부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자라는 중이다. 그리고 오는 9월 두 사람을 닮은 딸이 태어나면 사랑이 더 깊어질 게 틀림없다.

태명은 용복이, 2000년생 언니와는 ‘더블 띠동갑’

김승현의 친구가 찍어준 셀프 웨딩 사진.

김승현의 친구가 찍어준 셀프 웨딩 사진.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요.

장정윤(이하 정윤) | 아주 좋아요. 최근 에세이집을 내고 북 토크 행사를 많이 다녔는데, 제가 사람을 만나 응원받으면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더라고요. 오히려 임신 초기의 불안함이 잊히면서 잘 지냈어요. 입덧이 있긴 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더라고요.

김승현(이하 승현) | 입덧은 제가 한 것 같아요. ‘먹덧’이 오고 몸도 피곤하고.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정윤 |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연락했을 때 엄마가 우셨어요. 제가 난임 병원에 다니는 2년 동안 같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지금 엄청나게 기대 중이세요. 시부모님도 좋아하시고요. 제가 나이가 좀 있다 보니 내색은 못 하셨지만 한 번씩 임신 소식은 없는지 묻곤 하셨어요.

승현 | 가족들이 정말 좋아해요. 아무래도 우리가 노력한 걸 아니까요. 결혼은 늦게 했어도 자연임신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언제부터 난임 병원에 다녔나요.

정윤 | 2년 전 처음 인공수정 시술을 했어요. 부부가 둘 다 건강하니까 당연히 시술하면 임신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때 실망감이 커서 남편하고 많이 싸웠어요. 한 1년 정도 병원에 가지 않다가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이랑 절 닮은 아이를 한번 보고 싶더라고요. 노력도 안 하고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아 다시 도전했어요. 이후로 시험관시술을 두 번 더 실패하고 세 번째에 성공했어요.

승현 | 우리 둘만도 행복하니 그냥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주변 아이 있는 부부들을 보면 육아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채널A ‘위대한 탄생’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왔어요. 좋은 병원을 소개받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더니 결국 용복이(태명)가 찾아와줬어요.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 부부를 보고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난임 시술 횟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레스가 심하잖아요.

정윤 | 그 스트레스는 솔직히 겪어본 사람 아니면 말해도 잘 모를 거예요. 저 역시도 그때는 연예인 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마저 싫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난임을 겪고 계신 분 중에 우리 소식을 접하고 혹여 ‘나는 왜 임신이 안 될까’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있을까 봐 걱정이 돼요.


첫째 딸 수빈이를 걱정하는 댓글도 보이던데요.

정윤 | 저도 방송을 오래 했으니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대충 예상은 했죠. 아마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수빈이를 고등학교 때부터 봐온 시청자들은 수빈이에 대한 애정이 많다 보니 그런 반응을 보였으리라 생각해요.

승현 | 우리 가족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간혹 오해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댓글에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나서서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고 싶죠. 저한테는 태어날 용복이도, 수빈이도 다 귀한 자식이에요.

정윤 | 어떤 분들은 용복이만 축복받고 태어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수빈이도 가족들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고 잘 자랐어요. 오히려 그런 비교가 수빈이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속상해요.

임신을 시도하다 이혼이란 단어까지 나왔지만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부부를 찾아온 용복이.

임신을 시도하다 이혼이란 단어까지 나왔지만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부부를 찾아온 용복이.

수빈이는 임신 소식을 듣고 뭐라고 하던가요.

승현 | 기뻐했어요. 용복이가 태어나면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수빈이가 잘해줄 거로 생각해요. 저도 가족이 느는 만큼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중간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수빈이와 용복이 자매간 터울이 승현 씨와 수빈이 부녀 사이보다 더 크죠.

정윤 | 이런 가족 구성원도 찾기 힘들걸요. 할리우드에는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선 쉽지 않죠(웃음).

승현 | 이제 수빈이는 성인이 됐으니까 제가 친구같이 편하면서도 인생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동반자로서 대해야겠죠. 용복이한테는 배울 점 많은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게 목표고요.

