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 있는 보물섬, 만재도. 그곳에서 낚시하고 요리하며 배꼽 잡는 웃음까지 선사하는 차승원, 유해진 커플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시세끼’의 무대, 만재도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투덜이 요리왕 이서진에게 강제 전성기를 부여해준 ‘삼시세끼’ 정선 편에 이어 차승원(45), 유해진(45)의 ‘늙은 부부’ 콘셉트 어촌 편까지, 요즘 예능계는 그야말로 나영석 PD, 그리고 그의 페르소나들의 독주 시대다. ‘삼시세끼’ 어촌 편은 1월 23일 첫 방송에서부터 잭팟을 터트렸다. 평균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로 정선 편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전편이 그간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일종의 모험이었다면 어촌 편은 캐스팅부터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동안 숱한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두 배우 차승원, 유해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초 출연 멤버였던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은 탈세 혐의로 논란을 빚으며 안타깝게 하차했지만, 믿고 보는 예능 ‘삼시세끼’이기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금세 털어냈다.
만재도란 섬이 안겨주는 극한 설정 또한 프로그램을 더욱 펄떡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목포에서 배로 6시간) 섬인 데다, 지천에 먹을 것이 널린 보물섬은 맞으나 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눈비와 함께 몰아치는 매서운 바닷바람은 장작불을 때는 데 엄청난 훼방꾼. 방송 전 열린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차승원, 유해진은 만재도에서의 고생담을 토로한 바 있다.
차승원은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섬 어르신들과 함께 홍합을 따러간 적이 있다. 정말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밝혔다.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라는 슬로건에 맞게 이들이 끼니 해결 방편으로 주로 시도하는 것이 낚시지만, 섬에 들어와 이틀 동안은 채소로 세끼를 해결했을 정도로 바다는 쉬 먹을 것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유해진은 만재도에서 차승원의 잔소리가 가장 무서웠다고 밝혀 좌중을 폭소케 했다. 유해진의 주 업무는 먹을거리 확보와 장작불 때기.
“영화 ‘이장과 군수’(2007) 때 앙숙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승원 씨는 참 변한 게 없어요. 하하. 이 사람 때문에 만재도 생활이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기도 했죠. 요리 솜씨는 정말 기가 막혀요. 그런데 미역국을 끓인다 치면, 저는 마치 냄비 속 미역이 된 기분이에요. 승원 씨한테 달달달 볶이거든요(웃음). 성격이 급해서 자기 뜻대로 안되면 저한테 바가지를 긁어요. 그래도 밥 먹을 때가 되면 그 미움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정말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
첫 방송에서부터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가지 긁는 아내와 기 못 펴는 바깥양반’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만재도에 짐을 풀자마자 차승원은 텃밭에서 배추를 뽑아 10분 만에 배춧국을 끓여내는 솜씨로 ‘차줌마(차승원+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고, 얼핏 보면 해녀인지 해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현지인 포스의 유해진은 이름의 한자마저 바다 해(海)와 참 진(眞)을 써, ‘참바다 씨’로 불린다. 낚시 성적이 좋지 않은 날 차승원의 타박을 피하고자 ‘피시뱅크(어망에 들어온 물고기를 다른 어망으로 옮겨놓고 며칠 동안 바다에서 보관하는 것)’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기발함과 순박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요리하는 남자가 왜 섹시한가 차승원
“예전에는 요리에 흥미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삼시세끼’ 첫 방송에서 차승원이 한 말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끼 입이 쩍 벌어지는 요리를 완성해내는 모습이 재미를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덕분에 금요일 밤만 되면 아내에게 타박을 받는 남편들이 속출한다는 소문. 사실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2009년 SBS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했을 때도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아침 요리 당번으로 뽑혀 이효리와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 낙지를 주재료로 음식을 만들던 두 사람은 부재료 선정부터 요리 도구 사용법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여 웃음을 안겨줬다.
