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4일, 각종 일간지 1면에는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만찬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에는 두 주인공 외에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남자가 한 사람 등장한다. 청와대 의전팀 소속 행정관으로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 내내 동행하며 통역을 담당한 김일범씨(38)다. 그는 탤런트 박선영(35)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03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7년 열애 끝에 지난해 5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김씨는 싱가포르·덴마크 대사와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김세택씨의 차남. 형인 동범씨는 구두회 예스코(전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사위다. 김일범씨는 연세대 정외과 4학년 때인 1999년 외무고시 2부 수석으로 외교통상부에 입부했다.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국제연합기구 유엔본부에서도 활동했으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통역도 맡았었다. 김씨가 유엔에서 근무할 때는 박선영이 미국을 오갔고, 한국에 머물 때는 김씨가 직접 드라마 촬영장을 방문해 박선영을 응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선영은 결혼 당시 남편에 대해 “소탈하고 성실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미국 의회에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과를 기점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심장부와 같은 펜타곤을 방문했다. 김일범씨의 어머니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들이 그런 순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자랑스러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그는 “아들이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결혼 반대했지만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스러운 며느리
1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외신기자 회견 때 통역을 맡았던 김일범씨. 2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 방미 일정을 수행,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찬 통역도 맡았다.
김일범씨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무엇보다 부모의 영향이 크다. 통역은 외국어 못지않게 한국어 실력도 중요하다. 김 전 대사 부부는 외국에 체류할 때도 아이들을 한국인 학교에 보내고 집안에서는 꼭 우리말을 썼으며 한국에서 가져간 책을 읽도록 했다. 김씨에게 외교관의 길을 권한 것도 어머니였다. 군 제대를 앞둔 아들이 장래를 고민하고 있을 때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라며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했고 아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김씨는 외무고시 준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합격했다. 김씨 어머니는 “시험에 붙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수석까지 차지해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녀야 하고, 때로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일도 잦아 자녀 교육 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배우자의 내조와 이해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김씨 어머니는 처음엔 연예인 며느리를 썩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관 아내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하고 외국 사절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도 해야 하고, 외국어도 배워야 하고요. 일하느라고 바쁜 연예인 며느리가 그런 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아들이 꼭 그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라고요(웃음).”
아들의 의지가 확고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니 박선영의 장점이 점차 눈에 들어오더란다. 그래서 결혼을 허락했는데 막상 며느리로 맞고 보니 기대 이상으로 흡족하다고 한다.
“얼마 전 며느리가 ‘어머니, 저희 집에 식사하시러 오세요’라고 해서 가봤더니 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테이블 세팅까지 깔끔하게 잘 해놓았더라고요. 시어머니들은 보통 ‘며느리가 뭐 잘못한 게 없는지’ 흠부터 찾기 마련인데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더군요. 요리도 배우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야무지고 남편에게도 잘하려 애쓰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예뻐 보여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우리 아들이 색시 하나는 정말 잘 얻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김 전 대사는 제주 출신으로 고향 관련 일에 무척 헌신적이라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박선영은 ‘세계7대자연경관 제주’ 범국민추진위원회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 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지금처럼 겸손하게 열심히 살면서 빨리 아이도 낳아 다복한 가정을 일구길 기도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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