정윤 | 처음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잖아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손주를 보면 그제야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 좀 알게 되고요. 남편이 그런 마음 아닐까 싶어요. 24년 동안 딸을 키우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테고, 그런 점을 보완해 용복이한테는 더 잘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는 중

에세이를 읽어보니 연애 시절 승현 씨가 엄청 적극적이었던데요.

승현 | 제가요?

정윤 | 이것 봐. 부정하는 건지, 기억을 못 해요(웃음). 거의 한 달 동안 제가 만남을 거절하고 바쁘다고 하는데도 하루걸러 “영화 볼래요?” “술 마실래요?” 하면서 연락이 왔어요. 거절을 계속하면 무안해서라도 보통 다시 연락을 안 하는데 선배는 그런 게 없었어요.

승현 | 우리가 사내 커플이라고 할 수 있었잖아요. 거절당했을 때 눈에 안 보이면 잊힐 텐데 일주일에 한 번,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꼭 얼굴 보고 촬영을 해야 하니까 저도 자꾸 한 번만 더 말을 걸어볼까, 하게 된 거죠.


결혼해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가요.

정윤 | 예전에 방송작가 선배가 결혼을 하면 행복한데, 불행할 때는 너무 불행하다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결혼 전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아요.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가 한 번씩 싸우면 ‘내가 이 남자랑 계속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값은 행복이고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며칠 전에 이런 얘길 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서로 잘 안 맞는데도 굉장히 잘 산다고요(웃음).

승현 | 사귀기로 한 지 1~2개월 만에 상견례를 하고 연애 8개월 만에 결혼했어요. 그래서 둘이서 가끔 “잘 모르고 결혼하길 잘했다. 우린 잘 알았으면 결혼 안 했겠다”고 얘기해요(웃음). 살면서 이제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거죠. 저는 확실히 혼자보단 둘이 나은 거 같아요. 둘이 있으니 이미지도 좋아지고 삶이 윤택해졌어요. 하하.


부부싸움도 자주 하나요.

정윤 | 솔직히 자주 하는 편이에요. 2~3주 동안 말을 안 할 때도 있어요. 남편이 순해 보여도 화가 나면 불같아요. 그럼 진짜 큰 싸움으로 번지니까 최근에는 2시간 동안 조곤조곤 조심히 싸웠어요. 싸우면 서로 비난하지 않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려 해요.

승현 | 저는 어느 정도의 싸움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 싸우는 대신 서로 대화도 안 하고 묵혀두면 어느 순간 정이 떨어지면서 바로 이혼으로 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경우보단 싸우더라도 미운 정 고운 정이 붙고 서로 싫어하는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게 좋죠. 다만 ‘100분 토론’처럼 우리 싸움을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패널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여러 영상으로 봐서는 시부모님이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것 같던데요.

정윤 | 초반에는 제가 시어머님께 부부싸움 얘기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어머님이 지겨우실 듯해서요.

승현 | 부부싸움은 둘이 해결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거고, 사실 양가 어느 부모님께 얘기하든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식 편을 들게 돼 있잖아요(웃음).

“지금처럼 재미있는 일 같이하며 즐겁게 살면 좋겠어요”

아내의 에세이집에 그림을 그려 힘을 보탠 김승현.

아내의 에세이집에 그림을 그려 힘을 보탠 김승현.

아이가 태어나면 힘든 일도 많을 텐데, 각오는 돼 있나요.

승현 | 안 그래도 서로 약속했어요. 아이 앞에서는 절대로 싸우지 말자고요.

정윤 | 그동안 우리 둘을 지켜본 제 사촌 동생이 해준 조언이 있어요. 앞으로 싸울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남편이 없다’는 생각을 먼저 해보래요. 그럼 마음이 좀 편해진대요. 늦게 만나는 아이인 만큼 좋은 시간만 보내게 해주고 싶어요. 솔직히 아이를 일찍 낳은 다른 부모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 있어줄 수 없잖아요.


