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이수만 프로듀서가 말하는 성공 전략

한류는 어떻게 세계인을 사로잡았을까

글&사진·강수진

2011. 07. 15

SM타운 파리 공연에서 1만4천여 명의 관객 중 98% 이상이 유럽인이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팬들은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며 흥분했다. 한류는 어떻게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강타할 수 있었을까?

이수만 프로듀서가 말하는 성공 전략

‘SM타운 작곡가 및 음악 배급사 회의’에 참석한 이수만(오른쪽).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한류의 배경으로 유튜브와 트위터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설립자 이수만 프로듀서(59)는 소속 가수들의 해외 성공 비결이 SM이 축적해온 내부 제작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듀서는 파리 공연을 마친 직후인 6월11일 개최된 ‘SM타운 작곡가 및 음악 배급자 회의’에 참석해 SM 가수와 음악이 아시아 남미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팬을 양산할 수 있었던 배경을 장시간에 걸쳐 분석했다.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의 대중가요가 ‘한류’라는 고유명사를 퍼뜨릴 정도로 붐을 만들었는데, 그 비밀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그는 이윽고 영상 두 편을 소개했다. 동방신기의 노래 ‘왜(Keep your head down)’가 흘러나오는 뮤직비디오였다. 두 편의 영상은 다양한 악기에서 비롯된 소리와 안무 장면이 모두 동일했지만, 사운드의 질감 측면에선 확연히 구분됐다. 전자보다 후자에서 생동감이 넘쳤다. 이 프로듀서는 “앞의 영상에는 브루스 리(이소룡)가 무술을 할 때 나오는 듯한 특수음향이 빠져 있다”며 두 영상이 갖는 결정적 차이를 설명했다. 무술 동작 시에 나오는 ‘훅 훅’ 하는 소리의 유무가 사뭇 다른 결과를 빚어낸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는 ‘CT(Culture Technology·문화 기술)’를 바탕으로 제작된 SM만의 독특한 음악 기법이다. 이 프로듀서는 CT에 대해 “14년 전 그룹 HOT를 해외로 진출시킬 무렵 당시 유행하던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 기술)’와 구분하려고 자체적으로 만든 용어”라며 “IT 다음으로 CT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감하고 꾸준히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CT는 대중문화 상품의 생산이 단순한 감(感)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쌓아온 체계화된 자료를 기술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멤버는 홀수, 댄스만 고집…SM 제작 전반에 수많은 가이드라인 있어
이 프로듀서는 “SM 소속 팀들은 무슨 연유로 한결같이 3, 5, 7 등 홀수 멤버로 구성되는지, 왜 팀 이름을 ‘동방에서 신이 일어난다’는 이상한 뜻의 동방신기로 지었는지, SM은 왜 댄스 장르만을 고집하는지 궁금할 것”이라며 “이 다양한 질문의 해답이 바로 CT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팀 멤버를 홀수로 구성하는 까닭 등은 끝내 시원스레 밝히지 않았다. 일종의 기업 비밀에 해당했다. 그는 “CT를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활용해온 회사가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말했다. “우리에겐 제작 전반에 수많은 가이드라인이 존재합니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은 꼭 특정한 방식에 따르고, 안무를 보이는 장면에선 반드시 풀 샷으로 처리하는 이유도 따로 있습니다. CT는 IT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이죠. 우리는 작고 섬세한 것조차 체계화돼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음악 차트를 면밀히 분석하며 반 걸음 앞선 트렌드를 개발해내는 일도 CT의 범주에 든다. 그는 캐스팅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엄정한 트레이닝 시스템도 한류의 주된 배경으로 이해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시절 “내 꿈은 가수”라고 말하며 춤을 추는 오디션 장면이 흘러나왔다. 이 프로듀서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치는 투박한 원석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며 “캐스팅 부서 직원은 초등학교 교문은 물론 해외 곳곳을 간다”고 말했다. 또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간 춤, 노래, 연기, 어학 등을 익힌 뒤에야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트레이닝 시스템(‘올 인 하우스 트레이닝 시스템’)도 유효했다”고 덧붙였다.이 프로듀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류가 발생한 지역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점차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도 각별히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미국에 이어 중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이런 환경 변화에 대비해 우리 역시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슈퍼주니어M과 f(x)에 중국인 멤버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자신이 계획하는 3단계 한류 발전을 이렇게 설명했다.“우선 직접적인 진출, 그다음은 현지와의 협업, 또 그다음은 현지 합작 등을 통해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메이드 인’이 아니라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한 ‘메이드 바이’가 요체가 될 겁니다.” 이날 이 프로듀서는 “다음에는 화성에서 만납시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끝으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70여 명의 참석자들로부터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