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름을 물었을 뿐인데 부부의 얼굴에 동시에 웃음꽃이 번진다. 지난 2006년 열두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웨딩마치를 울린 주영훈(41) 이윤미(29) 부부. 그동안 아이가 없어 불화설이 돌기도 한 이들에게 예쁜 딸 ‘아라’가 찾아왔다. 첫 출산이라 이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아이 낳기 전부터 (신)애라 언니 등 주변 사람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들어온 터라 진통을 느꼈을 때 침착하게 대응했어요. 남편도 옆에서 손 잡아주고 기도도 많이 했죠. 분만실 들어가서 딱 한번 힘줬는데 바로 아이가 나와 오히려 당황스러웠어요(웃음). 사람들이 무통주사는 맞는 게 좋다고 해서 의사 선생님께 요청했더니 ‘지금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나와서 맞을 필요 없어요’ 하시더라고요.”
아내가 아이를 낳는 내내 곁에 있고 싶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분만실에 들어갔던 주영훈도 아내 손을 잡자마자 아이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경황없어하던 때 의사가 탯줄을 자르라고 말해 얼결에 탯줄도 잘랐는데 신비로운 경험이었다고. 아이를 받아든 주영훈은 작고 아름다운 생명체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휴대전화로 아이 사진을 찍어놓았다”며 밝게 웃었다.
“신혼 즐기고 싶어서 일부러 갖지 않았을 뿐, 지금 아이 낳아서 딱 좋아요”
주영훈이 늦은 나이에 결혼한 터라 대부분의 사람이 곧장 아이를 가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3년 동안 신혼을 즐겼다. 그렇다 보니 “한 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냐”는 등의 말을 듣기도 했다.
“한번은 방송국 앞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저더러 ‘이상하게 오래가~’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상처를 받기도 했죠. 저희는 여태껏 부부싸움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하면 도리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여간 3년 동안 저희끼리는 굉장히 즐거웠어요. 둘이 노는 게 시들해질 쯤 아이가 생겨 정말 기뻤죠.”
첫 임신이라 유난스러웠을 법도 한데 주영훈은 “아내가 임신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 같았다”며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먹고 싶다는 음식도 별로 없고, 입덧도 별로 안 해서 임신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유난히 좋아한 건 과일이었는데 그것도 평소에 즐기던 거라 고생해서 사다줄 필요도 없었죠.”
“임신했을 때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박)은혜 언니가 ‘남편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얼마나 수고했는지 몰라줄 수도 있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우리 남편은 내게 늘 감사하며 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죠.”
아이를 가졌을 무렵 주영훈은 전직 대통령의 꿈을 꿨다고 한다. 청와대로 그를 초청한 대통령은 그에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줄 테니 운영을 잘하라고 한 뒤 멋진 차도 선물해줬다고. 다음 날 곧장 인터넷 검색을 한 그는 대통령 꿈도 길몽이라는 걸 알고 몰래 복권을 샀지만 당첨되지 않아 실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주일 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태몽이었음을 깨달았다.
“전 탐스러운 자두가 한바구니 쌓여 있는 걸 보고 거기서 가장 예쁘게 생긴 자두를 집어 먹는 꿈을 꿨어요. 주변 친척분들도 태몽을 꿔주셨어요. 큰 배추를 뿌리째 뽑았는데 그걸 제가 빼앗았다는 분, 성같이 큰 교회에서 남편이 뛰어나와 ‘윤미가 임신했어요’라고 말했다는 분도 계셨죠.”
아이의 이름은 두 사람이 고심한 끝에 ‘아라’라고 지었다.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고 한글로 바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총각시절부터 늘 딸을 낳으면 ‘나’나 ‘라’로 끝나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는 주영훈은 처음에 ‘하나’라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성이 ‘주’니까 주하나님이 돼버리더라고요(웃음). 주변분들 반대도 있고 해서 더 찾다가 아라라고 지었는데 정말 어감이 예쁜 것 같아요. 이름처럼 아름답고 마음이 바다처럼 넓은 아이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윤미는 아이를 낳고 나서 지금껏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젖을 물렸는데 조그마한 생명체가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다고. 그는 젖몸살도 없고 젖도 많이 나와서 5개월까지는 모유수유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는데 모유수유를 한 덕분인지 10kg이 빠졌다. 출산한 지 두 달 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윤미는 “임신 전으로 회복하려면 몇kg 더 빼야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는 밤이 많지만 아이가 웃을 때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한다.
“무슨 꿈을 꾸는 건지 아라가 자다가도 방긋 웃을 때가 있어요. 어찌나 귀여운지 말로 다 못해요. 아이가 웃을 때 ‘내가 부모가 됐구나’ 싶죠. 목욕시키고 젖을 먹이고 할 때면 친정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하루가 다르게 크면서 챙길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고 하니까 ‘엄마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윤미의 친정엄마는 지금도 그 고생을 자청해 하고 있다. 딸이 임신 했을 때부터 베이비시터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손녀를 돌봐주고 있다고. 다른 사람의 손에 집안일 맡기는 걸 싫어하는 분이라 아침마다 딸의 집을 찾아 살림을 도와준다고 한다. 주영훈은 “장모님께 늘 죄송한 마음인데 늘 기쁘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용돈을 많이 챙겨드리는 방식으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 아라 위해 더 힘차게 뛸 생각
주영훈은 최근 케이블방송 엠넷의 신설 프로그램 ‘the pub’의 진행을 맡아 방송에 복귀했다. 워낙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 제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원래 본업은 작곡가잖아요. 음악하는 젊은 친구들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에 MC 제의가 왔을 때 흔쾌히 승낙했죠. 제가 지난해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해 아카데미를 세웠는데 다행히 잘 운영되고 있어요. 제자들 가르치고 후배들 길을 터주는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그는 지난해 7월 문을 연 아카데미에 대해 물어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딸 아라 다음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아카데미인 듯했다. 그는 평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을 보며 무작정 덤벼들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바르게 파악하고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었으면 했다고. 그런 취지로 생긴 아카데미라 그런지 달콤한 말보다 쓴소리를 해줄 줄 아는 곳으로 이름이 알려졌다고 한다.
