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오직 그대만’까지 소지섭(35)은 데뷔 이래 우울한 과거를 지닌 남자를 주로 연기했다. 작품 역시 일반인보다 마니아들에게 더 사랑받은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파라기보다는 캐릭터가 강한 배우다.
소지섭이 2010년 드라마 ‘로드넘버원’ 이후 2년 만에 SBS ‘유령’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유령’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배경으로, 2011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 ‘싸인’을 쓴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다. 소지섭은 이 드라마에서 사이버수사대 수사 1팀장인 김우현 역을 맡았다. 우현은 천재 해커 하데스를 쫓던 중 하데스가 자신의 친구 기영임을 알아냈으나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현재 소지섭이 연기하는 인물은 페이스오프를 통해 우현이 된 기영이다. 우현의 얼굴을 한 기영은 숨겨진 진실을 밝혀낸다.
6월 11일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소지섭이 등장했다. 명동에서 막 촬영을 마치고 일산까지 달려온 터라 다른 배우들에 비해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가 앉자마자 사회자가 인사를 요청하니 “잠시만요!” 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그는 “빡빡한 촬영 일정만큼이나 캐릭터도 만만찮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색과 극 중 캐릭터에 차이가 있어 어색하지만 적응하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카인과 아벨’ 이후 현장 분위기의 중요성 깨달아
소지섭이 냉혹한 엘리트 역을 맡은 것은 오랜만이다. 아니, 10년 전 드라마 ‘로펌’에서 변호사 역을 맡았던 것이 유일하다. 사이버수사대라는 배경도 생소해서 매번 공부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드라마 적응기는 이미 끝난 듯하다. 그는 복잡한 극의 전개를 탄탄히 잡아주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전에는 몰랐던 부분들을 배우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번 드라마처럼 반전에 반전이 계속되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대본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랄 정도죠. 게다가 저도 모르는 아들이 있더라고요. 아빠 역은 처음입니다(웃음).”
소지섭은 최근 ‘유령’ 동료들과 스태프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성격은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요 근래 주인공을 몇 번 하다 보니 전에는 현장에서 몰랐던 부분이 하나씩 보이더라고요. 주인공이 인상을 쓰면 현장 분위기가 주인공을 따라가요. ‘카인과 아벨’ 하면서 그걸 깨닫고 어색하지만 말도 많이 하고 분위기 띄우려고 노력해요. 사람들도 제 모습에 즐거워하죠. 대신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니 저는 좀 힘들죠(웃음). 제 작은 움직임으로 촬영장 분위기가 밝아지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배우 소지섭. 연기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함께 여물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점점 남성의 원숙미가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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