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높이의 빨간 하이힐을 선물 받은 여자가 그 자리에서 하이힐을 신어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밟아드릴까요?”
2월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의 한 장면이자, 이 대사를 직접 소화한 배우 서현이 꼽은 명대사이기도 하다.
‘모럴센스’는 모든 게 완벽하지만 성적 취향이 남다른 남자 지후(이준영)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유능한 직장인 지우(서현)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로 여기는 성적 취향 ‘BDSM’을 정면으로 다룬다. BD(Bondage, Dominance)는 정신적인 주종 관계, SM(Submission, Masochism)은 이러한 관계에서 오는 과격한 행위를 각각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 과도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찔하고 특별한 취향 존중 로맨스’를 표방하며 주인공들의 은밀하고 때로는 ‘괴이한’ 행위를 코믹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신체 노출도 거의 없어 주제의 ‘하드’함에 비하면 표현은 상당히 ‘말랑’하다는 느낌이 든다. 피학 성향을 가진 지후를 위해 가학적 관계 방법을 성실히 ‘공부’하는 지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질 정도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서현의 대표 이미지는 ‘바른 생활 소녀’ 아닌가. 그는 2007년 걸 그룹 ‘소녀시대’ 막내 멤버로 데뷔한 이래 줄곧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이어왔다. 그가 지우 캐릭터를 맡은 건 팬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현은 영화 속에서 서슴없이 욕을 하고, 목줄을 한 남자 주인공에게 채찍도 휘두른다. 그가 파격적이라 할 만한 연기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지우라는 캐릭터가 제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 거죠. 또 남녀가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의 긴장감이 좋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공감도 갔어요. 본능에 대해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라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고 보면 서현의 이번 변신이 갑작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2013년 SBS 드라마 ‘열애’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뛰어든 그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내공을 다져왔다. JTBC 드라마 ‘사생활’의 천생 사기꾼 차주은, MBC 드라마 ‘시간’ 속 애처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설지현, JTBC 단막극 ‘안녕 드라큘라’에서의 성소수자 안나 등 그가 변신한 각각의 캐릭터는 지금도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서현은 ‘시간’ 출연 당시 상대 연기자 김정현의 갑작스러운 중도 하차 이후에도 설지현에 완벽히 빙의한 듯 섬세한 연기를 펼치며 드라마를 마무리해 많은 이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서현이 ‘모럴센스’ 박현진 감독 눈에 띈 것도 이러한 커리어 덕분이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서현 씨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 귀엽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발견해 궁금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서현을 지우 역으로 캐스팅한 직접적인 이유는 “오랜 사회생활 경험의 면모가 확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래 직장인 지우를 연기하기에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 지우와 실제 서현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지우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갖고 있지만,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서현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최대한 제 안에서 지우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지우는 현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사회적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 보면 감정에 솔직하잖아요. 다양한 순간을 통해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상대가 언급을 피하거나 그 문제로 힘들어한다면 제가 굳이 끄집어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가 가진 비밀이 있듯 당신이 가진 다름도 별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득 서현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가 털어놓은 자신만의 귀여운 비밀은 이렇다.
“제가 평소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포토 후기를 꼭 써요(웃음). 글 쓰는 사람이 저라는 걸 들키지 않게 하면서도, 굉장히 성의 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 덕분에 종종 리뷰 이벤트에 당첨돼 포인트를 더 받거나 상품을 받곤 해요. 얼마 전에는 우유를 몇 박스 더 주는 행사에 당첨돼 지금까지 잘 먹고 있습니다.”
서현은 이번 영화에서 지후를 연기한 배우 이준영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준영도 서현과 마찬가지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 2014년 그룹 유키스 멤버로 데뷔했고, 2017년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과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 대한 서현의 느낌은 어땠을까.
“처음 준영 씨를 만났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됐어요. 가수 선배라 저를 좀 어려워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대본 이야기를 하는데 준영 씨가 저와 눈도 못 마주치는 거예요. 속으로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런데 호흡을 맞추다 보니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고 노력도 많이 하더라고요. 또 적극적이어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는 호흡이 중요한 작업인데, 준영 씨가 지후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줘서 저도 지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모럴센스’는 넷플릭스 코리아가 기획부터 투자, 제작까지 도맡은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첫 오리지널 영화’가 갖는 의미는 크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라 의미가 있고, 제게 감사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우리와 문화나 언어가 다른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보는 작품이라 기대가 됩니다. 우리 영화(‘모럴센스’)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다름을 오픈하고 상대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여느 로맨스 영화와 다른 것 같아요. 다름이 특별함으로 완성되는 ‘취향 존중 로맨스’인 만큼 서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인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열고 관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넷플릭스오리지널 #모럴센스 #서현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밟아드릴까요?”
