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서바이벌 오디션에는 스타가 있다. 뛰어난 외모든 엄청난 실력이든 무언가로 주목받으면 그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간판은 그 인물이 된다. 올해 4월부터 방송 중인 국내 최대 요리 서바이벌 오디션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의 최대 스타는 일반인 도전자가 아닌 심사위원이었다. ‘마셰코’는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인기를 얻은 영국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포맷을 사들여 만든 한국 버전. 3억원의 우승 상금을 놓고 한국의 ‘식문화 아이콘’이 될 아마추어 요리사를 찾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개성 강한 참가자와 긴장감 넘치는 심사,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으로 눈이 즐거운 오디션이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심사위원 강레오(36)는 탁월한 실력만큼이나 훈훈한 외모와 야누스적 매력으로 인기의 정점에 섰다.
세계적 레스토랑 두바이 런던 스케치 피에르 가니에르 수셰프, 런던 고든 램지 헤드 셰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강레오. 그는 프렌치 요리의 대가인 피에르 코프만, 장 조지, 고든 램지 등 세계적인 셰프 밑에서 수학한 정통파다. 현재 양식 레스토랑 ‘마카로니 마켓’의 총괄 셰프로 있다. 첫 방송에서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도전자들을 심사하던 그는 심사할 때는 냉철하고 거침없지만, 탈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포옹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진짜 남자다.
언제나 이런 남자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마셰코’의 ‘장금이 아줌마’ 하정숙 도전자는 미혼인 그에게 중매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씨의 “장가갔느냐”는 기습 질문에 당황한 강 셰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사위 삼을 수도 있다, 내 딸은 스튜어디스”라는 말에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을 붉혀 모두를 폭소케 했다.
예비신부 박선주 요리 실력은 수준급
가수 박선주
안타깝게도 강 셰프는 조만간 ‘품절남’이 된다. 5월 25일 ‘마셰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여자 친구가 있다”고 당당하게 밝힌 그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것. 더욱이 예비 신부가 연상인 가수 박선주(41)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1989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귀로’로 은상을 받으며 가요계 입문한 박선주는 가수 윤미래, 보아, 슈퍼주니어 규현 등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도 유명하다. 특히 ‘귀로’는 가수 나얼이 리메이크하면서 재평가 받은 명곡으로 꼽힌다. Mnet ‘슈퍼스타K2’ ‘보이스코리아’에서 보컬 트레이너로도 활동했다. ‘마셰코’ 론칭 행사에 참석한 박선주는 강레오의 발성을 교정해주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매주 ‘마셰코’를 챙겨본다”라며 “(강레오가) 방송에 대한 감이 있고 개그 순발력도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강 셰프는 6월 8일 ‘마셰코’ 홈페이지에 결혼에 대한 글을 직접 남겼다. 그는 “마셰코를 통해 요리사로서 과분할 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늘 감사하다”라며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돼 올해는 결코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적었다. 전날에는 박선주가 소속사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지금껏 음악만 알고 사느라 사랑하는 법도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도 몰랐다”라고 밝혔다. 또한 “늦게 만난 인연이기에 많은 것을 배우고 아내로서 성심을 다해 내조할 것”이라며 결혼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6월 20일 이태원 ‘마카로니 마켓’에서 강 셰프를 만났다. 7월 영국 런던에 오픈하는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비비고’ 총괄 셰프가 돼 업무와 결혼 준비를 병행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결혼 관련 기사가 났을 때) 영국에 있었는데 새벽 2시에 전화가 와 자다 깨서 정신없이 받았어요. 다음날 6시까지 서울에서 계속 전화가 와서 잠을 하나도 못 잤어요. 이렇게까지 많이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노희영 고문(‘마셰코’ 심사위원) 말대로 정말 올해 대운이 터졌나 봅니다. 굉장히 행복해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일절 하지 않는 강 셰프지만 매출 상승으로 갑작스러운 유명세를 실감하고 있다고.
