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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세상에 나쁜 사주는 없다” 사주 크리에이터 ‘도화도르’ 김정훈

조지윤 기자

2024. 04. 05

1994년생 사주 크리에이터 도화도르는 사주를 통해 인생의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내 삶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의 한 방편으로써 사주를 활용하라”는 도화도르의 얘기에 귀 기울여보자. 조지윤 기자

“뭐 해 먹고 살지” “이대로 살아도 되나” “어떻게 살아야 하지” 등 삶의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고민은 ‘앞으로’에 관한 것들이 태반이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은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하고 물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사람들의 오랜 관심사다. 당연하게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일말의 가능성을 붙잡고자 각종 운세 및 점술 서비스를 이용하는 까닭이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들 서비스는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전문가 상담 서비스 ‘엑스퍼트’는 지난해 운세·사주 상담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20~30대의 비중이 72%라고 밝혔다. 모바일 운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텔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체 이용자 140만 명 중 10~30대가 83%를 차지한다. 매년 2~3회 운세 상담을 받는 김진영(26) 씨는 “미래가 불안할 때, 잘 풀릴 거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종종 운세를 보러 간다”며 “점을 본다기보다는 밥 먹고 카페 가는 것처럼 놀이 콘텐츠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요층이 젊어진 만큼 톡톡 튀는 젊은 역술가도 늘어났다. 2019년부터 사주명리학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도화도르’를 운영하는 김정훈 씨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외에도 뉴스레터, 사주 강의 등 콘텐츠를 다각화한 그는 유튜브 구독자 17만 명, 뉴스레터 구독자 6만2000여 명을 모았다. MBC ‘놀면 뭐하니?’, 티빙 ‘MBTI vs 사주’ 및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등 방송에도 출연하며 사주명리학을 친숙하게 풀어낸다. 도화도르 콘텐츠의 핵심은 자기 사주는 자기가 보자는 것.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잘 아는 것은 본인이기에 공부해서 직접 자기 사주를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도화도르와 만나 사주를 삶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팔자는 정말 바꿀 수 없을까

사주팔자란 무엇인가요.
사주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명리적인 관점에서 뽑은 8가지 글자로 한 사람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정보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거야’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결론’은 아닙니다. 큰 틀에서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그 운명의 시나리오 중에 내가 가장 보고 싶은 시나리오를 선택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죠.



언제부터 사주 공부를 시작했나요.
20대 중반부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사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미션 스쿨에서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는데, 운세 보러 다니면 지옥에 가는 줄 알았죠(웃음). 제가 삶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사주를 통해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반신반의하며 사주를 봤는데 정말 제 삶의 궤적과 똑같더라고요. 현대까지 사주가 이어져온 데는 사람들이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사주를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사주로 상담이 아닌 콘텐츠 제작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사주로 볼 때 콘텐츠 제작 일이 잘 맞았고요(웃음). 사주 공부를 해보니 사주를 상담처럼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두고두고 스스로의 내면을 살피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주팔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군 복무할 때부터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전역 후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주 크리에이터로 활동했고요.

매달 ‘월간운세’ 뉴스레터도 운영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던 때 시작했어요. 인생의 겨울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 반드시 좋아질 때를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일간에 따라서 최소 10가지 이상의 버전을 보내느라 뉴스레터 한 번 쓰는 데 열흘 정도 걸려요. 지금은 무료로 보내고 있는데 유료화하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하지만 가장 힘든 시기에 누군가 조건 없이 응원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고 있기에 당분간은 지금처럼 계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주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유의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혹시나 제가 하는 말이 가스라이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확정적으로 말한다거나 옳고 그름을 나누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그 사람을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고민하게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사주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사주를 공부하다 보면 세상만사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돼요. 운이 나쁜 시기라고 해서 슬픔에 잠겨 있기보다는 조만간 돌아올 운이 좋은 시기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운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고요. 이별 운이 있다고 해서 헤어짐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깨질 수 있는 운인 만큼 상대를 더 배려하고 조심히 대하는 식이죠. 반대로 좋은 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좋은 운이 오는 시기를 알고 그때 사용할 무기를 길러둘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초에 사주 풀이를 하면서 재물 운이 좋은 시기를 체크해뒀다가 그때 투자합니다.

투자에 어떻게 활용하나요.
보통 재물 운이 좋다고 하면 ‘주식을 사야 하나’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돈 버는 방법은 다릅니다. 최근에 부자 두 분의 사주를 봤는데,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버신 분은 사주에 투자 운은 없는데 현금이 많았고요. 부동산으로 돈을 버신 분은 사주에 현금은 없는데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많았죠. 자신의 사주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투자 운이라고 해도 사주에 따라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어떤 걸로 돈을 버는지도 다 달라요. 저는 2021년도 8월부터 10월까지 투자 운이 좋았어요. 연초에 해당 월에 투자 운이 좋다는 걸 알고 일찍이 트레이딩을 공부해 시드를 모았고, 운이 좋은 시기에 열심히 돈을 벌었죠.