2월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의 한 장면이자, 이 대사를 직접 소화한 배우 서현이 꼽은 명대사이기도 하다.
‘모럴센스’는 모든 게 완벽하지만 성적 취향이 남다른 남자 지후(이준영)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유능한 직장인 지우(서현)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로 여기는 성적 취향 ‘BDSM’을 정면으로 다룬다. BD(Bondage, Dominance)는 정신적인 주종 관계, SM(Submission, Masochism)은 이러한 관계에서 오는 과격한 행위를 각각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 과도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찔하고 특별한 취향 존중 로맨스’를 표방하며 주인공들의 은밀하고 때로는 ‘괴이한’ 행위를 코믹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신체 노출도 거의 없어 주제의 ‘하드’함에 비하면 표현은 상당히 ‘말랑’하다는 느낌이 든다. 피학 성향을 가진 지후를 위해 가학적 관계 방법을 성실히 ‘공부’하는 지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질 정도다.
‘모범생’ 서현이 그려내는 코믹한 BDSM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지우라는 캐릭터가 제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 거죠. 또 남녀가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과정의 긴장감이 좋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공감도 갔어요. 본능에 대해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라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고 보면 서현의 이번 변신이 갑작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2013년 SBS 드라마 ‘열애’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뛰어든 그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내공을 다져왔다. JTBC 드라마 ‘사생활’의 천생 사기꾼 차주은, MBC 드라마 ‘시간’ 속 애처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설지현, JTBC 단막극 ‘안녕 드라큘라’에서의 성소수자 안나 등 그가 변신한 각각의 캐릭터는 지금도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서현은 ‘시간’ 출연 당시 상대 연기자 김정현의 갑작스러운 중도 하차 이후에도 설지현에 완벽히 빙의한 듯 섬세한 연기를 펼치며 드라마를 마무리해 많은 이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서현이 ‘모럴센스’ 박현진 감독 눈에 띈 것도 이러한 커리어 덕분이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서현 씨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 귀엽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발견해 궁금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서현을 지우 역으로 캐스팅한 직접적인 이유는 “오랜 사회생활 경험의 면모가 확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래 직장인 지우를 연기하기에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 지우와 실제 서현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지우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갖고 있지만,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서현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최대한 제 안에서 지우의 모습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지우는 현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사회적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 보면 감정에 솔직하잖아요. 다양한 순간을 통해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범죄 아닌 이상 개인 취향은 존중해야”
영화 ‘모럴센스’는 지우가 이름이 비슷한 회사 동료 지후의 택배를 우연히 받게 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상자 속엔 지후의 은밀한 취향을 보여주는 물건이 들어 있다. 지후는 자기 비밀이 회사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지만 지우는 “나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상대 취향을 존중한다. 실제 서현이 지우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에 서현은 “나 또한 범죄가 아닌 이상 상대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상대가 언급을 피하거나 그 문제로 힘들어한다면 제가 굳이 끄집어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가 가진 비밀이 있듯 당신이 가진 다름도 별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득 서현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가 털어놓은 자신만의 귀여운 비밀은 이렇다.
“제가 평소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포토 후기를 꼭 써요(웃음). 글 쓰는 사람이 저라는 걸 들키지 않게 하면서도, 굉장히 성의 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 덕분에 종종 리뷰 이벤트에 당첨돼 포인트를 더 받거나 상품을 받곤 해요. 얼마 전에는 우유를 몇 박스 더 주는 행사에 당첨돼 지금까지 잘 먹고 있습니다.”
서현은 이번 영화에서 지후를 연기한 배우 이준영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이준영도 서현과 마찬가지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 2014년 그룹 유키스 멤버로 데뷔했고, 2017년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과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등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 대한 서현의 느낌은 어땠을까.
“처음 준영 씨를 만났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됐어요. 가수 선배라 저를 좀 어려워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대본 이야기를 하는데 준영 씨가 저와 눈도 못 마주치는 거예요. 속으로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런데 호흡을 맞추다 보니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고 노력도 많이 하더라고요. 또 적극적이어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는 호흡이 중요한 작업인데, 준영 씨가 지후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줘서 저도 지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모럴센스’는 넷플릭스 코리아가 기획부터 투자, 제작까지 도맡은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첫 오리지널 영화’가 갖는 의미는 크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라 의미가 있고, 제게 감사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우리와 문화나 언어가 다른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보는 작품이라 기대가 됩니다. 우리 영화(‘모럴센스’)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다름을 오픈하고 상대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여느 로맨스 영화와 다른 것 같아요. 다름이 특별함으로 완성되는 ‘취향 존중 로맨스’인 만큼 서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인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열고 관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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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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