차승원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음식이든 ‘주저함’이 없다는 것. ‘바깥양반’ 유해진이 식자재를 구해오면 차승원은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마치 늘 해 먹던 음식처럼 거침없이 재료를 다듬고 요리에 돌입한다.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요리는 우럭탕수, 꽃빵과 고추잡채, 홍합짬뽕, 장어구이&매운탕, 군소데침&무국 등. 홈메이드 동치미와 막걸리도 기가 막히다. 맛과 비주얼은 두말하면 잔소리. 오죽하면 유해진이 “진짜 밥만 생각하면 차승원이랑 여기서 평생 살고 싶다”고 했을까. 더욱 놀라운 건 요리와 정리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모델 출신다운 길쭉한 다리로 바삐 주방을 돌아다니며 뚝딱뚝딱 음식을 만드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족족 그릇을 닦고,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주부 9단이다. 마음은 또 얼마나 고운지, 바깥양반을 끔찍하게 위한다. 고기를 많이 못 잡아온다고 타박하면서도 “유해진이 엄청 좋아하는 것”이라며 전날부터 콩을 불려 콩자반을 만들고, 장작불에 정성스레 김을 굽고, 짬뽕을 만든다. 이처럼 차승원 요리의 화룡점정은 상대에 대한 배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이에 대해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화려한 음식과 수다가 곁들여지는 요리 프로그램은 대체로 인기가 많다. 그럼에도 ‘삼시세끼’가 특별한 이유는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요리하는 남자의 정석’을 차승원이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식구들 끼니를 위해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모성마저 느껴진다”고 평했다.
차승원이랑 섬에서 평생 살고 싶다
한편 출연자들의 고생담을 웃음 포인트로 삼아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차승원의 능수능란한 요리 솜씨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할 터. 보다 못한 나영석 PD는 결국 3회 방송에서 ‘어묵탕’을 만들어내라는 고난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기를 잡아 어묵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는 차승원과 유해진. 하지만 차승원은 멘붕 상태에서도 어묵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술술 읊어내는 신공을 발휘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그렇다면 곁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지켜본 나영석 PD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화면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맛과 비주얼”이라고 극찬함과 동시에 너무 능숙한 요리 솜씨 때문에 겪은 애로 사항도 털어놓았다.
“손이 워낙 빨라서 촬영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뭐 좀 찍으려고 하면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카메라를 미처 들이대기도 전에 재료를 다 조리해버린다거나 잠깐 한눈판 사이에 요리를 끝내버리는 식이죠(웃음).”
‘혹시 취사병 출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요리 솜씨지만, 차승원은 이번 출연을 위해 따로 준비한 건 전혀 없다고 한다. 나 PD는 “‘삼시세끼’를 위해 요리를 배운 것은 아니고,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아 단골 식당에 조리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홍합짬뽕도 단골 중국집에서 조리법을 물어뒀다가 써먹은 거고, 회 뜨는 법도 일식당 주방장한테 말로만 배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차승원의 정리 정돈 기술에 혀를 내두르기는 나 PD도 마찬가지. 나 PD는 “사실 요리 잘하는 남자 연예인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차승원 씨처럼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가면서 요리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헛웃음을 보였다.
“방송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잖아요. 저도 신기해서 물어봤더니 평소 집에서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직업상 일을 쉴 때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요리를 할 기회도 많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차승원의 섹시한 요리 솜씨에 열광하는 것 못지않게, 그 역시 만재도에서의 촬영이 즐겁고 의미 있었다고 한다. 최근 차승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시세끼’ 출연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음식이고 뭐고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아니겠어요. 해진 씨와는 워낙 오래된 관계인 데다 이번에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더욱 돈독해졌죠.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속에서 나오는 재미가 좋았어요. 그러니 피곤해도 뭐든 더 만들어서 먹이고 싶고, 또 다들 맛있다고 하니 자꾸 만들어주고 싶더군요(웃음).”
가슴으로 낳은 아들에 대한 부성애로 박수를 받은 데 이어 섹시한 요리왕 등극까지, 여러모로 차승원의 전성시대다.
차승원표 삼시세끼 레시피
①홍합짬뽕
1 여러 가지 채소(대파, 양파, 당근, 배추, 고추 등)를 다듬어놓는다.
2 고추기름에 마늘을 넣어 볶은 다음 손질한 채소들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저어 준다.
3 채소들이 적당히 숨이 죽으면 큰 냄비에 옮겨 담고 물을 부어 끓인다.
4 양념장(고춧가루+간장+다진 마늘+굴소스+핫소스)을 채소 육수에 풀어준다.
5 홍합 20개를 육수에 넣고 저어준다.
