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닮았다고들 해요. 제 새끼니까 예쁘죠. 아직은 핏덩이니까 낮밤이 바뀌어 울어대는데, 백일 지나면 좀 수월해지지 않겠어요?”
영화 ‘해결사’ 개봉을 앞두고 모처럼 한가한 설경구(42)는 요즘 지난 8월 아들을 출산한 아내 송윤아(37)를 위한 외조에 한창이다. 인터뷰 당일도 산후조리원에서 ‘출근’했다고 한다. 직설적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그는 자식 얘기에는 더없이 약해지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결혼생활,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설경구와 송윤아는 지난해 5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발표 기자회견에서 설경구는 송윤아를 아내로 맞는 것에 대해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꽤 오랫동안 장안에 화제가 됐다. 어렵게 맺어진 커플인 만큼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은 극진하다. 설경구는 결혼 전부터 인터뷰에서 사생활에 관한 언급을 피했지만 결혼 후에는 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럴수록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는데 이에 관해 모처럼 입을 연 설경구의 첫 마디는 “우리 부부도 남들과 똑같이 산다”는 것이었다.
▼ 결혼한 지 2년째인데, 생활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결혼식 취재한 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결혼식 때 취재를 위해 잠복했던 매체도 있었다면서요? 고충 이해합니다(웃음). 결혼생활은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죠.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서로 이해도 많이 필요하고. 배우 부부라고 다를 것 있습니까.”
▼ 송윤아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건강은 괜찮은가요.
“출산하고 딱 아이 몸무게만큼만 체중이 줄어드니 충격을 받더라고요. 몸은 건강한 편인데, 그래도 많이 힘들어하죠.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게 옆에서 제가 많이 도와야죠.”
▼ 사생활 질문은 왜 유독 싫어하는 겁니까.
“그 질문에 할 말 많은데…, 싫어하는 게 아니고 너무 노출이 많은 게 우리 직업이에요. 밥 먹고 사는 거, 일 시작했다 쉬었다 다치고 회복되는 별의별 사소한 신변잡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직업도 드물잖아요. 의도하지 않아도 공개되는 게 많으니까 더 이상은 안됐으면 싶은 거죠. 결혼 후 일부러 사생활에 입을 다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성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도 싫어하죠.
“영화는 촬영하기 전 시나리오를 다 보고 시작하는데, 드라마는 당일 대본이 나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시스템에 자신이 없어요. 사생활을 털어놔야하는 예능은 더 부담되고요. 인터뷰용 사진 촬영을 한번 하는 데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데, 남들 앞에서 웃겨야 하다니 저는 그런 쪽으로 되는 놈이 아닌 것 같아서요. 저는 사진 촬영도 1~2분 내에 재빨리 끝내주는 분이 좋습니다.”
▼ 살이 조금 빠진 듯 합니다. ‘고무줄 체중’이라는 별명처럼 줄였다 늘였다 마음먹은 대로 체중을 조절하죠?
“여기자들은 꼭 그걸 물어봅디다(웃음). 독하게 마음먹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게 중요해요. 알고 보면 비결은 단순한데, 식이요법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죠. 저한테는 줄넘기 운동이 가장 잘 맞더라고요. 2평 공간만 있으면 호텔이든 집이든, 지방 숙소든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돈도 안 들고요. 아침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1시간 가까이 줄넘기를 해요. 몸도 가벼워지고, 그날 촬영도 쉬워져요. 오늘도 하고 나왔습니다.”
▼ 평소에도 오늘처럼 메이크업을 전혀 안하죠?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옷도 오늘처럼 편하게 입고 다녀요. 티셔츠에 바지가 제일 편하고, 트레이닝 복도 많이 입고요. 배우지만 외모로 어필하는 연예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패셔니스타도 아니고(웃음).”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아들 같은 영화 ‘해결사’
1년 여간 쉴틈없이 영화를 촬영해 온 설경구는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을 할 생각이라고.
