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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전여빈 “누구나 외계인 하나쯤 품고 살지 않나요?”

‘글리치’ 전여빈

심미성 프리랜서 기자

2022. 10. 28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는 기분으로 임한다는 배우 전여빈. 여정이 끝나면 겉은 그대로지만, 여행의 선명한 기억을 간직한 내면은 다른 사람이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를 여행하며 얻은 것? ‘나나’라는 단짝 친구다. 

tvN 드라마 ‘빈센조’(2021) 이후 차기작 ‘글리치’로 돌아온 전여빈. ‘인간수업’(2020)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2013), ‘특종: 량첸살인기’(2015)의 노덕 감독이 합심한 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에서 전여빈은 ‘너드미’(nerd+美)를 발산하는 ‘홍지효’가 됐다.

중학생 시절 ‘UFO 덕후’였던 지효는 갈대밭에서 의문의 빛을 발견하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사회인으로 자란 그는 과거의 관심사와 갈대밭의 기억은 모두 잊었다. 그런 지효에게 불현듯 외계의 경고가 날아든다. 작은 문제나 결함, 갑작스러운 고장이라는 의미의 ‘글리치(glitch)’ 현상이 전자기기마다 극성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길 건너의 대형 전광판까지 그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온 것. 꼭꼭 닫아두고 지낸 과거의 환상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 지효 앞에 나타난 이 외계인은 과연 진짜일까. 이제 불분명한 실체를 밝힐 모험을 떠날 차례다.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았던 흑역사를 함께한 친구, ‘보라’(나나)와 여행을 떠났던 전여빈을 만났다.

처음 ‘글리치’를 접했을 때 어땠나요.

학창 시절부터 ‘연애의 온도’ 대사로 오디션을 보러 다닐 만큼 노덕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었어요. 함께 작업하는 건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였죠. 진한새 작가님은 ‘인간수업’을 보고 처음 알게 됐어요. 너무나 기발하고 신선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작가님의 다음 행보가 당연히 궁금했어요. 그런데 두 분의 작품으로 제안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4회 분량의 대본만 본 상황이었는데, 이 모험이 어떻게 귀결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두 분에 대한 믿음이 컸죠.

노 감독과 진 작가는 왜 전여빈을 선택했을까요.

따로 여쭤본 적은 없어요. 사실 약간 창피하기도 하고요(웃음). 러브 콜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답이라고 생각해서 더 궁금해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때 작가님이 저를 생각하고 ‘홍지효’ 캐릭터를 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들은 얘기라 놀랐죠.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에서 제가 상사한테 욕을 먹고 화가 나 슬로모션으로 눈을 뜨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 꽂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노덕 감독님은 단편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제 작품을 전부 보셨대요. 직접 말씀하신 적은 없어서 더 감동이었죠.



홍지효와 전여빈, 그 짧은 간극

캐릭터를 표현할 때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낸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캐릭터는 글 속에만 있기 때문에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해요. 그러려면 제 안에 있는 재료를 쓸 수밖에 없죠. 하지만 또 어떤 때는 그것만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요. 그런 때는 제 모습에서 상상을 더해 극대화하죠. 대본에 충실하면서 가능한 다양하게 상상을 해봐요.

이번에도 그렇게 ‘글리치’ 홍지효가 탄생한 건가요.

연기는 혼자서만 하는 작업이 아니어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요. 연출가와 상대 배우를 만나면서 제 연기도 유기적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져요. 다른 사람을 만나면 색, 모양, 빠르기, 호흡 전부가 변하는데, 그 과정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노력하죠. 어떤 부분에서는 확신을 분명히 드러내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땐 동료들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조율하는 편이에요.

전여빈이 바라본 지효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우선 지효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외계인을 마음에 품고 산다는 면이 애틋했어요. 잃어버린 친구 보라를 만나는 과정도 애틋하죠. 멀어진 제 단짝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싸웠는지 다른 이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져 연락이 뜸해진 관계들이요. 지효는 외계인을 보잖아요. 설정 자체는 비현실적이죠. 하지만 누구나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상한 구석들이 있을 거예요. 그걸 숨기고서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고, ‘평범’이란 이름 아래 무던하게 지내기도 하고요.

외계인을 보았다고 믿는 캐릭터에 이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지효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 친구에게 고민이라면, 외계인을 본 것 같다는 환각인지 실제인지 모를 경험 하나가 있다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그런 외계인 하나쯤 있지 않을까요. 외계인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부분 같은 거요. 아픔, 약점이거나 오늘의 작은 실수일 수도 있고요. 저는 지효를 그저 소심해 보이는 평범한 아이로 대했어요.

전여빈에게도 그런 약점이 있다면 지효처럼 숨기는 편인가요, 보라처럼 드러내나요.

반반이에요. 어떤 순간에는 감내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있어요. 정말 잘 극복하고 싶을 때는 도움을 받고 싶어서 얘기하는 편이에요.

지효는 비밀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외롭지만, 주변의 도움이 따릅니다.