어느 한쪽이 ‘독박 육아’를 하지 않도록 잘 분배한다면 덜 싸우지 않을까요.

정윤 | 아무래도 남편이 일이 없을 때는 같이 해야 할 거고, 친정 엄마가 워낙 아기를 예뻐하세요. 지금 육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계셔서 도움을 좀 받지 않을까 싶어요.

승현 | 방송 후배 중에 열심히 활동하다가 공백기를 몇 년 동안 가진 사람이 있어요. 알고 보니 육아를 했더라고요. 저도 일을 아예 쉬고 육아를 할 순 없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려고요.


출산 후 방송 현장에 복귀할 계획은 없나요.

정윤 | 사실 16년 동안 일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재미있으니까 견디긴 했는데 제 성격상 하기 싫어하는 출연자를 설득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또 방송작가는 출근은 하는데 퇴근은 없는 직업이에요. 샤워할 때도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니까 핸드폰을 옆에 두고요. 그런 삶에 지쳐서 지금은 좀 쉬고 있긴 한데, 스태프가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는 현장감이 그립기도 해서 모든 상황은 열어두려 해요.

승현 | 방송작가로는 쉬고 있지만 에세이집도 냈고, 시나리오 작업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는 제가 다 뿌듯해요.

정윤 | 저는 놀 팔자는 아닌가 봐요. 최근 한 문예지에 제 에세이가 실렸어요. 원래 꿈이 소설가였는데, 언젠가는 드라마 시나리오도 꼭 써보고 싶어요.


당분간은 아이 재우고 글을 써야겠네요. 앞으로 바뀔 생활이 기대가 되나요.

정윤 |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서로 호칭도 좀 바꿔야 할 거고, 맞춰가며 살아야죠. 저는 친오빠가 있는데도, 남편이랑 살면서 남자가 가진 기질을 비로소 알게 됐어요. 중요한 말은 정작 빼놓고 안 하는 뭐 그런 점이요. 그래서 딸이란 걸 알았을 때 정말 좋았는데, 만약 태어난 아이가 아빠의 성격을 닮는다면 제가 맞춰봐야죠.

승현 | 그동안 수빈이한테도, 아내한테도 잔소리를 들었는데 용복이한테까지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제가 잘해야죠.


내일이면 두 분이 사귀기로 한 지 5년 됐다고 했는데, 또 5년 후 모습은 어떨까요.

정윤 | 와, 시간이 빠르네요. 둘 다 프리랜서다 보니 함께한 시간은 5년이지만 거의 10년, 15년 산 부부처럼 붙어 있었어요. 많이 부딪혔지만 5년이 길게 느껴지진 않는 걸 보니 앞으로도 그렇겠죠?

승현 | 용복이랑 여행 중이지 않을까요. 여행을 좋아해요. 대판 싸운 뒤 화해하고 기분 전환 겸 여행을 가면 또 언제 싸웠냐는 듯이 재미있어요.


혹시 5년 후에는 용복이 동생도 있는 건 아닐까요.

정윤 | 장담할 순 없지만, 아니에요(웃음). 키워놓고 너무 예쁘면 셋째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할 것 같기는 한데, 현재로선 힘들 것 같아요.

승현 | 병원에 난자를 보관해놓긴 했어요. 살다 보면 사람 일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요. 일단은 용복이를 잘 키워보고요. 지금처럼 재미있는 일을 같이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육아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온다면 그것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본업인 연기를 계속해왔는데 방송에서는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렸어요. 배우로서도 좀 더 왕성하게 활동할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정윤 | 어쩌다 보니 연예인과 결혼해 방송도 하고 지금처럼 재미있는 작업도 하게 됐는데 저는 글 쓸 때가 제일 행복해요. 남편을 도와 여러 일을 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 합니다.

승현 | 아, 5년 후에는 용복이와 셋이 또 촬영하면 좋겠어요. 불러주세요!


#김승현 #광산김씨패밀리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김승현 촬영협조 블러쉬온(메이크업), 달콤헤어 마포망원점(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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