생년월일시가 같으면 팔자도 비슷하게 흘러가나요.
비슷하게는 흘러가지만 똑같지는 않아요. 우선 구조적으로 생년월일시가 같아도 성별이 다르면 대운이 오는 순서가 다릅니다. 인생의 전성기를 따질 때는 사주 자체보다도 사주가 꽃피는 시기, 즉 대운을 같이 보는데요. 누군가는 좋은 대운이 20대에 들어왔는데 그때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50대에 좋은 대운이 들어온 사람은 그때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해요.
대운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환경도 중요합니다. 제가 최근에 저와 생년월일시가 똑같은 사람을 만났어요. 사고방식이나 성격은 비슷한데 그 친구는 직업이 변호사고 어린 시절 제가 겪은 가정환경의 어려움을 똑같이 겪지는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주팔자상 운이 안 좋았던 시기에 부모님도 운이 좋지 않으셨고, 그 친구는 부모님 운이 탄탄하게 받쳐줬습니다. 똑같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저는 가정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친구는 개인적인 문제만 생기는 식으로 차이가 났죠. 8가지 글자뿐만 아니라 운이 들어오는 시기나 주변의 환경 등을 유기적으로 풀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쁜 사주도 있나요.
종종 사주가 안 좋아서 이성도 잘 못 만나고 돈도 못 벌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분이 있어요. 그런데 사주팔자만 보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화양연화의 시기가 다른 법이에요. 더 일찍 피는 꽃이 있고 조금 늦게 피는 꽃이 있는 거죠. 자신의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서 더 크고 예쁘게 오랫동안 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주팔자는 신이 주는 8가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글자를 잘 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사주가 안 좋다는 말의 무게에 짓눌릴 필요 없어요.

어릴 때 사주를 보면 안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언젠가 자녀를 낳으면 사주를 일찍 봐주려고 해요. 본인의 적성에 잘 맞고 인생이 잘 풀릴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알고 도와주기 위해서요. 사주에서 예체능 쪽 재능이 있고 시각적으로 섬세하다면 어릴 때부터 미술을 가르치는 식이죠. 제가 사주를 통해서 진로를 찾고 도움을 받은 산증인이잖아요.

사주는 운세 아닌 자기 계발의 영역

아이가 사주와는 다른 진로를 갖고 싶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요.
물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야죠. 다만 많은 이의 사주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결국은 사주대로 흐르더라고요. 전공과 완전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퇴사하고 이전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부업 형태로라도 사주에 나와 있는 진로대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당장 아이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해도 경험 삼아 사주에 있는 일이나 공부를 해보게 할 것 같아요. 사주팔자에 있는 일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미리 경험을 쌓아두면 언젠가 분명히 활용할 수 있거든요.

무료 사주 사이트들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무료 사주 사이트는 데이터베이스로 사주를 풀이해서 글자가 의미하는 특징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요. MBTI를 예로 들면 ‘ENFP의 특징’ ‘INTP의 이상형’ 등을 쭉 써놓는 거죠. 보편적인 특징을 열거한 만큼 정확하다고 보기 어려워요.

팔자를 거스를 수 있나요.
그럼요. 까다롭게 보면 사주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팔자를 거스르는 거예요. 그런데 흔히 천직이라고 말하는, 적성에 맞는 일은 사주에 있는 업인 경우가 많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의 등쌀에 밀려서 하게 됐다거나 즐겁지 않다면 사주에 나온 직업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는 걸 추천해요. 평생직장이 없는 세상인 만큼 다음 스텝을 밟을 때는 사주에 맞는 일을 하는 것도 좋고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할 수 있고 또 즐거운 일을 하면 좋잖아요. 실제로 사주에 나와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 대박 난 분도 많고요. 주변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가끔 지나가는 말로 사주에 맞는 업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나요.
그러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더라고요(웃음). 슬쩍 요즘 이런 일도 좋다더라, 다음 직장 구할 때는 이런 쪽도 생각해보라는 식으로 은근하게 레퍼런스를 주는 편이에요. 무엇이든 강요하면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더 나은 방향을 말해줘요.

최근 사주에 관심 있는 2030이 느는 걸 체감하나요.
확실히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사주를 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궁금해하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거죠. 하나 안타까운 건, 과거에는 연애 운이나 금전 운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취업 운에 대해 묻는 분이 늘어났습니다.

불안감이 클 때, 사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힘든 시기에 사주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는 툭 건드려도 무너질 수 있어요. 이성적으로는 틀린 말이라는 것을 아는데 마음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상대의 말을 판단하기 힘듭니다. 예전에 한 여성분께서 사주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사주에 목(木)이 없어서 힘든 것이니 목이 많은 역술가 본인과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틀린 말이지만 마음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우니 이럴 때는 상담받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힘든 시기에 있는 분들께는 좋아지는 시기를 먼저 말씀드리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의 시기가 언젠가는 지나가고 점점 좋아질 테니 괴로움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좋은 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길 바라는 마음이죠.

사주가 일종의 ‘놀이 콘텐츠’가 되면서 무게감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한 번 보고 끝내는 것을 넘어서 삶에 잘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콘텐츠로 재미삼아 본다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운이 더 잘 풀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면 더 낫잖아요. 5월에 재물 운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대’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적어도 지출이라도 줄이는 식으로 돈과 관련된 실천적인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돈을 조금이라도 내고 운세를 보고 왔다면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배워서 적용해야 의미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시대에서도 사주는 여전히 유효한가요.
사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주가 과거부터 이어져온 학문이라고 해서 현대의 것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예컨대 비트코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사주를 보면 투자 운이 들어와 있다거나, AI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사주를 보면 이공계 진로에 창의력이 좋은 이들이 많더라고요.

사주 크리에이터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해외에도 사주를 알리고 싶어요. 대만이나 중국은 풍수, 미국은 별자리 등 사주가 아닐 뿐이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역학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인생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라고 생각하는데요.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제가 만든 영상을 학습시켜서 제 목소리로도 외국어 더빙을 할 수 있습니다. 사주를 콘텐츠로 잘 풀어서 K-사주를 널리 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도화도르 #사주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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