지효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에요. 지효가 혼자 걷지 않는다는 거죠. 곁에는 보라와 ‘갤러들’(UFO 마이너 갤러리의 값대위, 조필립, 김동혁)이 있어요.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계시고요. 많은 사람이 지효 곁에 있다는 점에 가장 끌렸어요. 겉으로는 지효가 답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어떤 순간에는 모든 걸 던지고 뛰쳐나갈 용기를 가진 캐릭터거든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가는 용기도 있죠.

그래서인지 ‘글리치’는 지효의 성장담으로 읽힙니다.

‘평범한 어른’이라는 외피에 싸여 있는 홍지효에게서 정말로 자신이 목격한 외계인의 기억을 부둥켜안고 있을 아이가 자꾸 느껴졌어요. 요즘 말로 ‘어른이’라고 하나요. 나이도 먹고 사회적인 위치도 있어서 끊임없이 괜찮은 척을 하잖아요. 사람들이 으레 원하는 기준들을 웬만큼 충족해내며 살고요.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는 지효처럼 믿음이 흔들렸던 때가 있었나요.

제가 하는 일이 어쨌든 선택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거기다가 재능을 단번에 증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캐스팅이 돼야 하고, 작품을 하면서도 매 순간 증명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특히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라도 나를 세상에서 최고로 믿어주려고 하죠. 물론 연기하다 보면 어렵고 힘든 순간이 있죠. 의심하고 질문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도 나만큼은 의심하지 않아요. 무한히 믿어주죠. 요즘은 그런 부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최고라는 건 아니고요(웃음). ‘너는 잘해낼 수 있을 거야’ ‘너는 방법을 찾을 거야’라고 되뇌는 식이죠. 그럴 힘이 있다고 믿어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타인의 관심을 받는 직업일수록 그런 확신을 갖기 어려웠을 텐데요.

남이 나에게 주는 평가는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가 컨트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지 못할 때도 있지만요. 그냥 ‘나를 믿자’는 결심을 동아줄처럼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버텨왔던 시간과 경험들에 대해서 막연히 존중을 해줘요.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았어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하면서 스스로를 응원하죠. 그러다 보면 옆에 있는 사람들도 응원해줄 힘이 생겨요.

상대 배우 나나 씨와의 연기는 어땠나요.

너무 편했어요. 나나는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정말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줘요. 억지로 꾸며내지 않고요. 덕분에 저도 잘해낼 수 있었어요. 제작발표회 때도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글리치’에선 좋은 사이로 만났지만, 다음에는 한번 앙숙으로 만나도 재밌겠다”고요. 나나는 도도해 보이지만 알고 나면 여리면서도 쿨한 친구예요. 남몰래 주변 사람들을 굉장히 챙겨요. 저도 동생인 나나에게 의지했던 순간이 많아요.

지효와 보라, 보이지 않는 끈

‘글리치’에서 주연을 맡은 나나와 전여빈.

‘글리치’에서 주연을 맡은 나나와 전여빈.

보라의 자유분방한 비속어 사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아요. 지효와 보라가 추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보라가 손가락 욕을 날려요. 나나의 애드리브였어요. 오토바이를 탄 채로 뒤를 돌아보면서 약 올리는 장면이죠. 그런 포인트에서 배우의 본능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연기적인 창의력이죠. 사실 오토바이 위에서 뒤를 돌아보는 건 위험한 일이잖아요. “차라리 손가락 욕을 해서 저 친구를 약올려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감독님도 그 애드리브를 좋아하셨어요. 저도 그 순간 진짜 약이 올라 연기를 했고요(웃음).

함께한 장면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요.

우리가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초반부가 기억에 남아요. 외계인 머리에 씌워진 ‘유니콘스’ 모자 얘기하면서 보라가 “야 너 기억 안 나냐”라며 치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3회차 정도 촬영이라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시기였는데, 그때 서로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아, 이제 우리는 지효와 보라로 가면 되겠다’ 하고요. 나중에 나나한테 들었는데 그렇게 당당하게 대사를 뱉던 애가 당시엔 엄청나게 떨었다는 거예요. 전 전혀 눈치 못 챘어요.

나나 씨가 촬영 중 실제로 울기도 했다고요.

지효가 잊힌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서 최면 치료를 받게 되는 장면이에요. 저는 대본에만 충실했어요(웃음). 지문에 “몸을 부르르 떤다”고 표현돼 있는데, 몸 전체에 힘을 주고 진동해야 해서 체력 소모가 컸죠. 리허설 때는 적당히 표현했다가 실제 촬영 때는 제대로 에너지를 썼어요. 컷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나나가 아이처럼 펑펑 우는 거예요. 지효가 너무 괴로워 보였다면서요. “미안해. 많이 놀랐어?” 하고 달래면서도 나나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나한테 얼마나 마음을 주고 집중해줬을까 생각했죠. 최면을 걸었던 ‘마 선배’(김남희)는 살아 있는 방어를 본 줄 알았다며 “방어 씨, 아주 좋았어!” 그랬어요(웃음).

