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37)는 배우라는 이름 대신 손태영의 남편이나, 룩희 아빠라고 불러도 전혀 기분 나빠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하는 듯하다. 이렇게 가정을 생각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니….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배우 그리고 손태영의 남편이자 룩희 아빠인 권상우를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내가 ‘야왕’에 출연해준 답례로 ‘최고다 이순신’ 출연하고 싶어
권상우는 ‘야왕’에서 자신을 배신한 여자에게 복수하는 안타까운 남자 하류를 연기했다. 결국 복수는 성공했지만 통쾌하진 않다. 여자를 향한 남자의 순애보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1인2역에도 도전했다. 드라마를 끝낸 지금 그는 “솔직히 말해 아쉬움이 무척 크다”고 했다.
“‘복수를 왜 시원하게 하지 못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복수 드라마라기보다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애증이 있는 두 사람이 많이 부딪치길 바랐는데 그런 게 별로 없었죠. 형 차재웅을 연기하지만 하류가 보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의심을 받고 줄타기하는 모습들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아쉬워요.”
사실 1인2역이라는 것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한다. 마지막 회는 방영되던 날 밤 9시 20분까지 찍었다. 방송은 10시인데 30분 남짓 남겨놓은 시간까지 강행군을 했다. 집에 돌아와 중간부터 최종회를 시청했다. ‘쪽대본’의 폐해다. 그는 자신의 팬카페에 “요즘은 하류가 진짜 하류가 된 것 같아요. 연기하기도…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대본이 잘 나오길 바랄 뿐이고”라는 글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찍고 내보내는 거였으니 아쉬웠죠. 하지만 그뿐이에요. 배우들이 PD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선을 넘어 참견을 하면 보기에 안 좋더라고요. 각자 고유 권한이 있는데 그걸 지켜주는 게 기본 예의라고 생각해요. 사실 드라마가 잘된 건 작가의 힘인 거죠.”
권상우는 함께 연기했던 수애에 대해서도 “하지원, 김하늘, 손예진, 고현정, 김희애, 송혜교, 전지현 등 자기 이름을 내걸고 어떤 작품을 했을 때 잘할 수 있는 몇몇 톱 배우 중 한 명인 것 같다”며 “촬영 중 수애가 미웠던 적이 많았다. 극악한 캐릭터를 표정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에서 나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걸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에는 그의 아내 손태영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하류가 일하는 호스트바에 손님으로 출연한 손태영은 노래를 부르는 권상우에게 “너 우리 남편이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나가”라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날 현장도 재미있었고, 스태프도 즐거워했지만 사실 저와 아내는 많이 민망했어요. 저희는 연애할 때부터 결혼해서까지 노래방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러고 있으려니 어색하더라고요. 어쨌든 답례(?)로 아내가 출연 중인 KBS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출연할 뜻이 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내의 연기 활동에 대해서는 별로 터치하는 편은 아니고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이야기가 더 많아요. ‘예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죠. 아내와 결혼한 지 5년이 됐는데 지금도 마주 보고 있으면 그냥 좋아요(웃음). 이 기분이 10년, 20년이 지나도 그대로였으면 좋겠는데 지금 생각으론 그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1 권상우 부부는 공식석상에 아들 룩희를 동반하는 걸 은근히 즐긴다. 2 룩희 돌잔치 때의 행복한 모습.
근거 없는 소문, 시간이 해결해줄 것
이야기만 들어도 깨소금 냄새가 폴폴 풍긴다. 권상우·손태영 부부가 꾸민 러브하우스의 화룡점정은 아들 룩희(4). 권상우는 “룩희야, 사랑해”를, 룩희는 “아빠, 사랑해”를 입에 달고 산다. 권상우는 아침에 촬영 나갈 때,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올 때, 심지어 아이가 자고 있을 때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애정 표현을 한다. 과한 것 같다고? ‘아니 왜? 이렇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권상우의 속마음이다.
그는 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MBC의 ‘아빠! 어디가?’를 언급하며 “얼마 전에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마 룩희가 출연한다면 인기 만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던데, 권상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총각 때도 아이를 좋아했지만 그때는 잠깐 안아주고 귀여워했던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제 아이는 정말 예뻐요. 더군다나 룩희는 정말 키우기 편한 스타일이에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떼도 많이 안 쓰고 의젓한 편이거든요(웃음).”
권상우는 ‘야왕’ 촬영으로 닷새를 밤새고 집에 들어갔을 때도, 새벽 3~4시에 들어갔을 때도 아이부터 챙기기에 바빴다. 몸이 피곤해도 다음 날 유치원에 직접 데려다 주고, 데려오려고 노력한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웃었다. 힘들 것 같은데 “전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나 아버지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어릴 적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을 뿐이에요. 룩희와 편안하게, 사랑해주고 살아가는 거죠(웃음).”
