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신!”
이지애(34) 아나운서가 지난해 소속사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주문이다. 상의와 하의의 경계가 한 뼘 정도 되는 크롭 톱 의상에 인조 모까지 붙여 한껏 부풀린 헤어스타일, 그 무게가 얼마일지 궁금한 볼드한 네크리스를 착용한 채 ‘여성동아’ 2월호 표지 촬영에 나선 이유도 ‘전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9년 동안 몸담았던 KBS를 떠나 프리랜서가 된 이지애. 새로운 시작 앞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런 의미에서 2월호 ‘여성동아’의 주제인 ‘Better Beginning’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아이같이 해맑은 표정에 웃을 때 반달이 되는 눈매하며, 독설도 칭찬으로 알아듣게 하는 참한 말투 등만 보자면 그에게 어떤 파격이 허락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KBS 울타리를 떠나 야생의 세계로 입문한 만큼 그 역시 변신의 필요성은 백번 수긍한다. 하지만 한 가지 고집을 부리자면,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는 것. 독하기로 정평 난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해서도 자신과 남편의 별명을 각각 ‘음탕웨이’ ‘몽정근’이라 밝히는 정도에서 마무리한 이유도 그래서다.
“KBS에 있을 때는 친절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는데, 밖에 나와 일하려니까 대부분 처음 하는 얘기가 ‘그건 너무 KBS적이잖아’더라고요.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 한다는 건 저 역시 잘 알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게 나에게 과연 이득일까?’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변하기보다는 서서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보고 싶어요. 사실 ‘마녀사냥’ 출연도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제작진과 전화 통화하는 걸 시어머니께서 듣고는 재밌겠다며 꼭 나가라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시어머니는 남편이 총각일 때 여자친구한테 주라며 망사 팬티를 사주셨을 정도로 개방적인 분이시거든요(웃음).”
지난 1월 중순에는 MBC ‘진짜사나이-여군 편’에 합류해 혹독한 예능 신고식을 치렀다. “초등학생 때부터 군복 입은 아저씨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지애는 대학 시절 군대 가기 싫다는 친구에게 나라 지키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냐고 말했을 정도로 군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아나운서가 되기 전 여군 장교 시험을 준비했다고.
“2005년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장교 시험도 함께 준비했는데, 평소 제 모습을 알던 친구들은 아나운서보다 여군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어요. 체력 테스트와 면접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에 먼저 합격을 하는 바람에 여군과는 인연이 없게 됐죠(웃음).”
2월 봄 개편을 앞두고는 예능 및 쇼·교양 프로그램 진행을 동시에 3개나 맡게 됐다. 방송국 규정상 어떤 프로그램인지 아직 밝히기 어렵다는 그는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라디오 DJ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화장 지우고 민낯으로 보낸 시간들
9년을 꼬박 풀 메이크업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던 그는 퇴사와 동시에 평범한 30대 중반의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민낯과 캐주얼한 복장으로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다녔고(참고로 지난 학기 성적은 전부 A+), 배낭을 둘러메고 친정 부모님과 함께 터키 여행을 떠났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오랜만에 이뤄진 “오리지널 패밀리의 회동”이었다.
“5년 동안 데일리 방송을 했던 터라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결혼하고 한 번도 이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오랜만에 효도한 것 같고 뿌듯하더라고요. 남편도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한가해지니 남편이 바빠져서 요즘도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MBC 아나운서인 남편 김정근(38)은 그가 회사를 그만두자 누구보다 신이 났다. “오늘 지애는 뭐 했대?” 하고 묻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하루 종일 나 퇴근하기만 기다렸대” 하며 자랑하는 말 속에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연애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후 두 사람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휴가를 맞춰 쉰 적이 없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다. 또 과거에는 방송 때문에 늘 긴장한 아내의 모습을 봐야 했다면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남편의 컨디션도 덩달아 ‘맑음’. 이지애가 퇴사를 고민한 몇 가지 배경 중에도 남편을 위한 마음이 포함돼 있다.
“해마다 포괄적인 의미의 목표를 한 가지 세우는데, 2013년의 계획은 ‘회복’이었어요. 2012년 시아버지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셨고, MBC 파업으로 남편은 징계까지 받았거든요. 아버님 발인을 마치자마자 저는 런던 올림픽행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그때 마음이 참 착잡하더라고요. ‘생생정보통’도 3년 정도 진행하느라 남편과 저녁을 함께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내 옆에 있는 가족, 남편을 가장 먼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식당에 가면 저보다 남편을 먼저 알아보고 반찬도 잘 챙겨주시고 해서 기분 좋아요. 요즘 들어 비로소 ‘내가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연애보다 결혼이 좋다!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이지애는 ‘연애 때보다 지금이 좋다’에 한 표 던진다. 자상한 성격에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기꺼이 즐기는 남편과 매사 긍정적이고 집안일을 운동 대신으로 여기는 아내이다 보니 서로 부부 싸움의 단초를 쉬 제공하지 않는다.
