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be
‘아름답다’와 ‘매력적이다’는 엄연히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매력’이 ‘아름다움’보다 우위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의리’ 열풍을 몰고 온 이국주는 우리가 찾고 있던 인간의 매력을‘호로록’ 흡입한 진정한 대세녀다.
“짜라짜라짜라 짜~게 먹지. 나는 짜게 먹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먹~지~요. 호로록.” “시냇물은 졸졸졸~ 고기들은 내 입 속으로~ 호로록.” 요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식탐송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유행을 만든 이는, 육중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으로 현아의 ‘빨개요’에 맞춰 몸을 흔들고, 전지현의 미모를 두고 “머릿발”이라며 거침없이 평가절하하며, 잠자고 있던 김보성의 ‘의리’를 밖으로 끌어내 우리 사회를 의리 열풍에 빠뜨린 으리으리한 대세녀 바로 이국주(28)다. 섹시하고,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이국주는 화보 촬영 중에도 카메라를 ‘집어삼킬’ 듯한 포즈로 열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두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자존심
체격이 큰 사람들 중에는 구두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이힐을 좋아하나 보다.
신발이 불편하면 큰 걸 신으면 된다. 나도 예전보다 발이 더 커져서 지금은 260mm를 신는다. 구두는 철에 맞춰서 사는 게 아니다. 마음에 드는 걸 예쁘게 신으려면 한 계절 미리 앞서 예약을 해야 한다. 구두가 1백 켤레 정도 되는데, 우리 아기들한테 미안하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하필 내 신발로 태어났는지(웃음). 가끔 나를 배려한다고 신발 벗고 방송하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원치 않는다. 오히려 하이힐을 신어야 허리도 펴지면서 ‘에지’ 있는 자세가 나온다. 그래야 나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화려한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원래 화려한 걸 좋아했나. 아니면 방송하면서 잡은 콘셉트인가.
어려서부터 덩치가 있으니까 옷을 예쁘게 못 입는 대신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덩치가 좀 있는 사람은 액세서리도 큰 걸 해야 시선이 거기로 가기 때문에 무조건 크고 블링블링한 걸 한다. 링 귀걸이가 유행할 때는 버스 손잡이만 한 걸 했었다. 그러니까 얼굴도 좀 작아 보이더라.
화장도 잘 한다고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서 화장을 하고 다녔다. 어릴 때는 색조 화장품을 살 수 없으니까 일부러 아이섀도나 립스틱을 부록으로 끼워주는 하이틴 잡지를 샀다. 그때부터 숙련된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내가 생각해도 메이크업을 꽤 잘한다. 나만의 메이크업 포인트는 속눈썹이다. 얼굴에 살도 많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아서 남들처럼 ‘청순한’ 화장을 하면 눈, 코, 입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웃음). 슈퍼에 갈 때도 속눈썹은 꼭 붙이고 나간다.
화려함은 섹시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도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뚱뚱이’ 캐릭터 중에는 그나마 내가 좀 섹시하지 않나. 하하. 대신 난 귀여운 건 정말 못한다. 목소리도 그렇지 못할뿐더러 귀여운 거 하라고 하면 정말 싫다. 차라리 예쁜 척, 도도한 척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자주 보게 된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케이블TV에서 방송할 때보다 공중파에 나오니까 사람들의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을 보면,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만큼 비호감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래도 그 또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8년 전 무명일 때보다는 여유롭게 받아들인다.
언제 ‘내가 좀 떴구나’ 실감하나.
