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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성민·이한나 부부 Again Sweet Wedding

결혼 1년 만에 웨딩 촬영

글·진혜린 | 사진·유현태(원규스튜디오)

2014. 03. 14

사랑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사소한 눈빛이나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사랑의 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기 마련이니까. 결혼 1주년을 맞은 김성민·이한나 부부도 그랬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이자 김성민의 생일에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진행하며 이들 부부의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다.

김성민·이한나 부부 Again Sweet Wedding
사랑의 종류를 굳이 구분하자면, 배우 김성민(42)과 치과 의사 이한나(46) 원장 부부는 ‘어른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남몰래 서로를 배려하는, 어른스러운 사랑 말이다.

지난해 2월 20일, 만난 지 석 달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이제 1년을 보낸 신혼부부의 사랑이 숙성되는 데는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어울리게 길들여지고도 받기보다 주는 사랑을 하는, 이들 부부의 사랑은 지금도 조금씩 무르익어가고 있다.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요

“여기, 신부가 울어요.”

촬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김성민이 큰 소리로 외친다. 무슨 소린가 의아해하는 사이 이한나 원장의 웃음보가 터졌다. 화보 촬영을 낯설어 할 아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김성민 특유의 분위기 전환용 멘트였을까.



김성민이 참석한 골프 모임을 후원한 인연으로 환자와 의사로 처음 만나 연인으로, 그리고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운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내다. 정확히 1년 전 예물이나 예단, 혼수나 웨딩 촬영 같은 절차는 생략하고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지인 40여 명만 초대해 파티 같은 결혼식을 올렸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지인들에게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원망 섞인 축하를 받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남편은 아내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위해 선택한 작은 결혼식이었다. 성대하진 않아도 부부의 출발을 축복하는 자리로는 오히려 작은 결혼식이라 더 좋았다고 한다. 결혼반지도 맞추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김성민 입장에서 반지만큼은 도저히 생략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한나 원장은 결혼식 직전 김성민이 노래를 부르며 프러포즈를 할 때 끼워준 반지, 진료 장갑 때문에 평소 끼지 못한 반지를 오랜만에 끼고 나왔다. 화려한 반지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한눈에 들어온 터라 결혼반지냐고 묻자 부부가 입을 모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예쁘죠?” 한다.

“이 반지가 그 당시 제가 가진 전부였어요. 더 크고 예쁜 걸 해주고 싶었지만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그때 결혼한다는 소문이 날까 봐 드레스를 가봉할 때도 아내 혼자 들여보내고 저는 차 안에서 기다렸거든요. 심사숙고해 고른 드레스를 신부가 입어볼 때마다 커튼이 열리면 ‘와~’하는 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해봤네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전히 마음껏 드러내놓고 행복한 모습 보여주는 걸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김성민을 바라보는 이 원장의 눈빛이 담담하면서도 애틋하다.

화보 촬영이 성사될 때까지 “성민 씨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던 아내였다. 남편의 걱정도 거의 아내와 관련된 것뿐이더니 부부가 똑 닮았다. 그 어떤 문제를 놓고도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대답을 내놓는 두 사람이다.

“서로 생활 패턴이 다르다 보니까 식사시간이 안 맞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방금 혼자 밥을 먹었는데, 상대방이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혼자 먹는 게 안쓰러워서 안 먹은 척하고 또 먹는 거예요. 어느 순간 보니까 둘이 똑같이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배부르면 배부르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어요(웃음).”(김성민)

한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를 입을 만큼 열이 많은 남편을 위해 창문을 열어 놓는 아내, 한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못 벗는 아내를 위해 보일러 온도를 올리는 남편. 그렇게 1년을 살다 보니 조금씩 타협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덤덤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아까 서로 눈을 마주보는데, 눈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서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았죠. 고마워서. 그래서 장난처럼 소리쳐버린 거예요(웃음). 그렇게 말로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눈빛으로 느껴지는 게 있어서 좋아요. 또 가끔 손을 잡을 때 이 사람의 기분이 느껴지거든요. 그럴 때가 참 좋아요.”(김성민)

인정 많고 따뜻한 부부

김성민·이한나 부부 Again Sweet Wedding
두 사람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눈시울을 붉히며 수줍어하기도 했고, 살포시 감싸안은 손길의 설렘을 들키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하고 과하지 않은 동작으로 남들 몰래 춤도 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아내는 참았던 웃음을 ‘풋’하고 터트릴 수밖에 없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 늘 병원과 집만 오가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매일이 특별한 날 같아요.”

아내는 첫 만남부터 연예인처럼 행동하지 않는 남편에게 반했고,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는 것처럼 매 순간을 재미있게 해주는 지금의 남편이 좋다. 남편은 털털하면서도 눈물 많고 인정 넘치고 마음 여린 아내를 늘 지켜주고 싶다.