6 면은 따로 삶아 차가운 물로 식힌 뒤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어주면 완성.
②우럭탕수
1 손질한 우럭에 후춧가루와 소금을 뿌려둔다.
2 간이 밴 우럭에 감자전분을 살살 입혀준다.
3 물에 식초, 설탕, 간장, 물엿을 넣고 소스를 만든다.
4 양파, 당근, 대파 등 탕수에 들어갈 채소들을 손질한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우럭을 튀긴다.
6 다듬은 채소를 볶은 뒤 소스를 넣고 끓이다가 전분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7 튀긴 우럭에 부어주면 완성.
③우럭베도라치매운탕
1 된장과 고추장을 물에 풀어 끓인다.
2 무, 양파, 대파 등 채소를 썰어 준비해둔다.
3 물이 끓으면 삶은 시래기를 넣는다.
4 우럭과 베도라치를 넣고 채소와 고춧가루를 넣은 뒤 한소끔 끓여준다.
5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④배춧국
1 끓는 물에 멸치를 넣고 육수를 낸다.
2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어준다.
3 썰어놓은 배추를 넣고 끓이면 완성.
⑤장어구이
1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는다.
2 고춧가루, 후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물엿, 고추장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양념이 너무 되면 불에 타기 때문에 간장으로 농도를 묽게 해준다).
3 잘라놓은 장어 앞뒤로 꼼꼼히 양념을 발라준다.
4 숯불에 굽는다.
삼시세끼를 둘러싼 궁금증 4
Q1. 왜 만재도인가?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밝힌 바에 따르면 “먹을 것이 풍부해서”다. 과거 ‘1박 2일’ 촬영 당시 만재도에서 푸짐하게 잘 먹은 기억이 있다는 나 PD는 “차승원 씨가 요리 솜씨가 좋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풍부한, 특히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만재도에는 닭볏 우럭, 거북손, 해삼, 고둥, 김, 홍합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나 PD가 만재도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즉,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멤버들 간의 응집이 큰 웃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 것. 실제로 만재도는 큰 배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섬으로 중간에 여객선을 마중 나온 작은 배로 갈아타야 하고, 사업 시설이 일절 없어 모든 물자를 배로 실어 날라야 한다.
Q2. 촬영에는 몇 명의 인력과 시간이 동원되나?
과거에는 카메라와 촬영 테이프 수로 촬영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디지털 촬영이라 분량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고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는 20대 남짓(무인 카메라 포함). 전체 스태프 수는 20여 명에 달하며, 촬영은 4박 5일 혹은 5박 6일 동안 총 4회에 걸쳐(지난해 12월 28일부터 1월 23일까지 촬영) 진행됐다. 방송 분량은 전체 촬영분의 10분의 1정도로, 조연출 5명이 일주일에 걸쳐 편집한다. 음악과 자막 삽입도 조연출의 몫. 나영석 PD는 방송 나가기 직전 ‘초치기’로 편집된 영상분을 보며 통일성을 잡는다고.
Q3. 만재도의 핫 플레이스, 만재슈퍼의 정체는?
만재도 유일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비치된 물건은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된 콜라와 맥주가 전부. 그마저도 손에 넣기 쉽지 않다. 사장님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 만재슈퍼에 갈 때마다 매번 허탕을 치고 온 유해진은 “사장님이 슈퍼에 있는 물건을 너무 사랑하셔서 팔지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Q4. 나영석 PD의 섭외 능력은 어디까지?
‘캐스팅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 나영석 PD지만, 정작 그는 “캐스팅의 비밀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개인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 캐스팅과 무관하게 연예인들 사이에서 나 PD는 호인 중의 호인으로 통한다. 소탈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진심을 다해 관계를 이어간다는 평. 배우 고현정도 얼마 전 펴낸 자신의 책 ‘고현정의 여행, 여행’에서 나 PD를 “예의 바르고 똑똑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 표현하고 있다. 가벼운 술자리에서 나 PD가 한 말 때문이다. “혹시 제가 오늘 실수한 게 있더라도 누님, 잘 봐주십시오.”