정작 방송하느라 바빠서 인기를 확 실감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큰 프로그램에서 부를 때는 정말 감격스럽고 내가 그분들과 같이 방송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런닝맨’에 출연하게 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엄청 질렀다. 캐스팅되고 2주 동안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었지만 괜히 소문났다가 취소될까 봐 가족한테만 얘기했었다. 그 뒤로 ‘무한도전’ ‘해피투게더’에서 불러줬을 때도 정말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나오라고 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너무 겁이 나서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쌓아온 자린데, 방송 한번 잘못 나갔다가 재미없다고 할까 봐 두려웠다. 생방송하던 날에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톱을 다 물어뜯어서 나중에 네일 케어도 받기 힘들었다. 그래도 방송 다음 날 PD님이 “덕분에 시청률 잘나왔다”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한결 자신감을 얻었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이국주는 평균 이상의 큰 몸(키 169cm)을 당당하게 웃음의 소재로 활용한다. 그것도 건강한 웃음으로. 지난해 tvN ‘코미디 빅리그-수상한 가정부’ 코너에서 ‘보성댁’으로 출연해 김보성과 흡사한 외모로 ‘의리의리’를 외쳐 대박을 터트린 이국주는 자신의 인기 상승은 물론이고 김보성에게까지 제2의 전성기를 안겨주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대표 코너는 ‘코미디 빅리그-10년째 연애 중’. 이국주는 남자친구와 연애한 10년 동안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식탐도, 몸무게도 함께 늘어난 여자친구를 연기한다. 시청자들은 ‘이번 주는 어떤 식탐송이 나올까’ 기대하며 이국주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린다. 단독 호스트로 출연한 ‘SNL 코리아’ 이국주 편은 3.8%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국주 대세론을 증명했다.
뚱뚱한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나.
절대로 즐기는 스타일은 못 된다. 긴장을 워낙 많이 하고 걱정도 많다. ‘코미디 빅리그’ 녹화할 때도 방청객 분위기가 괜찮다 싶으면 저절로 신이 나 오버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늘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주눅 들기도 한다. 타고난 방송인 체질은 아닌 거다. 또 사람들 앞에서는 웃기고 하다가도 집에 들어가면 공허한 마음에 혼자 텔레비전을 켜놓고 울기도 한다(웃음).
그동안 ‘뚱뚱한 여자=추녀’ 캐릭터는 많았지만 미녀임을 내세워 웃음 코드로 삼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뚱뚱이’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 묻는다. 하지만 내 모습이 이런데, 그걸 부정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나. 오랫동안 한 캐릭터를 고수하다 보니 지금의 순간도 온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뚱뚱한 캐릭터를 하는 분들도 각자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귀여운 뚱뚱이, 소심한 뚱뚱이, 건강한 뚱뚱이, 섹시한 뚱뚱이 등등.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대로 드러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면 뚱뚱한 캐릭터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 몸을 인정할 뿐이지, 나도 객관적인 눈이 있다. 하하. 개그우먼이기 이전에 여자고 사람인데, 가끔은 창피하고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려고 한다. 솔직히 요즘은 이런 내 몸으로 인기도 얻고 돈도 버니까 내 몸에 더 당당해졌다(웃음). 간혹 살 빼면 예쁠 거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지만, 살이 이 정도까지 안 쪘을 때 얼굴을 내가 안다. 별반 차이 없다.
얼마 전 방송에서 실제로 사귀었던 남자친구 중에 완벽한 외모의 아이돌 준비생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비결이 뭔가.
그 얘긴 자칫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회사에서 이제 그만 얘기하라고 하던데(웃음). 아이돌 준비생과 2년 동안 사귄 건 맞는데, 그 전에도 남자친구를 많이 사귄 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가 전성기였지만. 사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썸’만 타다가 말았다. 제대로 된 연애는 지난해 끝난 게 마지막이다. 연애관 하나는 확실하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랑 사귄다는 거. 이것도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그렇다. 진짜 연애 고수들은 자기한테 다 갖다 바치는 남자들과 사귀더라. 나도 결혼할 때 되면 생각이 바뀌어야 할 텐데….
어려서부터 꾸미는 걸 좋아한 이국주는 일찌감치 진로도 미술 분야로 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미술 입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 대불대학교(현 세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방송 데뷔 전에는 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때도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인기 많은 선생님으로 통했다. 처음부터 개그맨이 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꿈은 토크쇼 진행자였지만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개그맨으로 먼저 얼굴을 알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학로 코미디 극단에 들어갔다. 2006년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해 방송에 첫발을 내디뎠다.
복날, 개그, 결혼 모두 쫓기듯 따르기는 싫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8년간의 시간이 견디기 힘들진 않았나.