9월 초 개봉한 영화 ‘해결사’는 살인 누명을 쓴 채 완벽한 함정에 빠진 해결사가 강한 적들에 맞서 반격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류승완 감독이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그의 수제자인 권혁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전직 형사 출신의 해결사 강태식 역을 맡았다. 욱하는 성질과 거친 주먹을 가졌지만, 해결 본능을 발휘해 함정을 돌파해나가는 인물이다. 설경구로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와이어액션에 도전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촬영한 작품이다. 1초도 안 되는 장면을 찍으려고 하루 종일 뛴 날도 있다. 그만큼 애착도 크다.
▼ ‘해결사’는 투자 문제로 고생 많이 한 영화죠.
“올 초 개봉했던 ‘용서는 없다’보다 캐스팅은 먼저 됐는데, 제작비 투자가 안 되면서 촬영이 무기한 연기됐어요. 제작사도 허공에 뜨고 여러 차례 무산될 뻔 했죠. 3월부터 두 달 간 촬영했고, 매순간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잃어버렸던 자식 되찾은 느낌이라 감회가 남다른 영화죠.”
▼ 비유하자면 ‘공공의 적’ 강철중이 ‘용서는 없다’ 같은 상황을 맞아 부딪히고 깨지며 쉴틈없이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강철중과 비슷한 느낌을 줄까봐 걱정을 했어요. ‘공공의 적’ 이후로 형사 역할은 절대 안 하겠다고 했거든요. ‘해결사’에서는 형사지만 그만두고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설정이니까 좀 비틀었다 싶었죠. 권혁재 감독이 80년생인데도 듬직하고 연출자로 재능도 있더라고요. 투자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돕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 ‘실미도’ ‘해운대’로 1천만 관객을 두 번이나 동원한 유일한 국내 배우인데, 흥행에 대한 욕심이 많은가요.
“내가 출연한 작품이면 10원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작사·투자자에게 손해 끼치는 건 싫어요. 작품 잘 만들면 관객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대진운이 나빴다’ ‘홍보가 잘못됐다’처럼 안 되는 영화에는 뒷말이 많은 법이지만, 관객은 누구보다 정확해요.”
▼ ‘해결사’는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대신, 배우들이 보기만 해도 아플 정도로 엄청나게 맞던데요.
“요즘 잔인한 영화들이 많으니까, 권혁재 감독과 ‘피 튀기게 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대신 (이)정진이나 저나 구르고 뛰고 엄청나게 맞았죠. 대전 시청의 도움으로 8차선 도로를 5일간 통제해 카레이싱 장면을 찍었는데, 차를 20대 깔고 촬영했어요. 처음으로 자동차에 받혀봤는데 속이 매스껍고 아찔하더라고요.”
▼ 새로 사람을 사귀는 것 보다는 오래 알고지낸 지인들을 진득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휴대전화에 5백명 정도 저장돼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가 넓을 것 같지만 다소 폐쇄적인 면도 있고. 나이가 들다보니 기존에 알고지낸 사람들 챙기기에도 바쁘더라고요. 대신 영화 스태프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해요. 한 작품 끝내고 나면 감독부터 조명 막내 스태프까지 전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한명씩 찍어서 사무실 책상에 붙여두기도 하고. 그렇게 안하면,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만나도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더라고요.”
▼ 스스로를 ‘기계치’라고 부른다고요.
“휴대전화도 한번 사면 2~3년은 기본으로 쓰죠. 지금 사용하는 이 전화기도 친구 놈이 술김에 바꿔 가져가는 바람에 같은 기종으로 급하게 새로 산 거예요. 통화만 되면 됐지, 스마트폰처럼 기능 여럿 있는 것은 체질에 잘 안 맞아요. 인터넷도 가끔씩 ‘설경구’ 세 글자 쳐서 기사와 자료 찾아보는 게 전부고. 전자 제품 사용하다 어느 날 안 돼서 매니저 들한테 ‘이 제품 고장났느냐’하고 물으면 전원 코드가 뽑혀져 있는 경우도 많고요.”
▼ 차기작은 결정됐습니까.
“‘해운대’ ‘용서는 없다’ ‘해결사’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우선 몇 달 간은 푹 쉬고 싶어요. 가족에게 마음만큼 다 못해줘서, 촬영 때 못했던 만큼 아빠, 남편 역할도 해야 되고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샘물을 받았다 마시듯 체력이든 정신력이든 비축해야 또 다음 작품에서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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