글·김유림 기자|사진·tvN 제공
투덜이 요리왕 이서진에게 강제 전성기를 부여해준 ‘삼시세끼’ 정선 편에 이어 차승원(45), 유해진(45)의 ‘늙은 부부’ 콘셉트 어촌 편까지, 요즘 예능계는 그야말로 나영석 PD, 그리고 그의 페르소나들의 독주 시대다. ‘삼시세끼’ 어촌 편은 1월 23일 첫 방송에서부터 잭팟을 터트렸다. 평균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로 정선 편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전편이 그간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일종의 모험이었다면 어촌 편은 캐스팅부터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동안 숱한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두 배우 차승원, 유해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초 출연 멤버였던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은 탈세 혐의로 논란을 빚으며 안타깝게 하차했지만, 믿고 보는 예능 ‘삼시세끼’이기에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금세 털어냈다.
만재도란 섬이 안겨주는 극한 설정 또한 프로그램을 더욱 펄떡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목포에서 배로 6시간) 섬인 데다, 지천에 먹을 것이 널린 보물섬은 맞으나 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눈비와 함께 몰아치는 매서운 바닷바람은 장작불을 때는 데 엄청난 훼방꾼. 방송 전 열린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차승원, 유해진은 만재도에서의 고생담을 토로한 바 있다.
차승원은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섬 어르신들과 함께 홍합을 따러간 적이 있다. 정말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밝혔다.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라는 슬로건에 맞게 이들이 끼니 해결 방편으로 주로 시도하는 것이 낚시지만, 섬에 들어와 이틀 동안은 채소로 세끼를 해결했을 정도로 바다는 쉬 먹을 것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유해진은 만재도에서 차승원의 잔소리가 가장 무서웠다고 밝혀 좌중을 폭소케 했다. 유해진의 주 업무는 먹을거리 확보와 장작불 때기.
“영화 ‘이장과 군수’(2007) 때 앙숙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승원 씨는 참 변한 게 없어요. 하하. 이 사람 때문에 만재도 생활이 행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기도 했죠. 요리 솜씨는 정말 기가 막혀요. 그런데 미역국을 끓인다 치면, 저는 마치 냄비 속 미역이 된 기분이에요. 승원 씨한테 달달달 볶이거든요(웃음). 성격이 급해서 자기 뜻대로 안되면 저한테 바가지를 긁어요. 그래도 밥 먹을 때가 되면 그 미움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정말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
첫 방송에서부터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가지 긁는 아내와 기 못 펴는 바깥양반’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만재도에 짐을 풀자마자 차승원은 텃밭에서 배추를 뽑아 10분 만에 배춧국을 끓여내는 솜씨로 ‘차줌마(차승원+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고, 얼핏 보면 해녀인지 해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현지인 포스의 유해진은 이름의 한자마저 바다 해(海)와 참 진(眞)을 써, ‘참바다 씨’로 불린다. 낚시 성적이 좋지 않은 날 차승원의 타박을 피하고자 ‘피시뱅크(어망에 들어온 물고기를 다른 어망으로 옮겨놓고 며칠 동안 바다에서 보관하는 것)’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기발함과 순박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요리하는 남자가 왜 섹시한가 차승원
“예전에는 요리에 흥미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삼시세끼’ 첫 방송에서 차승원이 한 말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끼 입이 쩍 벌어지는 요리를 완성해내는 모습이 재미를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덕분에 금요일 밤만 되면 아내에게 타박을 받는 남편들이 속출한다는 소문. 사실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2009년 SBS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했을 때도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아침 요리 당번으로 뽑혀 이효리와 요리 대결을 펼쳤는데, 낙지를 주재료로 음식을 만들던 두 사람은 부재료 선정부터 요리 도구 사용법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여 웃음을 안겨줬다.