빨리 떠야겠다는 조바심이 없어서였는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내 나름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때에 비해 지금이 더 즐겁고 행복한 건 맞지만 당시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작은 배역이지만 꾸준히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디오에 게스트로도 많이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영광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싱글 라이프가 잠깐 공개된 적이 있다. 혼자 사는 게 성향에 잘 맞나?
원래 집도 서울인데 개그맨 되고부터 출퇴근이 불규칙하다 보니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됐다. 혼자 사는 게 편하지만 문득 뼈에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다. 특히 밖에서 워낙 시끌벅적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면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문 열고 들어오기 무섭게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기를 일제히 켠다. 그리고 만화를 본다(웃음). 사실 요즘은 바빠서 만화책을 많이 못 보는데 한때 만화가가 꿈이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다 가지고 있다.
집에서 요리도 잘 해 먹는 것 같던데.
내가 천생 여자다.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맛도 꽤 괜찮다. 사람들 불러서 홈 파티하는 걸 참 좋아한다. 술잔도 테킬라, 고량주 잔까지 종류별로 다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잔치국수에 막걸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사실 우리처럼 덩치 좀 있는 사람들은 워낙 먹는 걸 좋아한다. 날짜 같은 것도 따지지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복날에 삼계탕 먹는 사람들이다. 하루 전날 먹어도 똑같지 않나. 왜 굳이 가장 복잡하고 비싼 날에 먹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삼계탕은 보통 몸이 좀 허약해졌다(?) 싶을 때 먹는다.
이제 곧 서른 살이다. 여자로서, 개그우먼으로서 어떤 30대를 맞고 싶나.
둘 다 중요한 건 쫓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같다. 여자로서는 결혼에, 개그우먼으로서는 일에. 한때는 적어도 서른두 살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즈음의 나이가 돼 보니 모든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더욱이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좋은 남자 만나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오로지 결혼을 목적으로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다. 일 역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묵묵히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더 괜찮은 여자가 돼 있지 않을까.
글·김유림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아름답다’와 ‘매력적이다’는 엄연히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매력’이 ‘아름다움’보다 우위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의리’ 열풍을 몰고 온 이국주는 우리가 찾고 있던 인간의 매력을‘호로록’ 흡입한 진정한 대세녀다.
“짜라짜라짜라 짜~게 먹지. 나는 짜게 먹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먹~지~요. 호로록.” “시냇물은 졸졸졸~ 고기들은 내 입 속으로~ 호로록.” 요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식탐송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유행을 만든 이는, 육중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으로 현아의 ‘빨개요’에 맞춰 몸을 흔들고, 전지현의 미모를 두고 “머릿발”이라며 거침없이 평가절하하며, 잠자고 있던 김보성의 ‘의리’를 밖으로 끌어내 우리 사회를 의리 열풍에 빠뜨린 으리으리한 대세녀 바로 이국주(28)다. 섹시하고,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이국주는 화보 촬영 중에도 카메라를 ‘집어삼킬’ 듯한 포즈로 열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두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자존심
체격이 큰 사람들 중에는 구두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이힐을 좋아하나 보다.
신발이 불편하면 큰 걸 신으면 된다. 나도 예전보다 발이 더 커져서 지금은 260mm를 신는다. 구두는 철에 맞춰서 사는 게 아니다. 마음에 드는 걸 예쁘게 신으려면 한 계절 미리 앞서 예약을 해야 한다. 구두가 1백 켤레 정도 되는데, 우리 아기들한테 미안하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하필 내 신발로 태어났는지(웃음). 가끔 나를 배려한다고 신발 벗고 방송하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원치 않는다. 오히려 하이힐을 신어야 허리도 펴지면서 ‘에지’ 있는 자세가 나온다. 그래야 나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화려한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원래 화려한 걸 좋아했나. 아니면 방송하면서 잡은 콘셉트인가.
어려서부터 덩치가 있으니까 옷을 예쁘게 못 입는 대신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덩치가 좀 있는 사람은 액세서리도 큰 걸 해야 시선이 거기로 가기 때문에 무조건 크고 블링블링한 걸 한다. 링 귀걸이가 유행할 때는 버스 손잡이만 한 걸 했었다. 그러니까 얼굴도 좀 작아 보이더라.