“똑같이 웃고 있어도 기분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살짝 달라요. 이제는 대충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진짜 기분이 좋은 거예요(웃음). 겉모습만 보면 아이 같은 면이 많아요. 여자처럼 수다도 많이 떨고. 그런데 사실 속은 깊고 무척 진지해요. 얼마나 말 못할 일들이 많겠어요. 촬영하다 보면 회식도 많고, 사람 만날 일도 많아서 술자리가 잦아도 그러려니 해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거죠.”(이한나)

“결혼할 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제 이름을 부르라고 했어요. 그러면 ‘내가 해결해준다’ 큰소리를 쳤죠. 그래야 저랑 결혼할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제 이름을 불러줘서 다행이에요(웃음). 결혼 전까지는 혼자 타고 달렸다면 이제는 제가 운전하는 자전거 뒷좌석에 아내를 태운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전보다 훨씬 조심히, 신중하게 운전해야죠. ‘딱 1년만 나 사는 거 지켜봐달라’고 했는데,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묵묵히 지켜봐줘서 고맙죠.”(김성민)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장소를 이동하는데, 등 뒤에서 “형님” 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얼굴 가득 분장을 한 채 연극 무대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김성민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포스터 촬영 중이라고 했다. 언젠가 연극 작품을 함께한 후배라며, 한바탕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그게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의상도 갈아입지 않은 채 지갑을 들고 나갔다가 두 손 가득 간식거리를 사 들고 나타났다.

“분명, 쟤네들 지금 배고플 거예요.”

후배들의 함성소리를 등지고 들어오는 그의 얼굴이 밝다. 주머니가 허락하는 한, 자신이 할 수 있어 행복한 일 중 하나다. 기자는 반사적으로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오늘만 한 번이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내 입장에서 한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한나 원장은 “과자 가지고 되겠어? 젊은 친구들인데?”라고 한다. 부창부수다.

김성민·이한나 부부 Again Sweet Wedding


김성민·이한나 부부 Again Sweet Wedding
“제가 더할 것 같죠? 그런데 오히려 제가 하지 말라고 말리는 쪽이에요. 아내는 ‘제가 손해보고 말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데, 사람 사는 데는 정말 정이 많은 여자예요.”

함께한 시간은 짧아도 함께 간직한 이야기는 많다. 아내는 남편의 버라이어티한 생활에 동참하고, 남편은 아내의 규칙적인 생활을 닮아간다. 더욱이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가 화동연우회 극단에서 공연을 할 즈음이었어요. 소속사 위약금으로 계약금의 3배를 물고 나서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 때였는데, 아내가 묻더라고요.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요. 정말 솔직하게 말했어요. 오토바이 기름 좀 꽉 채워봤으면 좋겠다고.”

다시 배우의 이름으로

고작 1년이 흘렀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그가 철없는 둘째 아들 황강호 역으로 출연했던 jtbc 일일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는 1월에서야 1백11회 대장정이 끝이 났다. 최근에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임상훈·박동하·양인준·박태준과 함께 결성한 팝페라 그룹 ‘페도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대중과 눈을 맞추고 있는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

“예전에는 장동건이 되고 싶고, 이병헌이나 배용준처럼 되고 싶어서 위만 바라보던 때가 있었어요. 제 손에 잡고 있는 게 너무도 부족해 보였죠.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넘어져 있을 때 너무 아파서 못 일어나겠는데,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마 그분들도 쉽지만은 않았을 거예요. 그게 너무 감사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해요. 예전에는 특정한 역할을 원했는데, 지금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거든요.”

그는 멋진 남편이었고, 매 순간 유쾌했고, 깍듯하면서도 친근한 남자였지만 그와의 만남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바로 “앞으로 배우 김성민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나?”라는 물음에 답하던 모습이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뭐든지”라고 답했다. 그리고 숨을 한번 들이켜고는 다시금 “뭐든지”라고 반복했다. 절박함을 넘어서는 한 배우의 연기에 대한 구애는 애절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뭐든지 다 하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능 프로그램도 좋고, 영화 출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싶어요.‘페도라’를 통해 노래를 들려드려도 좋겠고, 연극이나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인사드리고도 싶어요. 열심히 하는 배우는 무대 가장자리에 서 있어도 눈에 띄는 법이거든요. 계속 문을 두드리다 보면 누군가는 문을 열어보지 않겠어요?”

밸런타인데이. 김성민이 정성껏 제조한 특별 폭탄주와 포장마차에서 굽는 돼지갈비 냄새에 기분이 알싸해진다. 두 사람의 마음 씀씀이에 동화 됐을까. 인연의 소중함을 아는 두 사람의 어른스러운 사랑이, 어른스러운 마음가짐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의상협찬·더로자

헤어·유지윤(라뷰티코아 도산점), 야노(작은차이)

메이크업·김규리(라뷰티코아 도산점), 오민지(작은차이)

스타일리스트·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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