상상의 존재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굉장히 마이너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두 분의 호흡이 좋아 드라마를 보게 된다는 평이 있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어쩌면 다수의 지지보다는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사랑이 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웃음). 그렇게 된다면 저희만의 공은 절대 아니고요. 지효와 보라가 마음껏 연기할 터전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의 덕이죠.

노 감독이 어떤 터전을 만들어줬나요.

우리가 서로를 믿고 갈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믿음 덕분이기도 해요. 직접 말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우리를 믿고 동료로 의지하고 있다는 에너지를 듬뿍 느꼈어요. 저도 감독님께 “우리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후반 작업을 하면서 지효랑 보라가 너무 보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는데, “이제 나는 너희가 내 한 부분 같고, 핏줄 같아” 하셨어요. 그런 말 절대 안 하시는 분이거든요(웃음). 문자 메시지 받고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조금씩 깨지고 확장되는 기분

영화 ‘간신’(2015)으로 데뷔한 전여빈은 2017년 문소리의 첫 연출작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잊히지 않는 조연 캐릭터를 연기하며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를 지금의 전여빈으로 만든 건 이듬해 개봉한 ‘죄 많은 소녀’. 친구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고통받는 ‘영희’ 역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한 신인상을 휩쓸었다.

‘죄 많은 소녀’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은 지 5년이 지났습니다.

벌써 5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연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배반하지 않으면서 가고 싶어요. 제가 이 일을 부여잡고 있는 한 계속 따라다닐 마음 같아요. 하지만 역할마다 새로운 인물이 주어지니 익숙해지는 건 어렵겠죠.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시던 선배님들의 말씀을 조금씩 헤아리고 있어요. 다행인 점은 제가 이 직업을 너무나 사랑하고 아낀다는 거예요.

드라마 ‘빈센조’ 이후 국제적인 관심도 받고 계신데요.

확실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OTT 시장이 넓어졌잖아요. 배우로서는 190여 개국의 관객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 점이 큰 기회라고 생각해요.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면 이야기도 다양해지겠죠. 새로운 이야기 안에서 뛰어놀고 싶은 사람으로서 감사한 흐름이에요. 온라인에 달리는 댓글이나 회사에 보내주신 팬레터를 봐도 해외 팬분들이 많아져서 놀랐어요.

평소에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가요.

어디서든 에너지를 얻고 흡수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의 열정, 노력, 인내를 보고 느끼면서 제 자신을 환기하고 또 새롭게 채워가요. 저는 현장을 참 좋아해요. 힘들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장이에요. 작품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바뀌잖아요.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좋아해요. 뭔가 계속 내 안에서 조금씩 깨지고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킬링 이브’(2018) 같은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중경삼림’(1995)처럼 단편적인 이야기가 연결된 느낌도 좋아해서 옴니버스 영화도 궁금해요. 사실 뭔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글리치’도 그런 도전 중의 하나였고요.

#전여빈 #글리치 #넷플릭스 #나나 #여성동아

꿈에 그리던 양조위와의 만남,
전여빈의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10월 초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여빈은 배우 류준열과 함께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번 영화제가 한창이던 10월 11일 부산에서 돌아와 ‘글리치’ 인터뷰에 임한 전여빈은 홍콩 배우 양조위와 만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처음 만난 이국의 배우에게도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어디서 만나게 됐나요.
다른 배우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어요. 어릴 적부터 영화에서 본 양조위 선배님은 ‘내가 만약 배우가 된다면 저런 모습으로 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정을 뒤흔든 분이었어요. 이분이 나타날 때마다 뭐랄까, 완벽하게 영화적인 순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배우가 실제로 제 눈앞에 나타난 거예요.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깊은 눈을 갖고 있어서 놀랐어요. 따뜻한 눈빛만으로 순간적인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죠. 아직 그 눈빛이 생생해요.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나요.
제가 손을 들고 “선배님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시나요?” 하고 여쭸어요. 선배님은 겸손하게 “저는 굉장히 행운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동안 제게 없는 부분을 주변에서 많은 분이 채워주셨고, 나중에는 그 마음을 돌려주는 기회도 생겼습니다”라고 하셨죠. 함께한 사람들에게 정성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본받고 싶어졌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하시나요?” 다시 질문을 드렸더니 선배님께서 “Follow your heart(마음을 따르세요)”라고 했어요. 오랜 내공을 쌓으신 분에게도 결국 자기 마음 들여다보는 일 하나가 정말 중요하구나 싶더라고요. 마음을 다잡게 되는 한마디였어요. 지금 한국에 너무나 멋진 시기가 왔다고 하시면서 그 행운을 잘 잡길 바란다는 격려도 해주셨고요.

양조위가 나온 ‘최애 영화’는 뭔가요.
‘중경삼림’ ‘무간도’(2003) ‘색, 계’(2007) 등 좋아하는 작품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화양연화’(2000)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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