“‘마셰코’ 작가가 제 뒷모습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옷은 제가 맞는데 요즘 살이 많이 쪄서 확실하게 저인지는 모르겠고요(웃음). 다들 알아보시니까 어디 음식점에 가서 서비스가 안 좋고 맛이 없어도 말을 잘 못하겠어요. 욕먹을까봐 맛없어도 꾸역꾸역 먹고 나오는 편이에요. 대신 마카로니 마켓의 매출은 굉장히 많이 올랐고요. 예상보다 많아서 전 직원에게 보너스가 나갔어요.”
강 셰프는 지난해 초 박선주와 지인의 생일파티에서 만나 8월 연인으로 발전했다. 올해 초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조용히 결혼을 준비해왔다.
“평소에도 박선주 씨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생각보다 따뜻하고 배려 많이 해주고 자상한 성격인데, 방송에서 노래를 가르칠 때는 무섭게 하더라고요. 저도 키친에서는 성격 장난 아니거든요(웃음). 그런 점도 닮았고 대화가 굉장히 잘 통해요. 여행도 좋아해서 계획 없이 여행을 많이 가는 편이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받아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결혼하게 된다면 당신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박선주가 말한 바로는 그는 “사랑과 존경, 배려와 믿음,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곁에서 가르쳐주는 친구이자 연인 같은 소중한 사람”이다. 예비 신부의 요리 실력에 대해 은근슬쩍 물어보자 “식당을 해도 먹고살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몸에 열이 많아서 매운 걸 잘 못 먹어요. 한번은 박선주 씨가 간장 소스로 닭볶음탕을 만들었는데 먹고 깜짝 놀랐어요.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그런 맛을 내는 것은 굉장한 실력이거든요. 다음 ‘마셰코’ 시즌 2에 꼭 나와 달라고 했더니, 저더러 (당신도) ‘보이스 코리아’에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생각 중이에요. 하하. 농담이고요.”
1 냉철한 심사평과 훈훈한 외모로 ‘마셰코’의 간판으로 떠오른 강레오 셰프. 2‘마셰코’는 3억원의 우승 상금을 걸고 ‘식문화 아이콘’이 될 아마추어 요리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3‘마셰코’에는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과 개성 강한 도전자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평소엔 자상하다가도 일할 땐 돌변
모두에게 인정받는 셰프가 됐지만, 그가 처음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뜻밖에 단순했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요리밖에 없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바닥이라 더 떨어질 곳이 없었어요. 호텔에서 일하든 중국집에서 일하든 주방장인 거였죠. (앞으로 직업의 가치가) 올라가면 올라가지 떨어지지는 않겠더라고요. 외국에서 예술가로서 음식으로 아트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요리사를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죠.”
‘마셰코’에서 칼과 프라이팬이라는 무기를 든 도전자들은 매주 주어지는 미션을 ‘클리어’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요리 인생에도 ‘최악의 미션’이 있었을까. 강 셰프는 유럽에서의 ‘게임 시즌’을 떠올렸다. 게임 시즌은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사냥이 허가되는 시기로 사냥을 통해 포획한 야생동물이 다양하게 조리돼 테이블에 오른다. 셰프의 손이 평소보다 몇 배로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 나오는 재료들이 엄청나요. 새, 산토끼, 사슴, 멧돼지 등 12가지쯤 되는 재료가 메뉴로 오르거든요. 내장을 빼고 돼지기름으로 새 고기가 흐트러지지 않게 굽고 뼈로는 육수를 내죠. 게임 시즌용 메뉴가 더 추가되니까 그 기간에는 하루에 4시간도 못 자요. 프라이팬을 잡지 못할 정도로 손끝이 갈라지고 피가 나기도 했죠. 한 번은 비몽사몽간에 요리하다 뼈 때리는 칼로 손바닥을 쳐서 꿰맨 적도 있고요. 한국 나이로 25세 때 그런 시즌을 두 번이나 거쳤거든요. 이후부턴 어디를 가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어요.”
그는 “한국의 키친이 굉장히 가족적인 느낌이라면 유럽의 키친은 군대만큼이나 힘들었다”고 했다.