차승원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음식이든 ‘주저함’이 없다는 것. ‘바깥양반’ 유해진이 식자재를 구해오면 차승원은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마치 늘 해 먹던 음식처럼 거침없이 재료를 다듬고 요리에 돌입한다.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요리는 우럭탕수, 꽃빵과 고추잡채, 홍합짬뽕, 장어구이&매운탕, 군소데침&무국 등. 홈메이드 동치미와 막걸리도 기가 막히다. 맛과 비주얼은 두말하면 잔소리. 오죽하면 유해진이 “진짜 밥만 생각하면 차승원이랑 여기서 평생 살고 싶다”고 했을까. 더욱 놀라운 건 요리와 정리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다. 모델 출신다운 길쭉한 다리로 바삐 주방을 돌아다니며 뚝딱뚝딱 음식을 만드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족족 그릇을 닦고,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주부 9단이다. 마음은 또 얼마나 고운지, 바깥양반을 끔찍하게 위한다. 고기를 많이 못 잡아온다고 타박하면서도 “유해진이 엄청 좋아하는 것”이라며 전날부터 콩을 불려 콩자반을 만들고, 장작불에 정성스레 김을 굽고, 짬뽕을 만든다. 이처럼 차승원 요리의 화룡점정은 상대에 대한 배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이에 대해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화려한 음식과 수다가 곁들여지는 요리 프로그램은 대체로 인기가 많다. 그럼에도 ‘삼시세끼’가 특별한 이유는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인 ‘요리하는 남자의 정석’을 차승원이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식구들 끼니를 위해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모성마저 느껴진다”고 평했다.
차승원이랑 섬에서 평생 살고 싶다
한편 출연자들의 고생담을 웃음 포인트로 삼아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차승원의 능수능란한 요리 솜씨가 다소 당황스럽기도 할 터. 보다 못한 나영석 PD는 결국 3회 방송에서 ‘어묵탕’을 만들어내라는 고난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기를 잡아 어묵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는 차승원과 유해진. 하지만 차승원은 멘붕 상태에서도 어묵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술술 읊어내는 신공을 발휘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그렇다면 곁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지켜본 나영석 PD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화면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맛과 비주얼”이라고 극찬함과 동시에 너무 능숙한 요리 솜씨 때문에 겪은 애로 사항도 털어놓았다.
“손이 워낙 빨라서 촬영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뭐 좀 찍으려고 하면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경우가 많았거든요. 카메라를 미처 들이대기도 전에 재료를 다 조리해버린다거나 잠깐 한눈판 사이에 요리를 끝내버리는 식이죠(웃음).”
‘혹시 취사병 출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요리 솜씨지만, 차승원은 이번 출연을 위해 따로 준비한 건 전혀 없다고 한다. 나 PD는 “‘삼시세끼’를 위해 요리를 배운 것은 아니고,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아 단골 식당에 조리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홍합짬뽕도 단골 중국집에서 조리법을 물어뒀다가 써먹은 거고, 회 뜨는 법도 일식당 주방장한테 말로만 배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차승원의 정리 정돈 기술에 혀를 내두르기는 나 PD도 마찬가지. 나 PD는 “사실 요리 잘하는 남자 연예인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차승원 씨처럼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가면서 요리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헛웃음을 보였다.
“방송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잖아요. 저도 신기해서 물어봤더니 평소 집에서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직업상 일을 쉴 때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요리를 할 기회도 많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차승원의 섹시한 요리 솜씨에 열광하는 것 못지않게, 그 역시 만재도에서의 촬영이 즐겁고 의미 있었다고 한다. 최근 차승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시세끼’ 출연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음식이고 뭐고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아니겠어요. 해진 씨와는 워낙 오래된 관계인 데다 이번에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더욱 돈독해졌죠.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속에서 나오는 재미가 좋았어요. 그러니 피곤해도 뭐든 더 만들어서 먹이고 싶고, 또 다들 맛있다고 하니 자꾸 만들어주고 싶더군요(웃음).”
가슴으로 낳은 아들에 대한 부성애로 박수를 받은 데 이어 섹시한 요리왕 등극까지, 여러모로 차승원의 전성시대다.
차승원표 삼시세끼 레시피
①홍합짬뽕
1 여러 가지 채소(대파, 양파, 당근, 배추, 고추 등)를 다듬어놓는다.
2 고추기름에 마늘을 넣어 볶은 다음 손질한 채소들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저어 준다.
3 채소들이 적당히 숨이 죽으면 큰 냄비에 옮겨 담고 물을 부어 끓인다.
4 양념장(고춧가루+간장+다진 마늘+굴소스+핫소스)을 채소 육수에 풀어준다.
5 홍합 20개를 육수에 넣고 저어준다.
6 면은 따로 삶아 차가운 물로 식힌 뒤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어주면 완성.
②우럭탕수
1 손질한 우럭에 후춧가루와 소금을 뿌려둔다.
2 간이 밴 우럭에 감자전분을 살살 입혀준다.
3 물에 식초, 설탕, 간장, 물엿을 넣고 소스를 만든다.