“아카데미 문을 열 때 설명회를 가졌는데 한 학부모께서 ‘긴말 하지 않고 묻겠다. 이곳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시더라고요. 순간 당황했는데 곧바로 ‘학생들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주기보다는 재능을 파악해 안될 것 같으면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등록을 하시더라고요. 전 모든 ‘워너비(wanna be)’가 ‘캔비(can be)’는 될 수 없다고 봐요. 하고 싶다고 모두가 가수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그걸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아카데미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주영훈은 서울종합예술학교와 산학 협력을 맺었고, 50개 계열 학교를 가지고 있는 음악학교인 일본 도쿄커뮤니케이션아트(TCA)에 한국의 대표 프로듀서 자격으로 초대받아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음악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전 세계 유명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가슴 뿌듯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그는 언젠가 자신도 학생들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고 한다.
딸 아라가 태어난 이후부터 일이 더욱 잘돼 싱글벙글인 아빠 주영훈. 가수 김현철이나 작곡가 이루마처럼 자녀를 위한 음악작업을 할 법도 한데 그는 의외로 쑥스러워하며 “아라가 노래를 할 때쯤 원한다면 곡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제가 여자한테 잘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벤트 같은 걸 잘 못하는 남자예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고 좋긴 하지만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고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곡도 가수들이 빨리 써달라고 독촉하면 즉흥적으로 써서 주는 편인데 고쳐야 될 점 중에 하나죠(웃음). 만약 아라가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게 됐을 때쯤에는 어울리는 곡을 써주고 싶네요.”
결혼하고 나서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열었던 이윤미는 임신 중에도 운영을 했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 사촌동생과 함께 콘셉트를 잡아 옷을 준비하고, 집에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부지런하게 움직였는데 그 덕분에 순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소 제가 즐겨 입는 스타일대로 옷을 준비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처음 문 열었을 때부터 꾸준히 구매해주신 분도 많고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전부 다 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도 꽤 있어요. 기억에 남는 분은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단골인데 한번은 ‘숙식 제공해드릴 테니 이곳으로 와서 사진촬영 하세요~’라고 말해줘 일할 맛 났죠(웃음).”
주영훈은 그런 아내를 향해 기특한 표정을 지으며 “사촌동생과 둘이서 가내수공업으로 열심히 운영하는데 큰 욕심 없이 하다 보니 알뜰하게 잘 굴러가는 것 같다”며 치켜세웠다. 그래도 본업이 연기자인 이윤미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오랫동안 연기를 쉬다 보니 예전에 했던 일이 그립더라고요. ‘왜 예전에는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죠. 아직 몸매가 원상복귀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를 좀 더 하고 난 뒤 일을 하고 싶어요. 다시 시작하면 전보다는 훨씬 잘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웃음).”
“아라가 가슴 따뜻한 아이로 자라도록 애쓸 거예요”
두 사람은 봉사단체 컴패션의 일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윤미는 임신 8개월째까지도 지방 공연에까지 참여해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몰랐다”며 웃음 지었다. 주영훈도 그런 아내가 대견하기만 하다고. 두 사람은 딸 아라 또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희가 열일곱 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매달 사진과 편지를 써서 교환을 해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왜 후원자님은 아이가 없나요’라고 했는데 이번에 아이가 태어났다며 사진을 보냈더니 다들 굉장히 축하해주더라고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아라를 사랑해주는 언니 오빠들이 열일곱 명이나 있으니 아라에게는 정말 큰 축복이죠.”
이윤미는 아라의 방에 세계지도를 걸어놓고 그 위에 지역별로 후원아동의 사진을 붙여놓았다고 한다. 아라가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동봉해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영훈은 아라가 “반에서 앞번호부터 뒷번호까지 모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성격 좋은 사람으로 컸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가 성공하려면 시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희는 셋 다 반대로 할 생각이에요. 첫째로 저희 아버지는 목사님이라 재력이 없으시고, 전 아이에게 정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쏟을 것이며, 아내에게는 어느 유치원, 영어 학원이 좋다는 둥 그런 정보에 대해 귀를 닫으라고 했어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자라게 해 인격 형성이 바르게 될 수 있도록 도우려고요.”
곁에 있던 이윤미는 이에 덧붙여 “안 된다고 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부딪혀가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두 사람에게 둘째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하나같이 “자연의 섭리대로 생기면 또 낳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애라 언니네 집처럼 딸 둘 아들 하나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또 가질 생각인데 아라 때처럼 특별히 계획하지는 않으려고요. 즐겁게 아라 키우며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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