“유럽에서 일할 때는 낙오자는 버리고 가는 시스템이라 서열이 한국보다도 더 확실했죠. 외국의 미슐랭 스타(프랑스 미슐랭사에서 발간한 여행·식당 전문안내서 ‘미슐랭가이드’에서 매기는 별점)를 받은 레스토랑으로 제가 10명 이상을 보냈는데 70~80%는 한국으로 도망쳤어요. 한국은 유니폼과 조리 기구를 다 주지만 유럽에서는 자기 옷과 모자, 신발을 착용하고 자기 칼을 쓰거든요. 쉬는 날은 거의 옷 빨고 다림질하느라 정신없었죠.”
‘마셰코’와 ‘마셰코-1백일간의 이야기’라는 뒷얘기를 다룬 프로그램에서 그의 모습은 ‘버럭’과 ‘자상’을 오간다. 카메라가 꺼진 뒤 진짜 모습은 어떨까.
“ ‘ 악마의 편집’은 아니고요, 지인들도 ‘성격대로 나왔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남을 배려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을 하면 어쩔 수 없어요.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를 내도 존댓말을 쓰잖아요. 굉장히 순화한 거거든요(웃음). 화가 났는데 어떻게 존댓말이 나와요. 사실은 멱살 잡고 싶은 상황인데, 아마 키친이었으면 끌고 나갔겠죠. 아마추어들을 프로페셔널 다루듯 하면 요리에 대한 환상이나 꿈이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을 프로그램 초기부터 했었죠.”
도전자들이 만든 요리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김혜숙 도전자의 ‘대구 가지 꼬치구이’.
“서바이벌 게임이다보니 그분이 연세가 있고 체력이 안 받쳐줘서 떨어졌는데, 그런 음식 정도는 돼야 1등이라고 생각했어요. 요리는 순간순간 만드는 거라서 창의력과 조리 스피드, 체력이 중요하거든요. 젊은 분 중에서 그런 정도의 깊은 맛을 구현한 분이 없었어요. 유동율 씨의 ‘콩나물 육수 육개장’ 맛을 보고는 너무 놀라서 ‘타짜’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요리를 프로페셔널하게 해본 것도 아니면서 그 정도 요리를 만들었다는 건 재능이 있다는 거고, 돈 받고 팔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종종 돌발상황도 생긴다. ‘심사위원을 도저히 못 해먹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방송 출연이 목적이 아니라 요리를 사랑해서 나온 게 충분히 보이거든요. 너무 절실해서 울면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분도 있고, 팀이 지는 바람에 한 명이 떠나는 걸 가슴 아파하는 도전자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제가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죠. 짜인 포맷이 그랬고, 1명만 뽑는 거라 어쩔 수 없었지만요.”
수없이 많은 음식을 만들고 맛보고 평가하기에 입맛이 까다로울 것 같았다. 그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고 했다. “어떤 날은 냉면이 당기고, 어떤 날은 고기 자체의 피 맛이 진한 소 갈비뼈 바깥 살이 당긴다”는 강 셰프는 “술 많이 먹은 다음 날에 특히 그렇다”며 씩 웃었다.
한식으로 미슐랭 스타 받는 게 목표
강 셰프는 언젠가 한국 요리를 베이스로 런던에 레스토랑을 낼 생각이라고 한다. 미슐랭 스타를 받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차리는 것이 목표.
“한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음식에 대한 이해도는 누구보다 빠르다고 생각해요. ‘마셰코’를 통해 요리 연구가 한복려 선생님을 만나며 한식에 새롭게 눈을 떴죠. 선생님도 ‘네가 한식을 세계에 알려라’라고 하셨어요. 유럽에서 보고 배운 것과 한식을 조화롭게 만들 생각으로 머릿속에 40여 개의 메뉴를 구상 중이에요.”
강 셰프는 가수 박선주와 6월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더 라움에서 양가 부모와 친척,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린다. 축가는 바비킴, 김범수, 신승훈, 거미 등이 부른다. 강 셰프는 “평소 좋아하던 버스커 버스커에게도 축가를 부탁했다”라며 “결혼식이 꼭 콘서트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별도의 신혼여행 없이 7월 초 동반 출국해 당분간 영국 런던에서 신혼생활을 할 계획이다. 강 셰프가 직접 썼듯이 결혼 후에도 ‘요리사로서의 자부심을 품고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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