4 양파, 당근, 대파 등 탕수에 들어갈 채소들을 손질한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우럭을 튀긴다.
6 다듬은 채소를 볶은 뒤 소스를 넣고 끓이다가 전분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7 튀긴 우럭에 부어주면 완성.
③우럭베도라치매운탕
1 된장과 고추장을 물에 풀어 끓인다.
2 무, 양파, 대파 등 채소를 썰어 준비해둔다.
3 물이 끓으면 삶은 시래기를 넣는다.
4 우럭과 베도라치를 넣고 채소와 고춧가루를 넣은 뒤 한소끔 끓여준다.
5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④배춧국
1 끓는 물에 멸치를 넣고 육수를 낸다.
2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어준다.
3 썰어놓은 배추를 넣고 끓이면 완성.
⑤장어구이
1 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는다.
2 고춧가루, 후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물엿, 고추장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양념이 너무 되면 불에 타기 때문에 간장으로 농도를 묽게 해준다).
3 잘라놓은 장어 앞뒤로 꼼꼼히 양념을 발라준다.
4 숯불에 굽는다.
<font color="#333333"><b>1</b></font> 차승원의 요리와 정리정돈 솜씨에 혀를 내두르는 나영석 PD.<font color="#333333"><b> 2</b></font> 유해진의 순박하기 그지없는 모습들이 큰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font color="#333333"><b> 3</b></font> ‘삼시세끼’의 마스코트 ‘산체’.<font color="#333333"><b> 4</b></font> 초대 손님으로 왔다가 얼떨결에 만재도에 눌러앉은 손호준.
삼시세끼를 둘러싼 궁금증 4
Q1. 왜 만재도인가?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밝힌 바에 따르면 “먹을 것이 풍부해서”다. 과거 ‘1박 2일’ 촬영 당시 만재도에서 푸짐하게 잘 먹은 기억이 있다는 나 PD는 “차승원 씨가 요리 솜씨가 좋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풍부한, 특히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만재도에는 닭볏 우럭, 거북손, 해삼, 고둥, 김, 홍합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나 PD가 만재도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즉,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멤버들 간의 응집이 큰 웃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 것. 실제로 만재도는 큰 배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섬으로 중간에 여객선을 마중 나온 작은 배로 갈아타야 하고, 사업 시설이 일절 없어 모든 물자를 배로 실어 날라야 한다.
Q2. 촬영에는 몇 명의 인력과 시간이 동원되나?
과거에는 카메라와 촬영 테이프 수로 촬영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디지털 촬영이라 분량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고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는 20대 남짓(무인 카메라 포함). 전체 스태프 수는 20여 명에 달하며, 촬영은 4박 5일 혹은 5박 6일 동안 총 4회에 걸쳐(지난해 12월 28일부터 1월 23일까지 촬영) 진행됐다. 방송 분량은 전체 촬영분의 10분의 1정도로, 조연출 5명이 일주일에 걸쳐 편집한다. 음악과 자막 삽입도 조연출의 몫. 나영석 PD는 방송 나가기 직전 ‘초치기’로 편집된 영상분을 보며 통일성을 잡는다고.
Q3. 만재도의 핫 플레이스, 만재슈퍼의 정체는?
만재도 유일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비치된 물건은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된 콜라와 맥주가 전부. 그마저도 손에 넣기 쉽지 않다. 사장님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기 때문. 만재슈퍼에 갈 때마다 매번 허탕을 치고 온 유해진은 “사장님이 슈퍼에 있는 물건을 너무 사랑하셔서 팔지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Q4. 나영석 PD의 섭외 능력은 어디까지?
‘캐스팅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 나영석 PD지만, 정작 그는 “캐스팅의 비밀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개인의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 캐스팅과 무관하게 연예인들 사이에서 나 PD는 호인 중의 호인으로 통한다. 소탈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진심을 다해 관계를 이어간다는 평. 배우 고현정도 얼마 전 펴낸 자신의 책 ‘고현정의 여행, 여행’에서 나 PD를 “예의 바르고 똑똑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 표현하고 있다. 가벼운 술자리에서 나 PD가 한 말 때문이다. “혹시 제가 오늘 실수한 게 있더라도 누님, 잘 봐주십시오.”
글·김유림 기자|사진·tvN 제공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