“둘 다 너저분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장식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일지언정 방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지는 않아요(웃음). 또 남편이 저보다 애교가 많고 다정한 성격이라 말다툼하고도 금방 풀려요.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은 여전히 연애 중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도 이제 슬슬 2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올해는 아기가 생겨서 집안이 북적북적해졌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쌍둥이? 하하.”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 그는 자연스레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3년 정도 해온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얼마 전에는 요가 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지금은 플라잉 요가 지도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중국어 공부도 조만간 시작할 생각이다.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인데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사실 회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이제야 방송을 조금 알 것 같고 요령도 생겼는데,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돼요. 편안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좀 더 발랄하고 소탈한 의외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 디자인·김석임 기자
■ 헤어·신(h#)
■ 메이크업·해연(h#)
■ 스타일리스트·홍승하
이지애(34) 아나운서가 지난해 소속사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주문이다. 상의와 하의의 경계가 한 뼘 정도 되는 크롭 톱 의상에 인조 모까지 붙여 한껏 부풀린 헤어스타일, 그 무게가 얼마일지 궁금한 볼드한 네크리스를 착용한 채 ‘여성동아’ 2월호 표지 촬영에 나선 이유도 ‘전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9년 동안 몸담았던 KBS를 떠나 프리랜서가 된 이지애. 새로운 시작 앞에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런 의미에서 2월호 ‘여성동아’의 주제인 ‘Better Beginning’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아이같이 해맑은 표정에 웃을 때 반달이 되는 눈매하며, 독설도 칭찬으로 알아듣게 하는 참한 말투 등만 보자면 그에게 어떤 파격이 허락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KBS 울타리를 떠나 야생의 세계로 입문한 만큼 그 역시 변신의 필요성은 백번 수긍한다. 하지만 한 가지 고집을 부리자면,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는 것. 독하기로 정평 난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해서도 자신과 남편의 별명을 각각 ‘음탕웨이’ ‘몽정근’이라 밝히는 정도에서 마무리한 이유도 그래서다.
“KBS에 있을 때는 친절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는데, 밖에 나와 일하려니까 대부분 처음 하는 얘기가 ‘그건 너무 KBS적이잖아’더라고요.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 한다는 건 저 역시 잘 알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게 나에게 과연 이득일까?’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변하기보다는 서서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보고 싶어요. 사실 ‘마녀사냥’ 출연도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제작진과 전화 통화하는 걸 시어머니께서 듣고는 재밌겠다며 꼭 나가라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시어머니는 남편이 총각일 때 여자친구한테 주라며 망사 팬티를 사주셨을 정도로 개방적인 분이시거든요(웃음).”
지난 1월 중순에는 MBC ‘진짜사나이-여군 편’에 합류해 혹독한 예능 신고식을 치렀다. “초등학생 때부터 군복 입은 아저씨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지애는 대학 시절 군대 가기 싫다는 친구에게 나라 지키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냐고 말했을 정도로 군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아나운서가 되기 전 여군 장교 시험을 준비했다고.
“2005년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면서 장교 시험도 함께 준비했는데, 평소 제 모습을 알던 친구들은 아나운서보다 여군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어요. 체력 테스트와 면접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에 먼저 합격을 하는 바람에 여군과는 인연이 없게 됐죠(웃음).”
2월 봄 개편을 앞두고는 예능 및 쇼·교양 프로그램 진행을 동시에 3개나 맡게 됐다. 방송국 규정상 어떤 프로그램인지 아직 밝히기 어렵다는 그는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라디오 DJ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화장 지우고 민낯으로 보낸 시간들
9년을 꼬박 풀 메이크업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던 그는 퇴사와 동시에 평범한 30대 중반의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민낯과 캐주얼한 복장으로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다녔고(참고로 지난 학기 성적은 전부 A+), 배낭을 둘러메고 친정 부모님과 함께 터키 여행을 떠났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오랜만에 이뤄진 “오리지널 패밀리의 회동”이었다.
“5년 동안 데일리 방송을 했던 터라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결혼하고 한 번도 이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오랜만에 효도한 것 같고 뿌듯하더라고요. 남편도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한가해지니 남편이 바빠져서 요즘도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MBC 아나운서인 남편 김정근(38)은 그가 회사를 그만두자 누구보다 신이 났다. “오늘 지애는 뭐 했대?” 하고 묻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하루 종일 나 퇴근하기만 기다렸대” 하며 자랑하는 말 속에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연애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후 두 사람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휴가를 맞춰 쉰 적이 없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다. 또 과거에는 방송 때문에 늘 긴장한 아내의 모습을 봐야 했다면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남편의 컨디션도 덩달아 ‘맑음’. 이지애가 퇴사를 고민한 몇 가지 배경 중에도 남편을 위한 마음이 포함돼 있다.
“해마다 포괄적인 의미의 목표를 한 가지 세우는데, 2013년의 계획은 ‘회복’이었어요. 2012년 시아버지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셨고, MBC 파업으로 남편은 징계까지 받았거든요. 아버님 발인을 마치자마자 저는 런던 올림픽행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그때 마음이 참 착잡하더라고요. ‘생생정보통’도 3년 정도 진행하느라 남편과 저녁을 함께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내 옆에 있는 가족, 남편을 가장 먼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식당에 가면 저보다 남편을 먼저 알아보고 반찬도 잘 챙겨주시고 해서 기분 좋아요. 요즘 들어 비로소 ‘내가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연애보다 결혼이 좋다!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이지애는 ‘연애 때보다 지금이 좋다’에 한 표 던진다. 자상한 성격에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기꺼이 즐기는 남편과 매사 긍정적이고 집안일을 운동 대신으로 여기는 아내이다 보니 서로 부부 싸움의 단초를 쉬 제공하지 않는다.
“둘 다 너저분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장식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일지언정 방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지는 않아요(웃음). 또 남편이 저보다 애교가 많고 다정한 성격이라 말다툼하고도 금방 풀려요.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은 여전히 연애 중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도 이제 슬슬 2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올해는 아기가 생겨서 집안이 북적북적해졌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쌍둥이? 하하.”
대중의 관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 그는 자연스레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3년 정도 해온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얼마 전에는 요가 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지금은 플라잉 요가 지도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중국어 공부도 조만간 시작할 생각이다.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인데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사실 회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이제야 방송을 조금 알 것 같고 요령도 생겼는데,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돼요. 편안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좀 더 발랄하고 소탈한 의외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 디자인·김석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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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리스트·홍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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