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숄더 저지 원피스 퍼블리카아틀리에. 큐빅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표지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영락없는 스물한 살의 발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당당하면서도 도회적인 표정은 신인의 미숙함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연습보다 실전에 강한 스타일. 드라마 촬영 때도 카메라 앞에 섰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드라마 첫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는 너무 걱정이 돼서 낮밤이 바뀔 정도로 잠을 못 잤어요. 그러다 막상 현장에 나가서 카메라 앞에 서니까 ‘에라 모르겠다’ 싶은 게 순간 용기가 나더라고요(웃음). 부족한 것투성인데도 다들 격려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요즘 가장 핫한 아역 탤런트 김유정과 대립하는 역할이다 보니 연기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주변인들의 조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주눅 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김상중, 도지원 등 대선배들과 붙는 장면에서는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는 등 연기 속에서 또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심적 부담감이 더욱 컸다.
“저 때문에 촬영의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까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면서 연습했더니 정말로 대본이 너덜너덜해지더라고요(웃음). 선배님들이 사소한 것까지 다 챙겨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카메라 원투스리도 모르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첫 야외 촬영 때 김상중 선배님이 ‘유정아, 눈을 옆으로 살짝 돌리면 카메라 불 들어온 게 보이니까 그때 대사를 하면 돼’ 하고 기본적인 것부터 다 알려주셨어요. 조민기 선배님과는 요즘도 카톡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제가 사진에 관심이 많다고 했더니 언제 한번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하셔서 기대하고 있어요.”
‘에스티로더’ 광고 모델로 연예계 입문
그가 처음 연예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고 나서다. 사춘기 시절 영화 한 편으로 큰 감명을 받은 그는 그날 일기장에 장래 희망으로 시나리오 작가, 미술감독 등 영화와 관련된 직업들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이후 독립영화,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꿈에 가까워지려 노력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싸이월드에 올려져 있던 사진이 현재 소속사인 갤럭시아 커뮤니케이션 최수자 이사의 눈에 띄면서 비로소 길이 열렸다.
“고3 때 교복 차림으로 이사님을 처음 뵈러 갔는데, 여자분이신 데다 저희 엄마처럼 푸근한 인상이셔서 단번에 믿음이 갔어요. 저한테 이런 기회를 주신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제가 막연하게 꿈꾸던 일들이 현실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설레었죠.”
소속사와 계약하고 두 달 만인 2012년 12월, 송유정은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초고속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 에스티로더가 국내에서 TV 광고를 제작한 것도 처음이고 한국 모델을 기용한 것도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화장품 CF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송유정은 이내 또 배우 원빈과 커피 브랜드 T.O.P 광고를 찍었고, 인터넷에서 한가인+박시연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다.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혼혈 또는 성형 의혹을 받은 적도 많다고 한다.
파이핑 장식으로 보디라인을 살린 레이스 원피스 나이스크랍. 볼드 뱅글 케이트앤켈리.
요즘 그는 연기에 갈증이 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는 송유정은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 연기 수업을 받는다. 박근형의 딸이자 연극배우인 박재은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는데 드라마 촬영 때는 송유정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밤새 연습을 시켰을 정도로 그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는다고 한다.
한때 연극영화과 진학을 꿈꿨지만 현재 송유정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다. 최근 연예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지 않고 본업에만 충실하겠다며 입시를 포기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많은데, 송유정 역시 같은 생각이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제대로 연기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에 드라마 촬영하면서 들으니 선배님들 모두 이론과 실전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를 판단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이제 막 현장에 나와 배우는 중이라 이론보다는 실제로 몸으로 부딪쳐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할 생각이에요. 대신 요즘 친구들한테 학교 다니는 얘기는 많이 들어요(웃음).”
무슨 역할이든 열심히 하는 배우 되고 싶어
화려한 외모와 달리 성격은 털털하고 씩씩하다. 학창 시절 반장을 여러 번 맡았을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고등학교 진학 무렵에는 그와 다르게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의 오빠를 위해 일부러 오빠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지원하기도 했다. 여동생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오빠의 어깨가 으쓱해질 거라는 계산이었다. 입학 후 그는 수시로 오빠 교실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그를 보려고 남학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동생이 돼서 그 정도도 못하겠어요. 하하. 그렇다고 제가 공주병이 있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셨으면 해요(웃음).”
실제로 그가 요즘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예인 병’이다. 신인이라 아직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친구나 가족들을 대할 때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쑥스럽다”며 웃었다.
“처음 드라마에 나오니까 친구들이 무척 신기해하더라고요. 연예인 준비한다고 하더니 정말 TV에 나온다면서요. 하지만 누구에게든 ‘변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직업이 연기자일 뿐 저는 그대로거든요. 사실 일이 없을 때는 백수나 마찬가지잖아요(웃음). 요즘도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녀요.”
요즘 그는 차기작을 고르면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도 하고, 영화감상과 독서, 여행 등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미대 진학을 준비했을 정도로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데, 언젠가는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봉사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종교 단체나 기관을 통하지 않고 그가 개별적으로 후원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언젠가는 이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손도 잡아주고 얘기도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또 그러면서 느낀 감상과 풍경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생각이다. 그는 “이사님께 봉사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하면서 직접 나서 일을 추진해주기로 하셨다. 너무 말만 앞서는 게 아닌가 걱정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능력이 닿는 수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연기자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뭐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역량은 부족하면서 크고 화려한 것만 찾는다면 오랫동안 연기하기 힘들 것 같아요. 전 정말 연기가 좋아요.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재목이 되고 싶어요.”
■ 사진ㆍ이은재(INC STUDIO)
■ 헤어ㆍ백흥권
■ 메이크업ㆍ박이화
■ 스타일리스트ㆍ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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