촬영으로 스케줄이 바쁘면 어쩔 수 없이 아내 손태영이 육아를 전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아내도 당연하게 생각할 텐데 그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룩희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잘 크는 것도 모두 아내 덕분이에요. 그럼 또 저는 ‘결혼하길 잘했다’ 그런 생각을 혼자 하죠. 아내도 저에 대해서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사실 남자들은 옷 한 벌 사기 어렵죠. 어느 순간 발부터 머리끝까지 아내가 사주는 것을 입고 있더라고요. 그런 소소한 즐거움도 있죠. 또 아무래도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요.”
2011년 야구장 데이트에 나선 권상우·손태영 부부의 모습.
룩희는 얼마 전부터 엄마, 아빠가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아이가 커갈수록 권상우 부부가 아이 교육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는다.
“룩희가 ‘야왕’ 초반에 ‘아빠, 저 TV에 어떻게 들어갔어? 여기는 어떻게 왔어?’라고 말했는데 무척 귀여웠어요. 이제는 아빠가 배우라는 사실도 알고, 왜 TV에 나오는지도 다 이해하죠. 이제는 드라마를 보고 슬픈 장면에선 울기도 하더라고요. 커서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권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저는 걱정 없이 자기 일에 만족하며 건강하게만 살면 좋겠어요. 다른 부모들처럼 학원을 몇 개씩 보내고 하는 그런 건 못할 것 같아요. 아내도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룩희의 얼굴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유명세를 치르지는 않을까. 권상우는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는 연예인들이 있는데 그건 자기들 생각 같다”며 “아이가 ‘아빠 저기 백화점 가서 뭐 사줘!’ 하는데 ‘사람들이 쳐다보니 안 돼!’ 할 수는 없다. 그것 하나도 아이에겐 소중한 추억일 수 있다”고 했다.
“저는 룩희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놀이공원에 놀러 간 적도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불편했지만 그건 제 입장이고, 아이는 어디든 부모와 함께 가는 게 좋죠. 솔직히 아이가 진짜 예뻐서 같이 돌아다니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어요(웃음). 룩희가 할리우드의 수리도 아니고요. 또 제가 톰 크루즈처럼 그렇게 영향력 있는 배우도 아니잖아요(웃음).”
권상우의 절친 송승헌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유일한 친구가 권상우”라며 은근히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권상우는 “결혼 안 한 동료들에게 룩희 사진을 가끔 보여주면 부러워하긴 한다. 정우성 선배한테도 아이 사진을 보여줬는데 내 느낌에 진짜 부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웃었다.
“송승헌, 정우성 선배는 오랜 시간 혼자 살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손태영이란 사람을 못 만나 지금까지 총각이었다면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게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죠.”
이같이 금실 좋은 부부를 시샘이라도 하듯, 세간에는 권상우 부부를 둘러싼 루머가 많이 돌아다녔다. 부부는 이 때문에 적잖이 맘고생을 하다가 2009년 사이버수사대에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달라고 의뢰한 적도 있다. 그런데 범인을 잡고 보니 어린아이였다. 권상우는 처벌하지 않고 사과만 받았다. “인터넷 댓글을 못 달게 하거나 실명제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보면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됐다. 또 요즘 흔히 말하는 증권가 정보지에 대해서도 “나한테도 ‘찌라시’가 오는데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더라. 일단 그리 믿을 만한 건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은 남들이 뭐라든 우리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신혼 초엔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당사자들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거라고 봐요.”
아들과 아내밖에 모르는 팔불출 남편, 스스로 대견해
인터뷰 말미, 그는 휴대전화에 담긴 룩희 사진을 짠 하고 꺼내 보여줬다. “사진으로 보니 진짜 예쁘죠?”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아이를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았을까? 원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이렇게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건지라는 생각까지 든다. 사진 속 룩희는 아빠가 ‘아들 바보’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많이 자란 모습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사진을 또 한 번 쳐다보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권상우는 정말 ‘아들 바보’다.
“룩희가 외로워하는 것 같아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어요.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딸이면 좋겠어요. 딸 낳으면 정말 퍼펙트(완벽)한 건데…. 그런데 왠지 기분이 아들일 것 같아요. 물론 아들 낳아도 상관없어요. 아들 낳으면 나중에 또 든든할 것 같아요. 하지만 딸을 낳으면 제 편이 생길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아들은 엄마 편이니까요(웃음).”
드라마를 끝냈으니 외국에 나가 휴식도 취할 법한데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내가 촬영을 해야 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총각 때 같았으면 벌써 어디로 떠났을 텐데 지금은 아니에요. 결혼한 뒤로는 아내와 함께가 아니라면 절대 여행을 가지 않죠. 시간이 나면 호주에 집이 있으니 며칠이라도 같이 가서 쉬려고 하는데 아직 스케줄 잡기가 힘들어요. 솔직히 이런 남편이 어디 있어요? 요즘 다들 혼자 나가잖아요. 이상하게 볼 수 있는데 저는 이게 자랑스러워요.”
앞으로 두 달 정도 쉬면서 차기작을 고민할 것이라는 권상우는 “어떤 특정한 것을 정해놓고 고르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또 내가 원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에 맞게 주어진 작품을 보고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룩희를 위해서라면 작품에서 ‘울트라맨’ 역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여 ‘아들 바보’임을 또다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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