화장도 잘 한다고 들었다.
중학생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아서 화장을 하고 다녔다. 어릴 때는 색조 화장품을 살 수 없으니까 일부러 아이섀도나 립스틱을 부록으로 끼워주는 하이틴 잡지를 샀다. 그때부터 숙련된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내가 생각해도 메이크업을 꽤 잘한다. 나만의 메이크업 포인트는 속눈썹이다. 얼굴에 살도 많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아서 남들처럼 ‘청순한’ 화장을 하면 눈, 코, 입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웃음). 슈퍼에 갈 때도 속눈썹은 꼭 붙이고 나간다.
화려함은 섹시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도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뚱뚱이’ 캐릭터 중에는 그나마 내가 좀 섹시하지 않나. 하하. 대신 난 귀여운 건 정말 못한다. 목소리도 그렇지 못할뿐더러 귀여운 거 하라고 하면 정말 싫다. 차라리 예쁜 척, 도도한 척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자주 보게 된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케이블TV에서 방송할 때보다 공중파에 나오니까 사람들의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을 보면,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만큼 비호감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그래도 그 또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8년 전 무명일 때보다는 여유롭게 받아들인다.
언제 ‘내가 좀 떴구나’ 실감하나.
정작 방송하느라 바빠서 인기를 확 실감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큰 프로그램에서 부를 때는 정말 감격스럽고 내가 그분들과 같이 방송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런닝맨’에 출연하게 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엄청 질렀다. 캐스팅되고 2주 동안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었지만 괜히 소문났다가 취소될까 봐 가족한테만 얘기했었다. 그 뒤로 ‘무한도전’ ‘해피투게더’에서 불러줬을 때도 정말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나오라고 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너무 겁이 나서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쌓아온 자린데, 방송 한번 잘못 나갔다가 재미없다고 할까 봐 두려웠다. 생방송하던 날에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톱을 다 물어뜯어서 나중에 네일 케어도 받기 힘들었다. 그래도 방송 다음 날 PD님이 “덕분에 시청률 잘나왔다”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한결 자신감을 얻었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이국주는 평균 이상의 큰 몸(키 169cm)을 당당하게 웃음의 소재로 활용한다. 그것도 건강한 웃음으로. 지난해 tvN ‘코미디 빅리그-수상한 가정부’ 코너에서 ‘보성댁’으로 출연해 김보성과 흡사한 외모로 ‘의리의리’를 외쳐 대박을 터트린 이국주는 자신의 인기 상승은 물론이고 김보성에게까지 제2의 전성기를 안겨주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대표 코너는 ‘코미디 빅리그-10년째 연애 중’. 이국주는 남자친구와 연애한 10년 동안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식탐도, 몸무게도 함께 늘어난 여자친구를 연기한다. 시청자들은 ‘이번 주는 어떤 식탐송이 나올까’ 기대하며 이국주가 등장할 차례를 기다린다. 단독 호스트로 출연한 ‘SNL 코리아’ 이국주 편은 3.8%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국주 대세론을 증명했다.
뚱뚱한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됐나.
절대로 즐기는 스타일은 못 된다. 긴장을 워낙 많이 하고 걱정도 많다. ‘코미디 빅리그’ 녹화할 때도 방청객 분위기가 괜찮다 싶으면 저절로 신이 나 오버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늘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주눅 들기도 한다. 타고난 방송인 체질은 아닌 거다. 또 사람들 앞에서는 웃기고 하다가도 집에 들어가면 공허한 마음에 혼자 텔레비전을 켜놓고 울기도 한다(웃음).
그동안 ‘뚱뚱한 여자=추녀’ 캐릭터는 많았지만 미녀임을 내세워 웃음 코드로 삼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뚱뚱이’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 묻는다. 하지만 내 모습이 이런데, 그걸 부정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나. 오랫동안 한 캐릭터를 고수하다 보니 지금의 순간도 온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뚱뚱한 캐릭터를 하는 분들도 각자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귀여운 뚱뚱이, 소심한 뚱뚱이, 건강한 뚱뚱이, 섹시한 뚱뚱이 등등.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대로 드러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면 뚱뚱한 캐릭터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 몸을 인정할 뿐이지, 나도 객관적인 눈이 있다. 하하. 개그우먼이기 이전에 여자고 사람인데, 가끔은 창피하고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들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려고 한다. 솔직히 요즘은 이런 내 몸으로 인기도 얻고 돈도 버니까 내 몸에 더 당당해졌다(웃음). 간혹 살 빼면 예쁠 거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지만, 살이 이 정도까지 안 쪘을 때 얼굴을 내가 안다. 별반 차이 없다.
얼마 전 방송에서 실제로 사귀었던 남자친구 중에 완벽한 외모의 아이돌 준비생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비결이 뭔가.
그 얘긴 자칫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회사에서 이제 그만 얘기하라고 하던데(웃음). 아이돌 준비생과 2년 동안 사귄 건 맞는데, 그 전에도 남자친구를 많이 사귄 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가 전성기였지만. 사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썸’만 타다가 말았다. 제대로 된 연애는 지난해 끝난 게 마지막이다. 연애관 하나는 확실하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랑 사귄다는 거. 이것도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그렇다. 진짜 연애 고수들은 자기한테 다 갖다 바치는 남자들과 사귀더라. 나도 결혼할 때 되면 생각이 바뀌어야 할 텐데….
어려서부터 꾸미는 걸 좋아한 이국주는 일찌감치 진로도 미술 분야로 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미술 입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해 대불대학교(현 세한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방송 데뷔 전에는 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때도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인기 많은 선생님으로 통했다. 처음부터 개그맨이 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꿈은 토크쇼 진행자였지만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개그맨으로 먼저 얼굴을 알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학로 코미디 극단에 들어갔다. 2006년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해 방송에 첫발을 내디뎠다.
복날, 개그, 결혼 모두 쫓기듯 따르기는 싫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8년간의 시간이 견디기 힘들진 않았나.
빨리 떠야겠다는 조바심이 없어서였는지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내 나름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때에 비해 지금이 더 즐겁고 행복한 건 맞지만 당시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작은 배역이지만 꾸준히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디오에 게스트로도 많이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영광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싱글 라이프가 잠깐 공개된 적이 있다. 혼자 사는 게 성향에 잘 맞나?
원래 집도 서울인데 개그맨 되고부터 출퇴근이 불규칙하다 보니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됐다. 혼자 사는 게 편하지만 문득 뼈에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다. 특히 밖에서 워낙 시끌벅적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면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문 열고 들어오기 무섭게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기를 일제히 켠다. 그리고 만화를 본다(웃음). 사실 요즘은 바빠서 만화책을 많이 못 보는데 한때 만화가가 꿈이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다 가지고 있다.
집에서 요리도 잘 해 먹는 것 같던데.
내가 천생 여자다. 요리하는 거 좋아하고, 맛도 꽤 괜찮다. 사람들 불러서 홈 파티하는 걸 참 좋아한다. 술잔도 테킬라, 고량주 잔까지 종류별로 다 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잔치국수에 막걸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사실 우리처럼 덩치 좀 있는 사람들은 워낙 먹는 걸 좋아한다. 날짜 같은 것도 따지지 않는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복날에 삼계탕 먹는 사람들이다. 하루 전날 먹어도 똑같지 않나. 왜 굳이 가장 복잡하고 비싼 날에 먹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삼계탕은 보통 몸이 좀 허약해졌다(?) 싶을 때 먹는다.
이제 곧 서른 살이다. 여자로서, 개그우먼으로서 어떤 30대를 맞고 싶나.
둘 다 중요한 건 쫓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같다. 여자로서는 결혼에, 개그우먼으로서는 일에. 한때는 적어도 서른두 살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즈음의 나이가 돼 보니 모든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더욱이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좋은 남자 만나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오로지 결혼을 목적으로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다. 일 역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묵묵히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더 괜찮은 여자가 돼 있지 않을까.
글·김유림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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